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북 갤러리를 돌다가 우연히 발견한 근현대문학관.

오픈한지 갓 1년된 곳이다. 설렁탕과 양갱집 뒤에 숨겨져 있다 마치 문학작품이 서가 뒤에 살포시 숨겨져 있듯이


따로 특별전시는 없고 무료 상설전시다.









2. 문학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아이디어를 다 시도했다. 시낭송 번역본 합창곡 고서 고지도 사진 교류 지도 변천사 일러스트 당대 사료 작가 유품 등등. 


작품 테마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아이디어를 다 시도했다. 일제, 도시개발, 성북지역, 미술, 음악 등등


뇌폭풍으로 고생한 흔적이 역력하다.





3. 본디 문학이란 고독한 마음으로 홀로 읽는 것인데, 문학이 홍보되고 전시될 때는 그 묵묵한 독서와는 다른 결로 채색된다. 마치 숨겨져 있는 무덤의 부장품을 꺼내 많은 이에게 전시할 때 장례지내고 땅에 물건을 묻을 때의 맥락과는 다르게 되듯 말이다.



4. 옛날에는 노트가 3원이던 시절도 있었다. 물가가 참 많이 올랐다. 이제는 3천원이다.



5. 이런 시민증 하나를 땀에 절은 저고리 안주머니에 넣어 다녔을 시절을 생각해본다.


사람들 대부분 문맹인 상황에서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 글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 하소연하고 부탁해서 읽어달라고 했을 것이다.


신분증에 쓰여진 글자가 뭔지 몰라도 부적이나 도깨비 방망이처럼 여겼을 것이다.



방문했다 돌아오는 길에 읽은 오늘자 한겨레 txt 기사와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88092.html
















한겨레는 얼마 전부터 토요일자를 발행하지 않고 책 관련 소개는 금요일에 txt라는 이름의 추가지로 껴준다. 거기에 있던 신간 소개 기사였다.


동유럽 유대인 카민스키가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면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신분증명서를 위조한 스토리를 다룬 책이다.

"여권과 신분증, 결혼증명서, 세례증명서, 배급허가증 같은 서류를 위조했다. 어느 날 사흘 안에 300명의 유대인 어린이 서류를 만들어야 하는 임무가 내려왔다. 한 시간 잠들면 30명의 생명이 사라진단 생각으로 동료들과 밤을 새웠다."


저런 피난시민증이 한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던 시대가 이 땅에 불과 75년 전이었다. 지금 동시대에도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불과 몇 년 전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로 유입되는 리비아난민도, 그 이전에 보트피플도 모두 다 종이 한 조각에 생사가 왔다갔다했다. 그만큼 안정적인 국가시스템과 제도는 중요한 것이다.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수많은 안보이는 사람들 - 9급 공무원 포함 - 의 노력에 감사해야한다. 공적 제도가 없으면 사적인 삶도 없는 것이니까. 보이지 않는 사회 시스템의 존재를 못 느끼고 살다가 시스템이 붕괴하면 그제서야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가치를 알게 되기 십상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고치고 예방하고 소중히 해야한다. 발급받은 서울특별시 시민증을 항시 휴대해야했던 나날을 이 전시장에서 상상해본다.




6. 이태준 김환기 김기창 등 30년대 성북동 지식인의 문학품평회 시낭송회 그림감상회 사진을 보면서 AI시대의 정보소비를 생각해본다.


마치 홍수가 나면 물은 많은데 정작 마실 물이 없는 것처럼 인터넷 확산 이후 정보의 범람 속에 정작 읽을만한 정보가 없다는 한탄이 있었다. 이것도 이미 30년 전 푸념이다.


이제 AI까지 등장해 나의 선택 패턴을 조사해 읽을 만한 지식을 큐레이션해주게 되었다. 그리고 정보의 수준은 점점 높아진다. 최고의 전문가가 알려주는 지식들. 지방 사범대 나온 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스탠포드 출신 수학강사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지방 국문과 출신 선생님이 아닌 옥스포드 출신 디즈니 작가의 스토리텔링작법을, 지방 의대가 아닌 하버드 출신 의사가 알려주는 생활건강 지식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학력으로 게임이 안된다. 양극화가 심하다. 


