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샘플에세이


미국 학생들 에세이 채점할 때 어려운 것은 문법이나 내용이 아니라 필기체를 알아보는 것이다. 선생으로서 이게 더 고역이다.

처음 연수받을 때 뉴저지의 교사에게 몇 명 클래스에게 얼마나 작문숙제를 주는지 물었는데 대략 30명의 3쪽짜리 에세이를 거의 매주 채점한다고 했다. 그렇게 시켜야 실력이 는다고 했다. 본인은 힘들어도 학생들을 위해서란다.

어렸을 때부터 자판 타이핑과 엄지로 스마트폰 글자입력이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학생들이다. 원래 손으로 필기를 잘 하지 않아서 학교 수업에서만큼은 노트필기하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태블릿은 종이대신 허용할 수 있다.

학생은 표현 일부를 암기하고 탬플릿을 익힌 다음 글을 쓴다. 최근에는 GPT로 인해 타이핑된 글은 모조리 첨삭받아서 낸다. 출력물은 교수 뺨치는 퀄리티인데 발표나 손글은 어설픈 베이비 수준이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앉혀놓고 전자기기 없이 손으로 쓰게 해야 본디 실력이 나오는데 손글씨를 읽는 채점자만 힘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스타트라인 - 작가들의 빛나는 시작
김기태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은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술도입 후발주자의 발전단계 징검다리 뛰어넘기


비동시성의 동시성. 전세계의 모든 국가가 다함께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클린턴 시기 메트로폴리탄 뉴욕은 아프리카 국가의 수도에 비해 외계문명급의 신천지였고. 60년대 한국과 일본은 현해탄을 기점으로 이세계나 다름없었다. 저개발국가의 외교관이 선진국에 파견되는 것은 자기나라보다 부유한 별나라에 가는 것으로 흡사 왕이 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엘리오 같은 일이다.


벨이 전화기를 발명하고 국토에 통신선을 깔기 시작한다. 해저케이블도 깔면서 국제전화가 가능해진다. 도시에는 공중전화망이 깔린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전파망을 사용한 무선전화기가 개발이 된다. 도입 초기에는 경쟁을 하지만 더 빠르고 안정적인 통화품질을 보장하게 되고 유선전화기가 하지 못하는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면서 그간 거액을 들여 깔았던 전화망은 의미를 잃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것은 그동안 지하를 뒤엎어 통신망을 깔지 않았던 국가가 경제발전을 시작하면 이전단계를 뛰어넘고 무선전화기가 보급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섬이 많은 인도네시아, 사막지형 아랍, 국토가 길고 숲이 많은 베트남 등에 스마트폰이 보급된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도 사막에서 도피하는 미군이 아랍 마을에 들어가 스마트폰을 빌려 전화해 미군 본부에 탈출사실을 알린다. 


물론 저임금으로 노동집약적 경제구조를 추구하기 때문에 아직 가계소득이 많지 않아 제품은 저가형이어야 알맞다. 영어로는 feasible. 이를 간파하지 못해 라인의 초기 진출이 실패했다. 타이밍은 정확히 계산했는데 보급형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고급형으로 들이밀었다. 비싸더라도 좋은 거 써! 공돌이들의 흔한 실수다. 경제성장하는 나라는 우수하고 좋고 비싼 제품이 아니라 싸고 적절한 가격의 제품이 비교우위에 있다.


컴퓨터도 비슷하다. 수퍼컴에서 퍼스널컴퓨터로 성능이 진화하면서 소형으로 각 가정에 보급된 컴퓨터는 노트북이 되어 이동성까지 보장한다. 20세기 후반 미국과 일본은 이 발달 단계를 온전히 겪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PC를 뛰어넘고 노트북을 먼저 받아들였다. 섬이 많아 PC는 무겁고 운송이 불편하기도 하고.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PC를 본 적도 쓴 적도 없다고 한다. 일부는 랩탑에서 타이핑을 해본 경험도 없다. 엄지로 스마트폰 자판으로 입력하는 것만 알고 있다. 이런 나라에선 캠코더, 캐논, 필름 카메라 등과 연관된 집단의 문화적 기억이 없고 바로 스마트폰 인스타그램으로 건너뛴다.


