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온 신간 <1929>와 <폭풍이온다>는 겹쳐 읽을 수 있다. 전자는 지금의 경제금융, 후자는 오늘날의 강대국 정치에 대해 100여 년 전 역사적 사례를 들어 분석한 책이다. 둘 다 비관적이고 우울한 전망이 우세적이다.


1. <1929>는 반도체 투탑이 견인하는 코스피 급등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며 1920년대 후반 주식시장의 광기와 닮아있다며 언젠가 그리고 조만간 찾아 올 주식시장 폭락을 암시하는 책이다.


2. <폭풍이온다>는 냉전연구로 유명한 노르웨이출신 오드 아르네 베스타의 책인데 특이하게 법무법인 위원이자 유투버 최준영이 번역했다. 1차 대전 발생 직전의 상황과 지금이 닮아있다고 말하며 1914년까지의 궤적을 짚어나간다.


충격적인 주장은 어떤 강대국이 이기건 굴욕당한 패전국은 반드시 갈등의 소지를 남겨 다음 세대까지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1차대전의 결과는 반드시 2차대전의 맹아가 되니 결국 미중대전이 한 번이라도 터지지 않게 막을 필요성을 언급한다.


저자는 솔루션으로 고위급 책임자의 원활한 의사소통, 다자기구 개혁, 방어적 동맹 등을 꼽지만 이 모든 사항은 전혀 희망적이지 않다. 스칸디나비아인 특유의 무감정적 서술이다.


그래서 신간 둘 다 이 밝고 따뜻한 5월에 우울하고 비관한 전망을 담는다.


3. 미셸 푸코 말과 사물

2009년부터 중단했다가도 계속 노력을 경주해왔다는 그 성실성이 칭찬받을만한 점. 새로 번역하다시피 했으며, 출판사 편집자가 꼼꼼히 봐줬다는 언급이 인상깊다. "잘 모르겠지만.." 같은 자주 반복되는 간투사 문단은 불필요한 겸양이라 싹 걷어내고 깔끔하게 썼으면 더 좋았겠다


4. 일리아스 덕후

특이한 기획이다. 룬의 아이들,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거쳐 일리아스를 탐독한 한의사가 탄핵집회 때 고전구절로 깃발을 만들어 전공자의 눈에 띄고, 충동적으로 트위터로 DM을 보내 전공자와 인연이 이어진 결과 탄생한 책이다. 518부터 슬램덩크까지 소환되고 고전의 장면을 현대정치에 적용해 읽는다


5. 감각의 주술

난 사실 이 책의 메이킹 과정이 궁금하다. 저자는 네팔에서 소쉬르, 릴케, 호메로스를 읽고 히브리어를 공부한걸까? 북아메리카에서 왜가리를 관찰하다 다윈에서 생태학까지 가는건 전형적인 루트지만 언어의 생태학까지 나가고 토착민의 주술과 래퍼와 디지털까지 나아간다. 96년에 이런 책을 썼다니


6. 케임브릿지 몽골 제국사

복수의 학자들이 기고한 논문마다 논지도 문체도 다른데 역자 최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느라 애를 썼다. 몽골화, 유라시아화, 거대한 세계화라고는 할 수 있어도 최초의 세계화는 과한 캐치프레이즈다. 자뻑이 심하다. 앗시리아, 그리스로마도 시대 나름대로 세계화를 했다. 세계화의 정의를 자의적 적용했다.


7. 다녀왔습니다

이 책을 읽고 토스 증권을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스페이스X와 항공우주통신, 로봇산업, 텍사스 대기업, 헬스케어 부분만 좋았고 구체적인 ETF명을 알려줬다. DOGE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 같다.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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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주술 - 닿지 않은 채로 이미 닿아 있는 세계에 관하여
데이비드 에이브럼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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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이 책의 메이킹 과정이 궁금하다. 저자는 네팔에서 소쉬르, 릴케, 호메로스를 읽고 히브리어를 공부한걸까? 북아메리카에서 왜가리를 관찰하다 다윈에서 생태학까지 가는건 전형적인 루트지만 언어의 생태학까지 나가고 토착민의 주술과 래퍼와 디지털까지 나아간다. 96년에 이런 책을 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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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좋아하세요? - 어느 덕후와 교수의 고전 교환독서
하길(석민주).이준석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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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획이다. 룬의 아이들,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거쳐 일리아스를 탐독한 한의사가 탄핵집회 때 고전구절로 깃발을 만들어 전공자의 눈에 띄고, 충동적으로 트위터로 DM을 보내 전공자와 인연이 이어진 결과 탄생한 책이다. 518부터 슬램덩크까지 소환되고 고전의 장면을 현대정치에 적용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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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다녀왔다. 오늘 새로운 전시가 열려 9월 27일까지 3개 층 모든 전시실이 풀로 가동했다. 1층엔 수련 르누아르 피카소 샤갈 호안미로 살바도르 달리 키키 스미스 뒤샹 저드 등등 해외 근현대미술 엑기스 찍먹전과 요코하마 투어하고 돌아 온 한일현대회화 교류전이, 3층엔 한국근대미술 2층엔 한국현대미술이 진행 중이다. 이런 시기가 과천을 방문할 적기다.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정도로 볼 것이 많다. 작년 젊은모색이나 신상호도기전 때 와서 2-3층을 다 보았다고 해도 최근 리뉴얼 되어서 작품이 많이 교체됐다 2층 여성조각과 여성미술가 3층 이인성 박수근 등 체감상 3층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