그냥 사회 초년생은 진입할 자리가 없고, 중고 신입 즉 경력직만 뽑는 상황에서 헤드헌터과 자격증 강사만 할 것이 많다. 옛날에는 뽑아서 키워서 쓰던 시절에서, 준비를 스스로 하게 하고 자격증으로 검사하니 기업 트레이닝을 초년생에게 무급으로 외주를 주고 있는 셈이다. 엑셀, CPA, 워드, 외국어 뭐든지 다 준비된 사람만 원한다. 기업 인사팀도 볼멘소리겠다. 준비성에서 남다른 사람을 뽑아야 하는게 아니냐고. 문제는 진입장벽이 계속 높아지고 자격증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도 이제 명함을 못 내민다. 팬데믹과 트럼프라는 원투펀치를 맞고 비자 때문에 아이비리그도 유턴하는 시대다. 제대로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 늦게 온 사람들은 하염없이 줄만 서있고, 문 안 쪽에서는 밖에 문을 찔끔찔끔 열어주고 안에서만 계속 사람들이 왔다갔다한다. 


위에서 말한 난민이나 이민으로 생각해보자면, 밖에서는 사람이 죽는데 유럽 비자, 시민권은 주지 않거나 1년에 몇 명만 주고 안에서는 좋은 생활을 영위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인구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스웨덴의 복지가 무너지고 갱단으로 인한 강력범죄가 EU2위가 되었다는 것과, 캐나다의 실패한 이민정책으로 인도인이 너무 많아서 사회갈등이 심각하다는 기사를 보면 받아들이는 이상주의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사회는 매우 모순적이고 하나의 갈등봉합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문을 안 열어주는 유럽이나, 문 열어달라고 아우성대는 북아프리카,이슬람국가들이나 모두 다 나름의 근거가 있다. 


성문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안에 있는 사람들이 부럽고 질투나고, 성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문을 열어주면 난리나니까 절대 안 열어주거나 땜빵식으로 한 두명 받아준다.


맞음 vs 틀림의 싸움이 아니라, 내가 맞음 vs 내가 맞음의 싸움이다.


AI, 뇌척추인터페이스, 바이오테크와 우주식민지를 논하는 시대에 점점 중세 사회화 되어간다고 나는 본다.



7. 어쨌든 

인터넷 시대의 푸념은 정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AI시대의 푸념은 고퀄의 좋은 정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AI시대의 정보소비 문제 핵심은 좋은 정보를 정작 다 읽을 시간이 없다는 데 있다. 

인터넷 시대에는 그나마 전문가라면 선별가능할 정도의 양이었다. 하이텔에 올라오는 글은 다 읽을 수 있을 때도 있었고, 구글에 검색해도 뒷쪽으로 갈수록 별로 영양가 없는 정보였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최고의 정보가 너무 많다. 할 게 너무 많다. 그래서 다 못한다.


하루 종일 시간이 있는 백수라 할지라도 모든 유투브를 다 볼 수 없고 마케터라해도 브랜드를 모두 다 써보지 못하고 갤러리스트라해도 모든 전시를 다 가지 못하며 서점엠디도 모든 신간을 다 읽지 못하고 시네필도 모든 영화를 다 보지 못한다.


설령 다 본다 해도 꼼꼼이 보지 못한다. 스쳐 지나가고 다음 날에는 다른 것을 봐야하니까


그 옛날 내가 만든 예술을 꼼꼼이 다 보고 읽어주던 시대는 얼마나 아름다웠나


김환기 화백네 집에 놀라가서 매일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그림을 보고


정지용 이육사의 시를 한땀한땀 낭송하고


이태준의 문학이 매일 한 꼭지씩 완성되어 가는 것을 찬찬히 읽을 수 있었다.


시간을 두고 문학과 같이 익어갈 수 있었다.


