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영화 <대홍수>의 호불호가 갈리고 드라마 <캐셔로>도 스토리에 문제점을 지적받는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클릭과 시청시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고


영어 영화 1위 그린치, 드라마 1위 기묘한 이야기가 세계 1등을 못하게 비영어분야를 아주 단단히 방어하고 있다.


물론 넷플이 제작비를 대고 IP를 가져가는 구조상 제작자가 이득을 벌기 힘들다는 점도 알고, 세계에서 한국작품 시청을 많이 해준다는 것과 당장 나의 생활수준이나 행복, 공동체 소속감이나 정체성과 관계가 없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그저 이제 언어를 기준으로 영어권, 비영어권을 서양과 여집합이라고 나눌 수가 없게 되었다는 깨달음이다.


대홍수는 남미,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1위고


캐셔로는

도미니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필리핀, 헤유니옹(프랑스돔톰=해외영토), 대만, 태국, 베트남에서 1위다


과거의 제국-식민지, 서양-비서양 이분법적 분류체계로 쉬이 판단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이슈는 제조업에서 이미 있었는데 물질에서 정신인 문화로 넘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호주 원목과 베트남 향나무로 프랑스 브랜드가 이탈리아 장인 시켜서 만든 가구라든지, 목화 생산부터 인도에서의 염색까지 수십 개의 세분화된 공정을 거쳐 만드는 글로벌 물류망 속 패스트 패션이라든지, 하나의 굿즈를 만들기 위한 온갖 공정이 전세계적으로 얽혀있다. 


뉴스에 많이 나오는 꽃게나 채소를 중국이나 동남아에 수입해다가 원산지 이름을 국산으로 바꿔파는 일은 너무 허다하다. 원료는 다 수입하고 파이널 터치만 들어가도 국산이 될 수도 있다. 일본 소부장을 들여와 껍데기만 만들어 팔았던 전자컴퓨터의 사례도 있다.


예컨대 한국 감독이 미국 제작사와 협업해 서양 배우를 데리고 모로코에서 찍은 작품은 아직까지 감독 국적에 따라 한국의 것이라고 인정되는 것 같다. 오스카상 국제영화상처럼 작품의 주된 언어를 기준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주요 인물이 여러 국적 협업이면 다 병기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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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데몬헌터스는 한국의 것인가 아닌가, 한국국적 멤버 없는 걸그룹도 케이팝인가, 미국에서 데뷔하고 미국에 본사가 있어도 케이팝인가 등등의 후속 질문도 생각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3420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18919.html


오펜하이머에서는 영국인 게리 올드만이 미국의 역사적 인물 트루먼을 연기하기도 하고, 영국-아일랜드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미국의 역사적 인물인 링컨을 연기하기도 하는 등 여러 논의가 저쪽에서는 있었던 것 같다. 유럽은 워낙 유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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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4 파이널 1차 TOP7의 무대를 보았다.


2009년 슈퍼스타K1 이후 16년이 넘는 동안 한국 관객은 음악경연 프로그램의 달인이 되었다. 파이널쯤 가면 처음 순서에 배치된 가수는 올라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뒷쪽에 임팩트와 몰입도를 주기 위해서다. 공연장이나 영화관에 지각하는 관객처럼 방송을 늦게 트는 사람들은 앞부분을 조금 미스해도 충분히 뒷 순서에서 완성도 있는 공연을 만날 수 있다. 그 효시를 찾아보자면 쌍팔년도 대학가요제 무한궤도(신해철)다. 가장 늦게 불른 가수지만 곡 처음부터 이미 사람들의 마음을 앗아갔다.


순서는 이렇다.

김예찬 <우리 후회하지 말아요>

슬로울리(서희) <Wait For Me>

규리 <누구도 받지 않을 마음이라도>

이오욱 <두렵지 않아서>

서도 <사랑이야>

김재민 <Fancy Like This>

도라도 <I want You>


역시나 뒷쪽으로 갈수록 좋았다. Top7중 김재민과 도라도가 완성도와 임팩트가 있었다


김예찬은 극한의 다이어트의 노력이 인상적인 재도전자로 시청자 투표는 1위에 머물렀지만 이번 무대 자체는 그녀의 최선은 아니었다. 고음은 훌륭하지만 장기간의 경연으로 인해 피로하지 클라이막스에서 힘을 쥐어짜는 듯했다. "우리 연인으로 만나요" 의 코드 진행과 전달력은 매우 좋았다.