교통도 비슷하다. 메이지시대(1872년)부터 전차가 다녔다는 일본은 60년대에 도카이도 철도를 깔아 도쿄와 오사카를 연결하는 등 철도망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210km/h 정도를 견딜 수 있게 깔았는데 이정도도 당시에는 매우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신칸센이 발전해 360km/h로 주파할 수 있게 되었는데 철도노선이 속도를 버티지 못해 최고 285km/h로 감속해서 주행한다. 노선도 터널을 뚫은 산요신칸센에 비해 곡선구간이 많아 우회해서 시간을 많이 소모한다. 인프라는 초기 도입시 설계에 이후 계속 제약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선구적인 비저너리가 마이카시대를 예상하고 경부선 8차선, 테헤란로 10차선을 깔지 않았다면 지금쯤 멕시코시티, LA, 자카르타, 테헤란 같은 엄청난 교통체증을 겪고 있었을 것이다.


교통은 아직 통신에서 유선→무선으로 바뀐 정도의 전환점이 완전히 구현되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퍼스널 모빌리티와 드론 등이 그 하나의 밴티지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유선전화 시대에 도심에 공중전화 부스를 곳곳에 배치하고 각 가정의 유선전화기를 위한 통신망을 깔았지만 무선전화시대에는 필요없게 되고 다 들어엎게 된 것처럼. 교통도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선로망이 아니라 개인맞춤형으로 이동하게 될 것 같다. 고속도로와 차가 있지만 별개이면서 보조적인 역할을 할 것 같다.


지금 인구가 폭발하고 경제 발달 초입에 들어갔는데 인프라가 깔리지 않은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혹은 통일 이후 북한지역에서는 거대한 투자가 필요한 공공 인프라를 점프하고 스윙, 다트 같은 앱기반 개인형 이동장치로 이동하는게 보편화될 것 같다. 마치 무선전화기처럼 편리하고 간편하고 가볍게.


울퉁불퉁한 흙길 위를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좁은 트랙은 필요할 것 같고 그정도는 깔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호버처럼 부유해서 공기중을 이동할 수도 있겠다. 그럼 목적지에서 목적지까지만 이동할 수 있고 터널도 안 뚫어도 되어서 환경친화적이다. 도착해서 호버를 개인집 태양열 전기충전소에서 고속충전시키고.


금융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출생증명 신분증명 등 사회적 신뢰와 제도를 바탕으로 한 통장거래 기반의 은행금융이 보급되지 않고 핸드폰이 바로 신분증명서의 기능을 하게 되면서 통장 개설을 건너뛰고 모바일 거래로 전환되었다.


요지는, 세계의 나라는 같은 시간선에 살고 있는게 아니라 각자의 경제기술발전에 따라 다른 시대를 살고 있어, 2025년에도 선사시대 초기부족국가를 살고 있는 섬나라가 있을 수 있고, 산업화 전 전근대를 살고 있는 나라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비동시성의 동시성의 세계에서 어떤 나라가 경제발전의 후발주자로서 뒤늦게 기술을 도입하면 브레이킹 포인트 이전의 기술은 무시하고 간편하고 가볍고 싸고 기동성이 좋은 기술을 먼저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다 경험한 선진국의 발달단계를 그대로 밟는 것이 아니라.