읽을 것이 볼 것이 들을 것이 그것 밖에 없었기에


그것이 전부였기에 소중하게 아껴줄 여유가 있었다


지금은 변화에 쫓긴다. 한 가지만 좋아하며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그 책만 그 사람만 좋아할 수 없다. 


AI에게 쫓겨 서둘러 움직여 새로 나올 다른 좋은 것을 소모하며 유동하는 기체근대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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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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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기아트프로젝트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

2025. 03. 20. ~ 2025. 06. 29.

경기도미술관 2층 기획전시실 1,2,4



1. 초지역의 경기도 미술관




2. 목판화 전이다. 


홍대 학부+대학원, 추계예대 대학원 과정에만 판화과정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디지털매체에 비해 옛 매체라서 수요에서 밀리는 것 같은데


우리는 팔만대장경도 만든 나라라서 판화의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


모두 판화라는 말을 느슨하게 알고 대충 좋아하지


선명하게 알고 확실하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3. 

왜 판화를 좋아하는가


왜 판화가 특별한가에


대한 대담 인터뷰 영상이다.




4. 반대로 새겨야 제대로 찍을 수 있다.


일종의 미러링





5. 유명 홍선웅 작가의 대담 책이다.




6.


이러 작화 느낌의 만화가 있는데
















박건웅의 그래픽 노블들이다. 일본 망가나 미국 코믹이 아니라 프랑스 그래픽 노블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돌아와서 영문자료가 있는지 살펴 봤는데 왠걸?! 없다.


홍대 2022년 박사의 목판화 논문 서지사항까지 살펴봤는데


현대판화, 목판화에 대한 영문서적이 없다.


외국에는 이런 고퀄의 전공 입문서가 있는데 반해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7. 전시는


김환기, 이응노가 생각나는 자연주의적 목판화 순한 맛으로 인트로를 한 뒤


여러가지 목판화의 매체적 특성을 보여주고


80년대 민중미술의 서사성과 실존성으로 나아간다. 여기가 진하고 매운 맛.


잘 기획했고 판화의 양도 많아서 볼 거리가 많다.


왜 민중미술을 그린 목판화가 많을까? 그것은 매체가 태초에 품고 있는 대중적 지향때문이다. 시서화가 결합된 문인화가 양반,귀족 지향성이 있는 것과 같다. 비싼 도구와 훈련비가 드는 하키 같은 스포츠가 개도국에서는 발달 못하고, 선진국에서 부유층이 많이 하기 때문에 상류층적 느낌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니, 대략적인 방향성이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목판화는 강한 윤곽선, 단순한 색면, 거친 질감이 특징이다. 나무판의 표면을 조각하여 잉크를 묻힌 후 종이에 찍어내는 방식으로 제작되어 선명한 대비와 독특한 질감이 부각된다. 윤곽선이 두드러지는 대신 매우 세밀한 표현은 어렵고 따라서 도식적인 구성이 많아 회화적 표현보다는 조형적 요소가 드러나는 것이다. 나무의 결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평면적인 공간 구성과 강렬한 색면 대비가 시각적 인상을 강화한다.


유럽 목판화는 중세 시기의 성경 삽화나 15~16세기 인쇄술과 결합된 형식에서 시작된 대중매체였다. 조선 시대에서는 언해본 불경이나 실학자의 서적을 대량으로 인쇄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하고 에도 시대에서는 신문 전단지 등의 인쇄에도 쓰였다. 20세기 초반에는 사회운동과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선전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런 맥락에서 원래 목판화는 대중에게 정보 전달하는 매체였다. 한 컷으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다는 점에서 자극적인 썸네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SNS시대의 썸네일의 특징을 감안하면 왜 한 점 목판화의 강한 윤곽선이 한국 민중미술의 실존성과 서사성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는지 이해가 된다. 알고리즘에 의해 전파되는 썸네일처럼 대량 복제되는 판화가 대중성과 호응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다량을 배포하는데서 대중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조선후기 민화처럼 목판화도 민속적 정서와 생활상을 담아내고 서민층의 삶과 사고방식을 시각적으로 전달해서 수용이 쉽기 때문이다. 아울러 단순한 형태와 과장된 표현, 강한 대비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극적인 구성은 이야기성을 제공하니, 자극적이기도 하고 즉각적인 이해도 가능해서 더욱 대중성과 호응한 것 같다.


