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여행하는 대만, 중국인들은 지명과 미술관 설명의 한자만 대충 읽으며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도쿄를 똥찡으로 발음하고 동쪽의 수도로 알아들어도 큰 무리가 없겠다. 아오모리도 칭린으로 발음하고 푸른 숲으로 이해해도 괜찮다. 오이타는 따펀으로 발음하고 큰 분할이라는 뜻이지만 그냥 지명이 으레 그럴 수 있겠거니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알파벳을 쓰는 국가끼리 지명을 자기 식대로 읽어버려 콜로뉴 쾰른 뮌헨 뮈니히로 알아서 부르는 것과 비슷해보인다. 잠깐 여행가서 도파민 자극받고 싶은 관광객이 언어를 다 마스터하고 갈 수란 없는 법 아닌가

개념어휘가 많은 미술관 설명의 한자만 죽 읽고 대충 이해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일본사만화 선사시대 부분에서 히라가나만 빼도 우리도 이해할 수 있다. "제1권 구석기시대 대화정권 탄생. 육지 계속. 일본열도 래 인. 구석기시대 거쳐 승문시대 이행"

하지만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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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486, X, Z 등 비슷한 사회문화적 경험을 했던 하나의 연령대에 대한 귀속감을 드러내는 세대론은 21세기 이후 출생자들에게는 큰 힘이 없다. 나는 X세대다라고 자칭하는 사람과 그에 끄덕이며 동조하는 사람들은 여럿 보았어도, 나는 MZ세대야 나는 디지털 네이티브야 하는 2010년 출생자는 거의 못 보았다. 옛날에는 개콘이나 사극으로 일요일 저녁을 마감하는 등 보고 듣고 느끼는 삶의 질감이 비슷한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취향이 세분화되어 있어서 동조감을 느끼기 어렵다. 심지어 남이 하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취향의 공동체를 소규모로 유지하고 싶은 경향도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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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 아이들
김기수 지음, 박연옥 그림 / 윌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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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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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비슷하다 했다. 비교하려고 찾아보니 같은 작가였구나!


광주 ACC에서 한 신체/장애 테마전시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가 서울역 모두미술공간에 하고 있다. 길이 폭 너비 모두 2미터에 달하는데 정작 얼굴은 없는 코끼리 설치작품이 있다. 만져볼 수 있게 되어있는 재생 플라스틱 플레이크 부스러기가 바스락거리며 떨어진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문자 하나 빼놓지 않고 그대로 시각화한 작품으로 접근성, 장애 테마와 결을 같이 한다.

내가 이런 얼굴 없는 거대 코까리 어디서 봤는데 하고 한참 사진첩을 뒤지다가 작년 10월 학고재 엄정순, 딩이, 시오타 치하루 단체전에서 발견했다. 아이고 근데 같은 엄정순 작가였네.

공교롭게도 실의 작가 시오타 치하루는 마침 지금 가나아트에서 개인전하고 있다.

코끼리의 대표성을 나타내는 코를 제거했으나 코끼리 형상을 전달해냄으로써 결핍은 나쁜 것이 아니라 상상력 촉진제라는 점을 시사했으며 방향성 없는 코끼리의 걸음걸이를 통해 이주문제도 연결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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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피드에서 보고 바로 구매한 책이 도착했다.

무더위에 운송되느라 정말 따끈따끈하게 댑혀진 상태로 배송됐다.

뜨슨한 책은 8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장정이었고

한 페이지에 거의 반도체 웨이퍼마냥 집적된 정보량이 많아 한 페이지를 넘기기 쉽지 않았지만 스콜라십에 경탄하며 몰입해 읽었다


파노프스키의 도상학을 불교미술에 활용해서 최대한 많은 예시를 수집해 시공간적으로 분류해보자는 발상이다. 도상을 분석하기 위해 최대한 텍스트에 근거했다. 기본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산스크리트어, 영어, 독일어, 한문, 중국어, 티베트어 모두 정통해야하며 파편 하나 보기 위해 온누리에 흩어져있는 미술관 박물관에서 발품을 팔아야하는 지난한 일이다.

이젠 파노프스키가 중요한게 아니다. 도상 목록을 심지어 개인 소장품까지 뽑아내 성과를 체계화했다는 점이 경이롭고 경이롭다. 가끔 사료 해독 미비하고 실증 근거가 미비한 상태에서 imaginery sphere니 feminism이니 하면서 이론으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탄탄한 1차 사료가 없이 해석틀만 바꾸는 것은 피상적인 해독만 낳는다. 그런 점에서 나고야대 명예교수 미야지 아키라의 학문적 업적은 랜드마크라고 할만하다.