후발주자는 패스트 팔로워라 기존 롤모델의 모든 것을 답습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이제 후발주자가 아니다. 우리는 선도적 모델을 고민해야할 때다. 후발주자는 이제 자신의 때가 오고 있는 저개발국가다. 바로 스마트글래스, 자율주행, 우주스페이스, 푸드테크, 바이오기술, 피지컬AI로 넘어갈지 모른다. 후발주자가 선진국을 뛰어넘는 일은 많이 힘들다. 선진국의 초기모델을 뛰어넘는다는 말일 뿐이다. 선진국은 기존의 모델과 씨름하느라 사회적 비용과 철거 비용을 지불하며 넥스트 테크놀로지 기회를 놓치고 기력을 소진하는 동안 후발주자는 허허벌판에서 최신 모델을 도입해 급성장을 할 것이다. 물론 선진국은 여전히 기술을 선도하고 제품을 고급화하겠다. 100년 전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얼마나 인류문명이 천지개벽을 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이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청담 페로탕에 다니엘 아샴 전시가 열렸다. 작년 이맘때 7-10월에 잠실 시그니엘 6층 롯데뮤지엄에서 열린 회고전 후 1년만이다.


페로탕 전시는 8.16까지다. 폭염을 피하려는 이들은 7.25 이후에 열리는 근처 아뜰리에 에르메스전에 맞춰서 가면 좋을 것 같다. 에르메스는 매년 3, 7, 11월 년 3회밖에 하지 않는다. 아울러 근처 송은 권아람전은 8.9까지, 탕 아누크전은 8.23까지다. 그러니까 대략 7.25-8.9 사이가 적절한 방문의 시기다. 이때 지금보다 더운 폭염이 올지 극한 호우가 올지는 지금은 모르겠지만


이번 페로탕 전시에서는 아샴의 세계관 중 자동차, 스타워즈, 패션, 스포츠, 굿즈 콜라보는 제외하고 미래유물futurrelic 상상의 고고학 fictional archeology에 해당하는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사진: 작년 롯데뮤지엄 다니엘 아샴 유니버스


페인팅은 대부분 시그니쳐인 미래유물, 상상의 고고학 테마다. 현재에서 몇 백 년 전 과거유물을 돌아보는 감각이, 몇 백 년 전 미래에서 오늘을 보는 감각과 비슷하다는 화두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원주민이 신성한 산으로 추앙하던 러시모어산에 조각된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처럼 큰 바위얼굴에 조각된 콧대 높은 아그리파형 서양 두개골 얼굴을 먹먹히 바라보는 사람을 그렸다. 다만 작년과는 달리 현대 대중문화 캐릭터와 그리스로마 흉상을 반반 배치한 작품은 없어 키치한 느낌은 없다.


이번에 미래유물과 상상의 고고학을 위주로 페로탕에 배치된 아샴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미래과거시제, 톤다운된 코스믹호러다.


미래과거시제는, 미래 그 시점까지 "해두었을 거야"를 지시하는 would have pp의 미래완료시제가 아니라, 미래에는 과거처럼 변해있을거야라는 미래에서 본 과거시제라는 가상의 시제다.


현재에서 머나먼 과거를 응시하는 시간감각이 미래에서 현재를 보는 시간감각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작가는 그 두 시차를 한 작품에 병치한다. 또한 페트라, 피라미드, 콜로세움 등 무너진 문명의 폐허에서 보이듯, 과거에서 현재가 반드시 나아지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아니기에 미래를 쇠락한 고대문명처럼 그려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벗겨진 금속 표면과 푸르른 청동 알몸이 공존하는 작품은 전시장 외부에 대형, 내부에 소형으로 두 점 있다.