일본의 우키요에가 세련된 선과 색감으로 이상화된 장면을 묘사하는 것과 대비되지만, 우키요예도 다른 일본 회화에 비하면 여전히 서민적인 예술이었다. 서민의 구성과 취향이 다소 다른 것일뿐이다. 우리나라의 서민은 누구냐, 하면 일제지배에, 산업화에, 독재에 고난받는 민중이었기 때문에 한국목판화는 민중미술적 특징을 띠게되었다. 글로벌시대의 목판화인 유투브의 썸네일은 알고리즘을 타서 조회수를 올리고 자본을 추구해야하는 전략상,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문구와 거짓정보를 보여주게 된다.


8.


전시 사진과 전시 작품 설명이 꼼꼼히 되어있는 전문성 있고 성실한 블로거는 많다. 존중받아야할 멋진 사람들이다. 나의 목표는 다르다. 내 글은 맨 처음부터 작품의 시각적분석에 출중한 글을 쓰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남들이 잘 안가는 전시장과 잘 안 보는 부분을 짚어내며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외국어 캡션 설명 분석도 제공하는 것이었다.


목판화는 재밌는 특징들이 있는데 영어로 제공되는 좋은 글이 없으니 좀 읽고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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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초격차를 만드는 독서력 수업 -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공부머리 초등에서 완성하라
김수미 지음 / 빅피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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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소장품기획상설전

비(飛)물질: 표현과 생각 사이의 틈

2025. 03. 20. ~ 2026. 06. 28.

기획전시실 3

참여작가: 금혜원 오로민경 임민욱 조은지 한석경


https://gmoma.ggcf.kr/exhibitions/191




1. 경기도미술관.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4호선 타고 1시간은 걸리지만 시트에 몸을 맡기고 책 읽다보면 금방 다다른다.


오늘 3.20 전시 세 개가 다 교체되었다.


그중 비물질 전시는 1년 3개월 동안 열리며 매달 퍼포먼스가 있다.


"1년 3개월의 기간 동안 운영되는 이번 전시는 비(飛)물질 계열의 작품을 수행적 태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





2. 들어가자마자 임민욱의 전시가 보인다. BB&M, 일민미술관 등 여러 소스에서 접한 적 있다.


정확히 언젠진 모르겠지만 아트선재에서도 한 적있고, 시청역 뒤에 로댕갤러리였다가 플라토로 이름 바꾼 삼성미술관에서 했던 것 같다. 



3. 왠 남자가 시장과 공사장을 오브제를 들고 걷고 있는 12분 남짓의 영상으로, 2009년 작품이다.


모래내시장은 아마 인천이다. 일본이나 프랑스도 그렇고 작가는 자기에게 의미있는 공간을 대상으로 삼는다.


남성 퍼포머의 헤어컷에서 당시 유행했던 헤어스타일이 보인다. 차분한 샤기컷.


음악에서 엘리제를 위하여나 다른 클래식 음악을 아케이드 게임풍으로 리믹스해두어서 인상깊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을 보니 음악은 달파란이 했다. 


역시나


2016 이후 영화음악상으로 유명해졌지만 원래부터 실력있는 뮤지션이다.


최근 영화음악은 예를 들어 구교환, 홍사빈, 이제훈이 나오는 <탈주>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가 생각난다. 작년에 봤던 인상 깊은 영화다.



출처 나무위키 : https://namu.wiki/w/%EB%8B%AC%ED%8C%8C%EB%9E%80

나무위키가 음악, 영화 크레딧 등을 잘 정리해두어서 쓸모있다. 익명의 지식분류자님들에게 감사.


1998년에 나온 달파란의 <휘파람 별> 1집은 아직도 세련되었다.