도상의 체계적 분류는 일반인들에게도 도움된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 문양과 식물이 무엇인지 다른 작품과 어떤 관련성이 있으며 어떤 패턴으로 바뀌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직관적인 독해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팬시한 이론이 새로운 읽기방법이라는 리브랜딩으로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것과는 달리, 남들 눈에 띄지 않는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방미술관의 학예사들이 많이 할 법한 노동집약적 분류작업인데 학벌, 위치, 지위 등으로 인해 이들의 노력이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지 못해 아쉽다.

구체적으로 불교도상학을 어떻게 했다는 것인가?

우선 하나의 테마에 대해 자료를 최대한으로 수집해 관련텍스트와 함께 독해한다. 프랑스의 간다라 미술연구자 알프레드 푸셰(1852년생임)나 책에서 언급되 마쓰모토 에이치 교수가 이런 작업을 했다.


그러나 연구를 하다보면 도상과 텍스트가 매칭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 도상의 출처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야지 교수는 이런 경우를 도상과 텍스트의 거리가 있다고 표현하며 인도의 보살상을 예로 들어 시대와 지역을 한정하여 도상의 (시각적) 특징을 계통짓고 분류하는 공시적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이렇게 지역을 한정한 공시적(같을 공 시간 시) 방법과 짝을 이루는 것은 시간적 변화를 다루는 통시적 방법이다. 도상의 지역적 시대적 변천사를 다루는 것이다. 이 단계까지 가려면 고전적 연구와 도상의 세부 디테일을 전체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 기계적 훈련이 완벽히 되어있어야한다. 대부분 이 단계를 뛰어넘고 시각적 대비가 명쾌한 시대적 변천사로 급히 뛰어넘는데 남의 연구를 읽는 것은 흥미롭지만 실제로 자신이 그렇게 하려면 여간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 패스트 트랙으로 기존 선학들의 분류를 레퍼런스 삼고 일필휘지로 논문을 쓰지만 영양가는 없다. 무엇보다 자기에게 도움이 안된다. 정물화 드로잉이 훈련된 화가가 슥슥 붓질하는 추상화를 그리는 것과, 선도 잘 못 따는 사람이 돈 잘 벌리는 팝아트하겠다고 하는 것은 예술가의 수명에서 같지 않다. 확고한 기초 위에서 해석과 변주를 시도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인 것이다.


많은 분류를 직접 해내어서 눈이 뜨이고 감식안이 발달되 이가 표현할 수 있는 문구는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p159 집근강신은..약사 혹은 구햐카라고 불린 하급 귀신=풍요신이다. 복수로 등장한다... 모두 부를 저장하며 부를 감추는 점,

또 쿠베라를 모신다는 점에서 종종 동일시되었던 것이다. 이 신들이 집금강신으로서 불교에 받아들여졌을 때 그 명칭과 수의 혼란이 발생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빅토리아&앨버트미술관 소장의 부조 단편에서 표현된 상좌 앞에서 쓰러져 슬퍼하며 우는 네 명의 인물은

복수형으로 표현된 밀적금강역사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판단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간다라 미술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북촌 바라캇 정도에서 밖에 보지 못했다. 심지어 국중박의 중앙아 컬렉션은 일제 때 오타니 고즈이가 경성에 잠깐 보관하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간다라 미술 컬렉션을 국박 뿐 아니라 개인도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 저자는 비단 일본 개인소장 뿐 아니라 런던, 브뤼셀(?!), LA 등의 개인소장도 사진 도판과 함께 분류해두었다. 놀랄 노자다.



526쪽부터 시작하는 키질석굴의 시대적 변천사는 정말 어질어질할 정도로 엄청나다. 숨도 못 쉴 정도다. 지리적으로 분포된 도상을 보고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것이다 제1실 볼트천장, 산악구조, 텍스트 분석에서 내공 만렙 전문가의 무쌍난무를 보는 것 같다.

처음 알게 된 표현도 있었다. "조형작품상에서 이러한 형태들이 판연하게 일치하는 것이 아니어서 구별이 어려운 것도 적지 않다(p281)" 판연하다=명백하다라는 뜻인가 싶다.

뒤에 있는 도판 54개만 보아도 석재에서 형태를 읽어내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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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외 지음, 김선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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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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