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트렌드 2026 읽었다. 전문 애널리스트의 글이다. 아마 컨설팅으로 제출한 일부의 글을 대중적으로 다듬어서 출판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치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책의 2/3에 숨겨둔다고 했다. 반환점 돌아설 때까지 읽을 수 있는 인내심이 있는 진성 독자를 위해 진의를 숨겨둔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50년 후엔 수루룩 스키밍하는 검색형 독서를 하게되리라는 점은 예측하지 못했다. 정보를 그런 방식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2/3지점이 아니라 마지막 장에 보물을 숨겨두었다. 책의 페이지를 끝까지 넘길 수 있는 페이지의 마라토너들을 위한 장이다.
츠타야는 이미 단행본으로 3권 이상 나왔는데 책에서 2번 나온다. 한 번은 최근 경향을 언급하기 위해 2장 취향 파트에서 필라테스 및 골프 공간과의 협업이라는 업데이트로 등장하고 또 한 번은 이 보물 마지막 장 서점 부분을 소개하기 위한 입가심이다.
온천 2층 서점, 로손편의점 서점, 잘라 팔기의 끝판왕 매대 잘라 팔기, 그리고 독립서점 창업 지원 금융프로그램 등이 나온다.



5장을 제외하고는 재봉틀을 판매전략이 재밌었다. 기능을 하나 더 넣은 신제품을 출시해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사람들이 재봉틀을 사용하지 않을까 기술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한 후 재봉틀이 너무 어렵고 힘들었던 초등학교 때 경험을 재편성하기 위해 기능을 줄인 축소 보급 버전을 만들어 재봉틀 사용은 어렵지 않다라는 감각을 먼저 제공해서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이후 아주 좁은 타겟층으로 대상으로 하는 노년에게 상냥한 버전, 가죽 공방에 관심있는 남성 버전으로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해서 판매전략을 다각화했다.
양극화하는 시장에 대한 여러 통찰도 흥미롭다. 햄버거, 레저 등 여러 분야에서 고급버전과 저가버전으로 나뉘는데 한 소비자가 영원히 저가버전을 쓰는게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저가모델을 취하고 돈을 모아 고급버전을 소비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라면 안경 화장품 내복 등 일반명사가 구매대상이었다. 베이비붐시절에는 그렇게해도 팔렸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가 되면서 브랜드와 디자인과 기능이 중요해졌다. 순한맛 진한맛 라면, 도수 뿔떼 안경, 지성 피부용, 건성 피부용, 쿨톤, 브라운톤, 울트라 히트텍 등등
일반명사에 형용사가 계속 붙으며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제품이 세분화하고 이에 맞춰 소비자의 취향도 딥해진다. 이제 더이상 체언으로서 디폴트 제품은 팔리지 않고 브랜드 이름과 디자인과 기능을 의미하는 관형격이 따라붙은 제품이 팔린다.
이 관형격이 이제 설명적 논조, 혹은 수수께끼 유발로까지 나아갔다는 것이 눈여겨 볼 만하다. 책에서는 근시안경이 눈을 작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만드니 안경의 색조를 조절해 눈동자를 크게 보이도록 하는 안경을 소개한다. 그럼 이제 제품명에 상황까지 설명하게 되는 것. 이정도로 소비자 트렌드가 딥해진다.
저가버전은 서민용, 백성용 / 고급버전은 부자용, 귀족용 이라는 이분법 프레임이 아니다. 오히려
저가버전은 상용, 고급버전은 이벤트용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누구나 1등석을 타보고 싶다. 제값을 주고 타는 경우도 있으나 마일리지도 타기도 한다. 타지 않을 평상시에는 유투버의 영상을 본다. 그리고 특별한 이벤트가 있거나 업그레이드 받아서 한 번 타는 게 1등석이다. 그럼 이벤트용 고급버전을 제공하는 자는 가끔 찾아오는 소수를 대상으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1등석 소비자=회장, 본부장 같이 고급 브랜드의 소비자가 계층에 연동되지 않게 된다.
또한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편의점, 서점, 공간대여점의 조치가 흥미롭다. <헌법의 풍경>의 저자 김두식은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2011)>라는 책에서 교회가 원래 맡고 있던 상호 부조의 기능이 국가에게 넘어갔다가 국가가 무력해지고 보험사에게 넘어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국가가 할 지방창생의 일을 일부 기업이 함께 짐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빠르게 읽을 제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