특히 비닐의 여신의 둥댕둥댕둥댕윙오윙오위오윙오.. 하면서 올라가는 멜로디는 오래 뇌리에 각인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75LyYtjO5TY



4. 임민욱 작가는 이렇게 퍼포머가 오브제를 활용하면서 이동하는 영상을 만들고


그 오브제를 전시장에 전시해두고 


녹슨 표면의 느낌이 있는 지도 같은 설치예술을 만들어서,


영상, 오브제, 설치예술의 삼박자로 전시를 구성한다. 신경쓴 음악과 의미있는 공간의 선택은 덤.


일민 미술관도 일본 유람선 영상, 영상 안에서 끌고 다니는 오브제, 1층의 거대한 설치예술이 있었다.


보통 영상 안에서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공간을 다니고 있는데


원래 그 공간에서 적합하거나 자주 목격되지 않는 사람들, 오브제, 행위라서 공간 자체의 의미를 다시 환기시킨다.


오래 지속한 일관적이고 선명한 작가의도가 있으니 기획자 입장에서도 편할 것 같다.








4. 작품 설명.


마지막에 '영토를 재맥락화'하는 과정의 작품이라고 써있는데


아마 들뢰즈와 가타리의 영토의 재영토화(reterritorialisation)를 말하는 듯하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가 1980년에 출판한 천 개의 고원(Mille Plateaux)라는 980)에서 등장하는 개념이다. 

1) 영토화(territorialization)

2) 탈영토화(Deterritorialization)

3) 재영토화(reterritorialization)

세 가지가 한 세트다.


1) 우선 영토화는 어떤 흐름이나 요소가 특정한 질서, 체계, 구조 속에서 안정화되는 과정이다.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문화적, 언어적, 정치적 흐름 같은 추상적 맥락도 해당된다.


예를 들어 한 사회가 특정한 규범, 법, 제도를 만들어 사람들이 따르도록 한다면 사회적 영토화라고 할 수 있다.

영토를 점령해서 자기 나와바리를 만들었다는 의미로 영토화를 생각하면 편하다.

어떤 단어가 특정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과정은 언어적 영토화라고 볼 수 있겠다.


2) 그럼 탈영토화(Deterritorialization)는 무엇인가? de를 붙여서 밖out, ~서 부터from의 의미를 넣었다.

영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어떤 체계도 완전히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해체되고 변형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거나 정착된 의미가 흐트러지는 과정이 바로 탈영토화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전통적인 경제 구조가 글로벌화로 인해 변화한다든지

특정한 단어가 인터넷 문화 속에서 기존과 다른 의미로 쓰이게 된다든지


3) 다시(re)를 붙인 재영토화(Reterritorialization)는?


탈영토화는 기존 체계를 바꾸는 것이므로 불안정하다.

탈영토화가 진행된 후 흐트러진 요소들은 다시 새로운 체계 속에서 자리 잡게 되는 것을 재영토화라고 이른다.


이때 유의할 점은 재영토화는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맥락 속에서 재구성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클래식 같은 전통적인 음악 장르가 글로벌 문화 속에서 랩(비와이), 락(메탈리카)과 함께 새로운 스타일로 변형된다든지

국악이 트로트화가 되거나 퓨전조선국악이 된다랄지, 송소희같이 된다랄지

국가가 기존의 정치적 체제를 무너뜨린 후 새로운 체제를 구축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탈영토화된 요소가 새로운 방식으로 고착되는 것이 재영토화다.


아주 쉽게 이해하면 영토화는 제도화, 탈영토화는 해체, 재영토화는 재구성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 개념을 통해 세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고 구성되는 과정에 놓여 있음을 설명한다.

모든 영토화는 필연적으로 탈영토화를 동반하고, 그 탈영토화는 새로운 재영토화를 낳는다.


이 개념을 적용하면, 문화, 정치, 경제, 언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체계가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형성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한식을 예로 들어 종합적으로 이해해보자


1. 한식의 영토화는 한식이 특정한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 과정이다.

예컨대 포르투갈에서 온 고추가 도입되고 한식에 정착하고, 된장, 간장, 두부, 김치 등의 발효 음식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2. 한식의 탈영토화는 기존의 한식 체계가 해체되거나 다른 방식으로 변형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한식이 글로벌화되면서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난 형태로 변형되는 것이다.