슬로울리(서희)는 천재적 기량을 가지 가수인데 프로듀서를 잘못 만났다. 선곡 미스다. 이번을 계기로 김형석 작곡가의 총기는 끝났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이상 할 말이 없다. 2022년 SBS 싱포골드에서 박진영이 과하게 자기 색깔을 넣어 망친 헤리티지 매스콰이어의 무대가 생각난다.


규리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 좋은 형태의 가수인 것 같고, 감정을 쏟아내는 라이브 무대 체질은 아닌 것 같다. 더 좋은 곡은 그전에 있었다. 그래도 최근 트렌드는 경연 프로그램 상위권에만 있어도 자기 음악이어갈 수 있으니 앞으로 기대가 된다.


시원한 직선으로 뻗는 고음이 멋들어진 락커 이오욱으 조원상 프로듀서를 잘 만났다. 적절한 베이스라인이 고음의 미성을 고층 고딕성당의 무게를 서포트하는 비계처럼 잘 뒷받침해준다. 슈퍼밴드1에서 기타 4대로 콜드플레이의 Adventure of a Lifetime을 편곡할 때 베이스기타를 치다가 일렉사운드를 스위칭할 때부터 프로듀싱 능력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최근 <체인소맨 레제편>에 삽입된 요네즈 켄시의 Iris Out의 멜로디를 베이스로 잡아 베이스의 악마라는 별명이 붙은 그다. 이오욱의 꾸러기 표정은 소년미가 뿜뿜 나온다. 가수의 퍼포먼스도 일품이었고 전달력도 좋았고 편곡도 훌륭했다.



조선팝의 서도는 안신애 프로듀서를 만났다. 어쩌면 옛날에 태어났으면 박수무당을 했을지도 모르겠을 정도로 옛 전통의 정서를 전달하는데 큰 소질이 있다. 화음이건 코드건 분석을 멈추고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마지막 우는 모습의 눈물 한 방울이 노래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다. 번외로 안신애 프로듀서는 6년 전 2019년 채널A의 보컬플레이에서 더바버렛츠 멤버로 경연대회에 나와 넘치는 끼를 분출한 적이 있다. 흥이 넘쳐 도저히 주체할 수 없는 말괄량이였다. 이 아이를 어디에서 받아줄꼬.. 하는 엄빠의 걱정이 오늘 화면에 잡힌 그녀의 차분한 모습에서 약간의 안도를 얻었다. 물론 중간중간 잡히는 화면에서는 여전히 끼가 넘쳐보였지만 말이다. 얼굴 느낌상으로는 서도가 더 나이가 있어보이나, 안신애가 86년생 서도는 96년생이다. 남동생하고 대화하는 듯한 안신애의 누나 같은 모습이 낯설다. 프로듀싱은 가수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작업한 좋은 결과물이다. 원래 더바버렛츠의 작곡은 안신애 담당이었을 정도로 실력파다. 온스테이지에서 나온 더앰비규어스컴퍼니의 탄력있는 춤과 한국관광공사의 영상으로 유명해진 이날치의 <범내려온다>도 베이스 프로듀서의 힘이 컸다. 조선팝이 흥하려면 글로벌 컨템포러리 감각을 지닌 서포팅 롤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서도 자체가 하나의 장르다.


그러나 김재민과 도라도의 무대는 이전의 훌륭하고 짜임새 있는 노래를 모두 잊게 만들 정도로 괜찮았다. 김재민은 왼손을 수평으로 두고 관객 호응을 유도하며 왼쪽을 쳐다보는 자기만의 퍼포먼스가 이제 시그니쳐로 각인되었다. '디기디기'의 전달력이 좋다. 백업 코러스가 들어오고 세션이 받쳐주었을 때 더 빛난다. 라이브 무대를 지배하는 컨트롤 능력이 좋다. 모름지기 모든 예술가는 자기 안의 씨앗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아야한다. 내 재능이 돈과 기회와 상황이라는 외부조건을 만났을 때 크게 터질 만한 것인가? 아니면 소규모로 조그마하게 관리해야하는 것인가? 예컨대 영화 각본이 투자사를 만나면 비싼 특수효과를 넣고 다양한 로케와 유명배우를 화면에 담을 수 있게 된다. 만화가 인기를 얻으면 어시를 고용해 필선이 더 많아지고 배경이 화려해지며 애니로 2차믹스, 캐릭터는 굿즈시장으로 진출시킬 수 있다. 음악은? 더 큰 무대, 더 많은 선율, 더 좋은 음향기기.. 이를 감당하고 누릴 수 있는 자가 있고 벅찬 이가 있다. TOP7 무대 중에서는 이오욱, 김재민, 도라도 셋이 이를 증명했다 고 본다.