이러한 미래 시점의 회고적 시간관은 기술이 진보하고 사회가 발전해 인류가 나날이 풍요로워지다는 단선적, 선형적, 진보적, 개발주의적 세계관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인간의 잘못된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불변으로 믿고 있는 사회시스템은 무너질 수 있고 문명은 퇴보할 수 있다는 것. 찬란했던 고대문명도 시스템유지가 안되고 계승자가 나오지 않아 안에서부터 무너지게 되면 더이상 그때 그 정교한 기법으로 조각, 건축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오늘날 우리는 원래 금박으로 뒤덮여있던 그리스조각의 금을 긁어다가 무의미한 전쟁을 하느라 군비에 대고 흥청망청 써버린 후대의 무능과 퇴행탓에 지금은 제작자의 의도와는 달리 벗겨진 청동 알몸 조각만 보게 되었다. 이에 영감을 받은 아샴은 그리스 조형에 금박이 칠해진 부분과 아닌 부분을 함께 보여주어 원형의 과거와 퇴보된 현재, 혹은 본래의 현재와 왜곡된 미래를 함께 보여준다. 지금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으면 풍요로운 미래가 아니라 쇠락한 미래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우선주의를 비판하는 환경생태주의를 암암리에 뒷받침하고 있는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2025년 다니엘 아샴 페로탕(내부)

2024년 다니엘 아샴 롯데뮤지엄



국내 SF작가 중 배명훈의 소설이 다니엘 아샴의 화두와 닮았다.

과거 도시의 기억과 장기 게임을 활용한 고고심령학자(2017) 

문명세계가 아닌 정글법칙이 지배하는 화성을 다룬 빙글빙글우주군(2020)

시간과 미래, 외계와 꿈을 다룬 단편 9편으로 구성된 미래과거시제(2023)

과 같은 작품이 특징적이다.






























사진: 디즈니


또한, 압도적이고 전능한 존재 앞의 무력감이 지배적이 크툴루 신화에서 비롯된 코즈믹 호러와 닮았는데 무력함보다는 세계의 허망함이 느껴지기에 다소 톤다운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마드랜드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중국계 감독 클로이자오가 연출한 마블의 이터널스에서 대륙 크기의 셀레스티얼이 지구에 다가오는 장면에서 코즈믹 호러를 일부 표현했다. 류츠신 원작의 SF소설 삼체의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도 하늘 전체가 번쩍이는 장면에서 우주적 존재 앞의 공포가 보인다. 전시장에 걸려있는 다니엘 아샴 작품 중에서 큰 바위 얼굴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의 무리가 있기 때문에 코즈믹 호러까지는 아니고, 거대한 존재 앞에 서있는 작은 사람의 광막함은 있다. 오히려 걸리버 여행기가 비슷해보인다.


2025년 다니엘 야삼




 걸리버가 12배나 작은 소인국의 릴리푸트에게 묶여있는 그런 발랄함과 용감은 단연코 아니다. 18세기 제국주의 팽창의 시대에 나온 걸리버여행기(1726)에선 로빈슨 크루소처럼 자연과 미지의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진취적 희망이 가득했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다소 패배주의적인 무력함이 지배적이고 이를 표현하는듯 아샴의 페인팅에서는 거대한 문명 앞에 느끼는 먹먹함과 무상함이 느껴진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듯.















2024년 다니엘 아샴 


2025년 다니엘 아샴

사진: 디즈니




이번 전시에서는 추락하는 시계 falling clock을 확장한 기억의 건축 memory architecture이 특이하다. 고대로마조각상 두개골 안에 건물 내부를 그린 드로잉 연작으로 뇌 속 기억을 계단과 플로어라는 물성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ttps://www.youtube.com/watch?v=E5MkJH_LEKI&list=TLPQMTEwNzIwMjW2yq3g7plejA&index=5


