붉은 상자

붉은 상자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4년 3월

어느날 자신의 집 대문 앞에 발신자의 주소나 이름도 없이 나에게 배달 된 상자가 있다면, 그것도 붉은 상자라면...

어떤 마음, 어떤 느낌이 들까?

아마도 섬뜩한 느낌을 가지거나 혹은 수 많은 택배들의 하나라 생각해 아무생각 없이 뜯어보는 일을 할지도 모른다.

택배를 이용한 스릴러물도 다양하게 존재하기에 이 작품 역시 첫 시작이 오리무중이고 묘한 느낌으로 독자들을 몰아가며 시작한다.

현실과 맞닿은 상상의 세계는 SF적 일수도 있기에 소설을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전환적인 생각으로 느끼게 된다.

다만 현실과 상상의 밀착도가 쉽사리 격리, 괴리감을 쉬 느낄 수 없는 정도라면 독자로서는 작품을 매우 극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수 많은 소설들에 등장하는 택배, 뉴스 등을 통해 익히 접해 들은 사건들이 미치는 영향력으로의 의식이 붉은 상자에 대해 살짝 두려움과 긴장의 끈을 갖게 하며 기대를 품게 한다. 

이 책 "붉은 상자" 는 경찰공무원 준비 중인 주인공 도익에게 붉은 상자가 배달되고 상자 안에 든 쪽지에는 <검은 양복은 입은 남자와는 절대로 대화핮 말것>이라는 메시지가 쓰여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집을 나서는데...

아마도 시간차적 상황의 발생을 순차적인 소개와 설명으로 또 다른 인물의 등장 사건으로 연결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도익의 눈 앞에서는 도익과 마찬가지로 북른 상자와 쪽지를 받은 사람 중 두 사람, 건물에서 떨어지는 남자, 그 남자에 의해 목이 부러져 죽음을 맞는 여자를 목도하게 된다.

어쩌면 오늘날의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을 보면 충분히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고도 남을 수 있다는 개연성 측면의 이야기 설정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에 있어 조금은 삐걱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만큼 이야기의 흐름에 대하 맥락이 연결지어 지지 않고 끊어진다는 느낌이기에 아쉽기도 하지만 점차 후반부로 갈 수록 그러한 부분들은 씨줄과 날줄처럼 잘 직조된 옷감처럼 탄탄한 모습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중,후반 부에 이르러 붉은 상자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예언적 존재감을 갖는 하얀 펜과 펜던트, 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시계 등 상상적 사고를 동원해야 하는 SF적인 모습들이 어우러져 공포스러움을 느낀 이전의 감정들을 제거해 준다.

어떤 세상이건 인간이 가진 힘보다 월등히 뛰어난 힘을 발견하거나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분명 소설적 대상으로 화할 수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러함이 꼭 소설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실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수 많은 인간사의 모든 일들이 어쩌면 우리의 의지대로가 아닌 인간계를 조작하는 신의 계시 또는 예언처럼 소설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부분에서 인간들의 모종의 계획들이 더해지고 그로 인한 피해를 아랑곳 하지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도익은 끝까지 살아 남아 정의의 사도처럼 계시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붉은 상자와 관련한 내용이 노자의 나비꿈과 같은 한바탕 꿈으로 이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하겠다.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