도라도는 외국인으로서 옛 한국적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이 훌륭했다. 이방인은 늘 소속된 공동체에 자기 포지션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미국에 이민간 한국인도, 심지어 미국에서 태어난 동양인 교포도 계속 손님 취급당하며 공동체 안에서 자기 PR을 한다. 심지어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마저도 백인들에게 손님 취급을 받는 미국에서 한인3세가 되어도 인정 투쟁은 그치지 않는다. 언어를 잘 하기 위한 노력에 더해, 자신이 소속 공동체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를 늘 어필해야하다. 나는 도움된다고. 필리핀인으로서 한국어를 연마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것이었고, 더 중대한 과제가 그녀의 앞에 있었다. 왜 한국시청자들이 필리핀인의 노래를 들어야하는가? KPOP 걸그룹이 외국인 멤버를 넣어 발족시키는 것처럼 해당 국가 시장 진출을 위해서? 싱어게인은 전혀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이에 도라도는 이방인일지라도 한국적 정서를 표현할 수 있다고 실력으로 증명하는 동시에 한국의 옛 발라드 가 충분히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치 동양인이 옥스포드나 하버드에서 영문학, 서양고중세, 유럽철학을 전공하는 존재감이 서양의 지역성을 보편으로 승화시키는 역할과 같은 이치다. 같은 맥락에서 도라도가 한국노래를 불러주는 자체가 국위선양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경연곡은 공교롭게도 시대를 거슬러 올라왔는데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1988)

박정운의 오늘 같은 밤이면(1990)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윤종신의 환생(1996)

에 이어 로이킴까지 왔고

이번에는 이제 막 따끈따끈 나온,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커스터마이징 곡까지 불렀다


도입부 "아무래도"의 전달력과 코드가 좋아 순간적으로 집중된다. 중간에 키전환하고 분위기 바꾼 것도 설득력 있고, 싸비도, "네가 고른"의 터지는 발성도, 클라이막스의 풍성한 고음처리도, 중간중간 묻어나오는 그리운 옛 8-90년대 터치도, 자연스러운 한국어 모음처리도, 마무리까지 모두 좋았다. 프로듀서 김도훈의 멋진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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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셰이크 레시피는 간단하다. 우유, 연유, 아이스크림, 얼음 넣고 갈면 금방 만드는 쉬운 레시피. 

주재료가 상시로 구비되어 있는 까페에서 20% 이하 원가로 쑥닥쑥닥 만들어 내기 간편한 메뉴다.


그래서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메인디시의 설탕, 미림, 맛술 조림부터

소금, 간장, 꿀이 들어간 불고기와

솔트카라멜 디저트까지

단짠의 조합은 무한이라 대체가능한 맛인데

굳이

튀긴감자와+간얼음우유여야만 했는가? 에 대해


중간에 구멍이 뚤린 오감자니 포스틱과는 차별되게

더 밀도 높은 조금 특이한 감튀로 답했다.


이 가격에서 생각보다 괜찮은 킥이 있었던 메뉴


메가MGC커피 신메뉴 감튀스틱 밀크셰이크 3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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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시즌2 오늘 풀린 8-10화 보았다.


이번 시즌은 게임의 룰과 빌드업이 좋고, 영어번역도 재밌고, 리더십에 대한 시사점이 있다.


1. 지난 화요일에 풀린 7화까지는 계급 전원 탈락 혹은 전원 생존 미션이었다. 미스터리 심사단 100명 1점→50명 줄여 2점→지난 시즌 참가자 10명이 10점씩 주는 3라운드 방식도 재밌었고, 작년 참가자가 심사위원으로 서프라이즈로 나온 부분이 재밌었다. 점수 공개를 한 명씩 우에서 좌로해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마지막 이모카세에서 끊어서 호기심을 북돋고 토론거리를 만들었다


2. 경연 프로그램은 늘 탈락자가 있다. 시청자는 플레이어에게 감정이입을 하는데 그 참가자가 탈락할 경우 불만을 품고 인터넷에 댓글을 올릴 수 있다. 이에 제작진이 일일이 대응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이런 멘션조차 하나의 인기의 징표로 사용한다. 넷플 예능 <더인플루언서>의 초반 룰에서 보아알듯 좋아요와 함께 싫어요도 관심의 표현이다. 무소식은 희소식이라지만 이 세계에서 무관심은 몰락의 징조다.


