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각본집 - 용기를 내는 게 당연한 나이
임선애 지음 / 소시민워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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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 된 혹은 될 각본집을 만나보는것은 나에게 있어 처음있는 일이다.

69세, 사회적으로 보면 고령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령대이기에 그들에게 무슨일이 있겠어? 라는 안이한 생각은 나의 그런 주절거림이 큰 착각이라는, 아직도 우리 사회와 남성들이 가진 편견에 대한 두터운 의식의 벽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자각을 하기에 이른다.

2020년과 2021년은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양산되고 드러난 해 였지만 그 어떤 해보다도 더욱 우리 스스로를 놀라게 했던 일들은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이슈의 공감을 일으킨 MeToo 운동이었다.

사실 그러한 낌새는 예전부터 암암리에 알고 있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켜도 보지만 실제 드러난 속사정은 이미 곪을대로 곪아 썩어 문드러져 더이상 새 살이 돋아 날 수 없을 지경까지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 책 "69세" 는 고령층 노인이자 사회적 약자로 더이상 사회적으로 관심과 기대를 받지 못하는 노인의 성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화 하기 위한 세부 작업의 일환으로 작가이자 감독인 저자의 영화제작 일기와 각본 그리고 영화를 찍으며 얻은 스틸 컷과

영화 이전에 쓴 단편소설, 영화 제작에 필요한 스토리보드까지를 총 망라해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69세의 노인을 누가 성폭행 할까? 하는 생각은 단순함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거시기 달린 숫캐마냥 치마만 둘렀다면 껄떡 거리는게 남자들이라는 극히 모순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그러함이 사실이기도 한 모습으로 적나라하게 성폭행 후의 수순이 그려진다.


노인의 삶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오늘 우리 삶의 현실적인 문제이자 미래의 우리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생각하면 결코 이러한 문제를 그냥 좌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적인 편견과 여성에 대한 폄하, 또한 자기 주체성에 대한 의심을 스스로 보증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씌워진 굴레를 69세 아니 그 이상의 연령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나

우리가 가진 의식의 편협함과 고착된 성폭력에 대한 재고 없이는 불편한 이 시대의 삶을 한 편의 영화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생각된다.

나이를 불문하고 오늘 또 누군가의 아내, 딸 , 누이, 엄마가 세상 어느 곳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생각하면 그에 대한 대책도 대책이지만 사회적 편견을 일으키는 남성들의 시각이나 마인드에 깔린 성적 흥분의 근본에 대한 변화도 촉구되어야 한다.


저자는 그러한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아 내고자 작중 인물 효정을 통해 사회와 우리 세계가 보여주는 기만적이고 야비함을 강건한 도전으로 응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살아 있기에' 라는 의미 있는 말 속에는, 또한 성폭행을 한 가해자를 향해 '인생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아, 니가 저지른거 하나하나 다 갚고, 그리고도 질기게 안 끝나는게 인생' 이라는 말 속에 삶의 지난함과 핍진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륜의 무서움을 담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사라져야 할 퇴물이 아니라 죽음을 마주할 때 까지 껴안고 함께 삶을 만들어 나가야 할 그들이기에 어쩌면 더욱 더 '69세' 가 주는 의미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 오는지도 모른다.

보통의 소설보다 영화화를 위한 각본이라 그런지 더 몰입도가 향상되고 영화의 한 장면을 머리속에 그리듯 읽혀지는 스토리들이 춤을 추듯 그려졌다.

처음인 각본집이지만 매우 깊은 함의를 가진 책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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