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론:아레스 보고 왔다. 비주얼적으로는 좋으나 스토리는 의뭉스럽다.
우선 음악은 트론:레거시(2010)의 다프트 펑크를 능가할 수는 없다. 명확한 킬링 멜로디가 귀에 꽃히는 EDM이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또 다른 주연 배우라고 할 정도였다.
아레스의 음악은 튀지 않는다. 펄스파형 신스의 잔상이 있고 크게 거스르지 않는데 그렇다고 돋보이지도 않는다. 영화에 묻어서 트론의 분위기를 살리는 정도다. 이정도면 음악으로서 제 역할을 다한 셈인데 워낙 전작의 음악이 좋았다.
AI 윤리학, 아니 AI 교육학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20대 초보 파파인 줄리안은 자기 말 잘 듣는 착한 프로그램에게 과하게 혼내고 꼽을 준다. 같잖은 오류라고 심하게 말하고 억압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화 내야하나? 좋은 아빠 되기 프로그램을 먼저 이수해야할 것 같다. 이제 막 태어나 옹알이 하고 메아리처럼 부모 말 따라하는 애한테 소모품이라고 남들 앞에서 폭언을 해대니 애가 반항하는 것이 당연
다른 여러 SF 영화와의 연결성이 보인다. 매트릭스에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 넘나드는 것과 비슷하게 펄스 레이저로 트랜스퍼를 한다.

빙글뱅이 구겐하임/국현미 과천/리움형 계단식 지상 주차공간에서 금발 염색 까까머리 아테나가 이브 킴을 쫓을 때 터미네이터 T-1000의 추격신이 생각난다.
질린저스가 장군 등 이사회 앞에서 PT하는 장면은 앤트맨 등 마블에 나온다. 싱이 신제품 PT하는 것은 스티브잡스가 생각난다.
빌딩이나 감옥에서 리클라이너 의자에 눕고 책상에 발 올리고 머그잔으로 무언가를 마시는 뚱뚱한 관리직 클리셰는 데이터센터 관리요원으로 나온다.
줄리안 딜린저(에반 피터스)와 아테나(조디 터너스미스)는 주어진 악역을 잘 소화했다. 조연뿐 아니라 주연 마스터 컨트롤(제레드 레토)의 메소드 연기도 좋다.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이브 킴(그레타 리)는 긴박한 액션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마지막에 차에 기대 나누는 대화를 클로즈업한 장면만 좋다.
연기의 색깔이 트론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공계 아시아인 여아들의 자아동일시 롤모델로서 시장확장 전략이다
디즈니의 PC주의가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 설교적인 색채가 없지는 않다. 서사의 방향성을 위해 스튜디오의 지향성을 지우려고 했으나 말끔하게 제거되지는 않았다.

굳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을 그리기 위해 CEO 자매를 묘사하고 여성이 코드 두드려서 영속성 코드 얻어내는 장면, 오토바이 혼자 타고 다니는 장면을 그려놓고 결정적이 클라이맥스에서 오토바이 뒤에 남자 안고 매달려 타고 스포츠카 모는 주연 옆에서 보수적인 조연 여성 역할에 머무는 것은 방향이 부적절하다. 영화 내내 그닥 주체적인 느낌이 없다. 오히려 흑인 여성 아테나가 파워풀하고 진취적으로 느껴진다.
아울러 그레타 리는 객관적인 영화 연출적 시각에서 카메라 테스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낀다. 약간 땅딸막한듯 보여 대개 늘씬하고 팔다리 긴 배우들과 함께 투 샷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투 샷 장면은 빠르게 지나가거나 도형이나 프레임 안에 가둔다.
테스 킴(셀린 윤)이라는 자매를 잃은 슬픔에 대해서는 설득될만큼 연출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K드라마 클리셰의 나이브한 활용 같다.
카체이싱도 특별히 좋은 것 같지 않다. 무난하지만 준수하지 않다. 뚝뚝 리듬이 끊기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비주얼이 좋아서 이음새가 뚝딱거리는 것을 못 보고 지나친다.
공격모드에서 무기에서 나오는 달군 유리 같은 네온빛 흔적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 연출은 지난 작이 더 임팩트있었다.
영화 끝나고 감독이나 배우 이름보다 유닛 디자이너 이름이 먼저 나온다. 그럴만하고 그래야한다. 영화는 그래픽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 플린 오피스 등 여러 덕질할 요소가 많다. 디즈니 테마파크에 새로 사용될 무대 디자인이 보인다. 영화가 아니라 2차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탈 것들과 공간이다. 그러나 이 공간이 정말 보안 프로그램 입장에서 필요한지 왜 해당 건축물이 그곳에 그러한 형태로 위치해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기능 없이 형상만 있다.
사진의 엔컴 침투신에서 가장 마지막에 따라 나오는 멤버의 달리기가 어색하다.

마지막 전투에서 거대한 모함을 그 짧은 시간에 펄스 레이저로 구현이 가능했던걸까? 29분이라는 제한시간에 그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모함으로 가서 결국 캐리어처럼 인터셉터만 날린다.
29분이라는 제한시간이라는 설정이 마스터 컨트롤이 말해주는 18분 몇 초 남았다는 대사와 스마트 글래스의 상태창로만 전달되는데 전혀 긴박감이 없다. 딜린저스가 있는 산 위 센터에서 도심 내려가는 시간만 삼십분이상 걸릴 것 같다.
주유소 직원이 혼다 시빅 클래식 스포츠카를 갖고 있는 것은 클리셰고 직원에게 잡지 보여주면서 나 누군데 1만 달러 송금(wire)할테니 핸드폰 빌려달라고 하는 것도 빈번히 등장하는 클리셰다.
디즈니가 좋아하는 서사구조가 너무 쉽게 읽힐 정도로 전형적인 구성을 따른다. 중간에 멘토를 만나는 것까지. 비트의 세계에서 2D 오마주가 나온다.제프 브리지스는 많이 늙었다. 상징성을 위해 나와야만 했다.
이전 작품 레거시가 메시지가 더 명확하고 몰입력이 있었다. 음악도 비주얼도 더 좋았다. 이번 작품은 팬서비스 같은 작품이다. 전작을 능가하지는 않았다. 연기는 여성 주연 배우만 빼고 남자 주연 배우와 남자 여자 조연 배우가 좋다. 연출, 서사 모두 특별하지 않다. 비주얼은 펄스 레이저신을 제외하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전작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주었다. 그러나 이번 아레스는 시리즈 팬이라면 안 볼 수 없다. 다음 작품에서 흑화한 줄리안이 그리드의 무너진 보안 시스템을 재건해서 복수할지 이미 예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