고추장 버터 파스타, 불고기 피자, 전주비빔라이스버거 같은 퓨전한식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재료나 조리법이 변형되는 현상이다. 

이 기묘하고 불안정한 혼합은 필연적으로 전통의 반발을 불러온다. 탈영토화는 그 영토를 떠났다는 의미이니 기존 한식의 틀을 벗어나 다른 문화와 섞여서 더 이상 전통적인 한식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3. 한식의 재영토화는 변형된 한식이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형태로 정착하는 과정이다. 

판다익스프레스의 차우메인, 오렌지쿠키나 미국 화교들이 개발한 포쳔쿠키 문화같은 것도 새로운 정체성의 중식이라고 할 수 있다면, 서양에서 한식이 K-푸드라는 브랜드로 자리 잡아 미국식 한국 치킨이 등장하는 게 있겠다. 아직 한식의 재영토화까지 간 것 같지는 않아 예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양식의 한국내 재영토화의 사례로서, (즉, 양식의 한국화, 양식의 한국적 재구성) 로제떡볶이같은게 생각난다.




이러한 이해를 거쳐


임민욱 작가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생각해보자


1) 우선 영토화는 작가가 어렸을 적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처음 방문했던 영화관이 있는 모래내시장의 개인적 기억과 정체성이다. 그 영화관은 단순한 건물이나 공간(place)이 아니라 개인적 경험과 감정이 깃든 장소(space)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기억을 형성하는 하나의 영토이다.


2) 다음 탈영토화는 영화관이 사라지고 도시 재개발 공사가 진행되는 2009년의 일이다. 기록 영상에서 담겨있는 공사판이다.

도시 재개발 정책으로 인해 영화관이 철거되고 공간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면서 기존의 정체성이 해체된다.

작가에게 익숙한 공간이 사라지면서 개인적 기억이 깃든 장소가 무너지고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을 경험했고, 퍼포머더러 대리로 산보시켜 기록한 것이다.

작품설명에서 '뒤엉킴'이라고 말할 때 그 불안정과 혼돈은 탈영토화의 특징이다.


3)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재영토화는 그 영화관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게 아니다.

작가는 라텍스 지도를 만들어 전시해두었고 그것을 재영토화, 재맥락화라고 했다.


작가는 재건축 아파트에 들어가서 새로운 공간 경험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전시장에 영상과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제3의 새로운 컨텍스트를 만들었다.

자기의 기억의 파편을 의미화하고, 관객을 자기의 기억에 동참시키고, 과거 영상을 틀어놓아

전시장 자체를 새로운 맥락으로 재구성하고 과거의 흔적과 단절되지 않은 개인적 경험을 제시하는 것이다.


왜냐? 원래 들뢰즈 가타리의 의미대로 생각하자면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이 스며든 채로 새로운 형태로 정착하는 과정이 재영토화이기 때문.


삐까뻔쩍한 재건축 아파트단지에, 철거이전의 기억이 있는가? 없다고 답한다면 이 말이 이해가 되리라


작가가 익숙했던 기억과 공간의 변형을 대리체험하는 존재로서 퍼포머는

마치 구보가 경성의 거리를 걷듯이 배회하며

영상을 보는 관람객들에게 뒤엉킨 공사판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감각을 경험하도록 한다.

내가 여기 살았던게 맞나? 싶은 감각이다.


기존의 공간이 사라졌지만, 새로운 공간도 아직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체성이 부유하는 상태를 영상에서 표현한 것이고,

이 감각은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하는 유목적 상태(becoming-nomadic)와 일치한다. 어지러운 공사판 뿐 아니라 터전이 없어진 재개발 구역 자체를 방황하는 사람을 보여줌으로써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아직 자리를 잡지 않은 상태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경성의 구보는 탈영토화에 머물러 있었지만, 임민욱 작가는 기록영상을 만들고 라텍스지도와 함께 배치함으로써 관객을 동참시켜 전시장에서 새로운 재영토화를 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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