전시 디스플레이가 직관적이고 이해가 쉽다
이우환의 모노하 스승이 있고
자이니치는 양영희 감독 디어평양굿바이평양이 생각난다
이불의 드로잉이 있고 2층에서 실물을 감상할 수 있다
곽덕준의 시계는 야외에 계량기조각

정거장 도착해서 여기까지 끄읕 나중에또써야지
가보세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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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 남짓한 흑백 영상의 저채도 화면 속에도 물방울 알알이 부각되는 폭우인데 그 퍼붓는 비를 맞으며 잉크로 글을 쓰려는 무의미한 시도를 하는 남자가 있다.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의
비 (텍스트를 위한 프로젝트)
La Pluie (Projet pour un texte) 1969다.
5.14 이대 EMAP 스크리닝 중 한 테마다.

실패 이전에 하나의 시도가 있고, 어떤 실패는 끝내 철회되지 않는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우스꽝스러움과 비애라는 특이한 조합이 보인다. 마치 먹과 비가 천천히 뒤섞이듯. 다르게 말하면 허망한 성실함이다. 불가능함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수행하는 집요하 몸짓이 여기에 있다

자연이 언어보다 빠른 것이다. 잉크가 번지고 종이가 젖어 단어는 문장이 되기 전에 비 속에 용해돼 소멸대고 만다. 흥미롭게도 남자는 결코 중단하지 않는다. 결과가 아니라 지속이 중요하다는 걸 호소하려는 것 같다. 글쓰기의 목적이 의미 전달이 아니라,
쓰려는 태도, 자세 혹은 이 모든 것을 합한 어떤 태세 자체에 있다고 증언하려는지도 모른다.

하여 글쓰기 이전에 존재하는 글 짓는 자의 모습이 화면 전면에 부각된다.

문학은 결과물과 퍼포먼스의 종합이라 할 수 있다. 희극을 품은 텍스트 생산 노동은 자연 앞에서 무력해지지 않기 위한 인간의 분연한 정신을 상기한다.

시인으로 출발했던 브로타에스는 언어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기에 단어를 설명의 도구가 아니라 물질처럼 다뤘다. 그래서 이 영상에서 자연은 배경효과가 아니라 글 작성을 도와주는 편집자로 기능한다. 인간이 만든 문장을 비가 삭제하고 그라마톨로지의 주장처럼 의미를 희석시키고 엄밀한 형식적 표현을 자연의 카오스적 리듬으로 되돌린다. 빗물은 잉크를 씻어내면서 동시에 언어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남는 것은 흔적이다.

낭만주의자들이 상상한 자연은 어디갔는가. 인간 의지를 무심히 압도하는 근원적 힘을 발산하는 자연. 냉엄한 현실 앞에 재난영화의 과장됨도 숭고함의 수사도 없다.

생각한 바를 기록하려 하는 인간과 달리 세계는 그것을 굳이 보존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허ㄴ나 브로타에스는 그 간극을 비극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되려 무심하게 반복한다. 그 무표정함 때문에 작품은 한층 더 우울하고 한결 더 우스운데 이상하게 현대적이다.

작가의 비애. 예술가의 초상. 인류의 운명. 끊임없이 만들고 작업하지만 언제나 행위 위로 비가 내려 결과물은 애통하게도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그 수많은 작업물 중 유물이 되어 후대에 남겨진 것이 있듯, 깃발처럼 휘날려 쉬이 휘발될 수 있었 퍼포먼스가 화학 혼합물이 필름에 각인되고 디지털화되어 특정 방식으로 조합된 이진법의 전자신호가 해저케이블과 스크린을 거쳐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https://youtu.be/EHhigM53ILw?si=I5H9QuykZR9yvL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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