또한 일부 탈락자들에 대해 연민을 품더라도 게임이 다음 화로 진행이 되면 금방 뇌리에서 잊어버린다. 새롭게 룰과 시스템이 바뀌고 이에 대응하는 참가자의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에 빠진다. 중요한 것은 다음 멍석이 깔리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고대 로마 콜로세움에서 경기를 보는 관전자의 마음의 구조와도 비슷하다. 조금 더 잔인하고 난폭한 방식이긴 했으나, 승부에 패배해 투사가 죽어도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참가자는 다음 시즌에 까맣게 잊어버린다.


3. 나는 All or Nothing 룰을 보고 떨어진 계급 모두 서바이벌전을 하겠다고 생각했고 거의 엇비슷하게 흘러갔다. 그런 패자부활전을 거쳐 흑백연합전이 시작되었다. 물론 전원탈락한 흑수저 중 지옥에서 구원받은 행운의 인물은 소수다. 그 둘이 합류하며 백수저 다수에 흑수저 맛 한 스푼 포함된 연합경기가 시작했다.


4. 8-9화에서 손종원+요리괴물의 합이 좋다.


원리원칙주의자 요리괴물은 FM중시하는 육사출신 중대장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일이 닥치면 하고 자율성을 중시하는 칼마카세와 합이 안 맞았다. 리더로서는 선명한 리딩을 내리고, 부하로서는 자신에게 맡겨진 책무만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손종원은 전체를 보는 기획자로서 시야가 있고, 주방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예측불가능한 사태에 솔루션으로 답한다. 처음에는 INOJ처럼 5분 단위 계획표를 잡고 시작했다가 중간에 애드립과 임기응변으로 답한다. 화음과 레퍼토리를 모두 숙지하고 있는 재즈뮤지션들이 잼과 프리스타일을 하는 것과 같다. 겉보기엔 아무렇게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교한 계산과 오랜 경험과 탄탄한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야할 수 있는 것이다. 요리괴물이 제작진이 마련해준 오븐에 익숙하지 않아 제누아즈 굽기를 케이크와 쿠키시트 중간으로 잡아서 롤처럼 말리지 않을 때 스팀으로 찌라는 해결책을 준 리더십이 훌륭했다. 이런 연대장격 리더 밑에서 요리괴물은 자신의 팀을 이끌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손셰프도 방송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익숙한 주방이


아닌 상황에서 셰프들이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너그러운 태도로 임하고 요리괴물도 자신의 통제 범위 안에서의 실수는 책임을 지려고한다.


5. 임성근과 술빚는윤주모의 합도 좋다.


지난 라운드에서 임성근 셰프는 목소리가 큰 리더십에 다소 호불호가 있었다. 그의 리더십 하에 백수저팀이 34점 이상의 높은 점수로 이겨 기세를 이어갈 수 있게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엄청난 욕을 먹었을 것이다. 거칠고 우악스러운 그지만 게임을 이기게 해주었기에 그는 빛날 수 있었다.


그런 임성근에게 뒤에서 조용히 서포트하는 윤주모는 매우 적절한 조합이었다. 긴장감과 불안에 손을 계속 떠는 윤주모에게 내 식대로 하면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을 주는 임성근은 절묘한 팀웍을 만들낸다. 자아가 너무 강해서 이건 아닌데요 이게 맞아요 쿠사리 주는 다른 셰프랑 했으면 충돌을 빚다가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고분고분 묵묵히 따라주는 윤주모가 임성근을 적절하게 파트너로 잘 선택했다.


6. 아슬아슬한 리더십은 샘킴과 정호영의 조합이다. 



약간 거칠게 비유하면 악어와 악어새 같은 기생조합으로, 정호영이 재료손질, 칼질, 주방기구찾기 등 중간 단계를 다해주는 샘킴에게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는 조합이다.


같이 방송을 많이 해봐서 참가자로서 아는 것과, 실제 같이 일을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둘의 투 샷은 방송에서 많이 봤지만 키친 필드에서 합을 맞춰보는 것은 처음이다. 정호영 셰프 입장에서 만족도가 높다. 운명처럼 옆에 서 있던 샘킴을 선택한 것도 정호영이다. 인터뷰 태도에서도 갈린다. 정호영은 시종일관 만족이었고, 샘킴은 약간의 불만이 있었다. 심지어 정호영은 얼타고 10초동안 가만히 정신 나가있기도 했다. 샘킴이 하는 담백한 요리에 비해 부레찜은 너무 헤비하고, 이전의 아귀간도 너무 기름진 메뉴라 샘킴의 지향은 아니다. 샘킴이 정호영의 수셰프로 섬겨주었다. 어쨌든 생존후보로 올라갔지만 결과적으로 득은 없었다.

7. 후덕죽은 아예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자 일부러 떨어지려고 망고랍스터전채를 냈다고 생각한다. 


120분짜리 요리도 아니고, 현란한 테크닉도 들어가지 않았다. 마요네즈도 과했다. 그정도급의 요리사가 보일 실력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했다고 본다. 이미 많이 이룬 사람이고, 이 경연을 꼭 이기고 싶은 다른 후배들이 올라갈 수 있도록 구실을 만들기 위해 그런 메뉴를 냈다고 생각한다. 같은 중식 포지션의 중식마녀였다면 엄청나게 현란한 칼질과 웍질을 보였을 것이다. 일부러 미국에서 비행기티켓 끊고 온 이, 이름을 알려 투자를 받아야하는 이, 지면 가오가 상해 커리어가 위협받는 이 등등 이 경연에 목숨을 건 다른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다고 생각한다.


8. 후덕죽은 적당히 마무리하고 집에 가서 쉴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또 다른 패자부활전이다.

참가자를 끝까지 쥐어짜기 위해 게임의 룰을 사악하게 구성했다.

악독한 방송국놈들이 온갖 예능에서 다진 만렙 착취스킬을 가늠하지 못했다.

이제 다시 동료랑 싸우게 만들다니!

물론 시청자는 꿀잼이다

참가자들이 고생하는 경연은 너무너무 재밌다


9. 영어 자막에 특이하고 재밌는 게 있다.


임성근 셰프가 "매도 빨리 맞아야 해"라고 말했는데

영어 자막에서는 gotta rip off the band-aid라고 풀었다.


우리말 속담은 어차피 맞아야할 매는 피할 수 없는데 질질 끌수록 괴로우니까 차라리 한 번에 끝내는 게 낫다는 뜻이다.


물리적 고통을 줄이지 못할 것이라면 심리적 압박을 최소화하자는 고갱이를 영어권 사고방식에 맞게 문화적으로 의역했다.


파스나 접착 테이프를 한 번에 촥 떼어버리는 능동적으로 결단하는 모습이 브라질리안 왁싱을 상기시킨다.


10. 9화 중간부분 선재스님-김희은 부분에서

2013년 11월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 정준하, 김씨, 빈지노, 이소라가 불렀던 <사라질 것>의 전자음악 베이스와 같은 느낌의 노래가 깔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V04rUGLC4sk


11. 8화 흑수저 패자부활전 10개 식재료 한정룰에서는 재료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생존전략이고


요리괴물이 이를 잘 파악했다


소금, 설탕 포함 10개 한정이라고 했어도 그 10개가 그 10개가 아니다.

황누룩, 시오코지, 짠맛이 있는 버터, 근데 버터도 일반버터가 아니고 브라운버터, 이미 염지가 되어있는 염장육 판체타, 이미 간이 되어있는 치킨스톡을 사용했다.

레몬도 즙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레몬껍질도 사용하는 등 한 재료를 다층적으로 활용한다.

아스파라거스가 주재료지만 결국 고기가 포함되었고

소금 설탕 간장보다는 훨씬 더 복합적인 맛이 났다.


12. 경연을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만드는 음식이라 매장에서 나오긴 힘들 것 같다. 가성비가 안 맞고 단가가 안 나온다.


손종원은 대게를 구워 육수를 내는데 쓴다. 샘킴은 프로슈토햄을 소스를 내는데만 사용한다. 그리고 경연장에서만큼은 나머지는 버린다. 식재료값이 얼마나 들었을지


파인다이닝이란 궁극의 맛 하나를 위해 식재료를 아낌없이 쓰는 분야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맛의 미학을 위한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을 방증하는 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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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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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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