전세계 비행기, 열차를 타며 여행을 다니는 146만 구독자의 일본 유투버 솔로 솔로 트레블이 서울 방문기가 몇 시간 전 공개되었다. 도쿄→교토→후쿠오카를 거쳐 일본 거점도시에서 하루씩 여행을 하고 후쿠오카에서 페리를 타고 6시간 거리인 부산에 도착해 서울로 KTX를 타고 올라가는 여정이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의 모습을 보면 깨달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다. 현대 예술의 낯설게 하기,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소격효과와 유사한 것으로, 감정을 이입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으로 우리에게 익숙했던 사물과 풍경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1) 외국여행 중 자국 음식을 찾을 때가 있다. 유럽에 놀러가더라도 어느 순간 베이커리와 스테이크가 물려 한식당을 찾기 마련이다. 외국여행을 자주 다녀 이에 익숙한 한국인은 자연스레 캐리어에 라면과 고추장을 챙긴다. 그러나 외국의 한식당이 한국인이 운영하지 않을 경우 현지와 다른 점이 눈에 띄일 수 있다. 영상의 일본인도 부산에서 일본라멘집을 찾았는데 교자에 생강이 같이 나오는 것에 의문을 표한다. 생강과 곁들어진 교자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이 교자는 자기를 문어구이(타코야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말하며 생강 옮겨다가 라면에 넣어먹는다. 조합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우리로 치면 냉면과 같이 나오는 겨자나 식초소스가 국밥에 같이 나왔을 때의 느낌일까?


2) 최근 판다익스프레스처럼 메인에 한국식 반찬 사이드 디쉬를 세 개 골라 담아 결제하는 식당이 미국에 늘어났다는데, 미국인은 그 밥에 소스를 또 뿌려먹는다. 아무리 외국음식이라도 원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변형해먹는다.


3) 김밥을 베지터블 스시, 즉 채식 스시라고 이해하고 있다. 불고기가 들어가서 의아해한다. 삼각김밥과 김밥을 같이 구매한다. 일본에서처럼 오니기리와 스시를 같이 구매하듯. 우리는 삼김과 김밥은 상호대체재지 보완재가 아니어서 삼김을 먹거나 김밥을 먹거나 둘 중 하나인데, 일본은 오니기리와 스시는 보완재인가보다.



4) KTX 출발 가속도가 느린 점을 신기해한다. 어렸을 때부터 철도를 많이 타고 다니는 일본인은 아무리 철덕이 아니더라도 기차의 종류, 속도 등 디테일에 민감한 것 같다.


5) 전체적으로 거리가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거리는 상당히 더러운 느낌이다. 쓰레기도 방치되어있고 지저분해보인다. 일부러 그런 것만 담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영상에 비해 한국 거리의 지저분함이 부각된다. 한국을 좋아하더라도 팩트가 그렇다. 그런데 막상 사는 우리 입장에서 그런 더러운 거리풍경은 잘 느껴지지 않는데 타인의 영상에서 보니 아무래도 그런 모습이 많다. 물론 강남 반포 동탄 위례 같은 신도시 거리는 잘 관리되어있다. 관광지, 허브, 도심부가 깨끗하지 않다. 페리의 팬트리(탕비실)도 더럽다. 관광객의 첫 이미지가 별로 일 것 같다. 정부가 관광촉진은 많이 하려고 하지만, 그 관광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디테일은 아쉽다. 위생관리가 정책이나 제도적 보완, 인센티브가 아니라 개인의 도덕이나 임기응변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6) 관광객은 정보가 별로 없어 로컬들이 가는 현지 맛집을 찾아가지 못한다. 관광지에서 발을 딛다가 눈에 보이는 적당한 곳을 간다. 일본식으로 시장을 생각했다가 시장은 직물시장이었고, 지피티에게 물어봐 직물시장 위의 푸드코트를 갔다. 맛집은 커녕 시장 관계자를 위한 평범한 식당이다. 아마 한국인이 일본도시에서 헤매다가 가는 음식점이 이런 곳이 아닐까 싶다.


7) DDP를 철제 비누 같다고 표현했다.


8) KTX 퍼스트클래스에 주어지는 땅콩쿠키 세트. 안내문구가 없어 가져가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박스 겉면에도, 박스에도 안내사항이 없다. 초코과자를 샀다가 박스를 풀어보고 낭패라고 생각한다. 현지어를 못하면 접근성이 확실히 떨어진다.


9) 세븐에서 처음처럼, 저당 말차 모나카, 요구르트 젤리와 포켓몬카드를 사서 돌아와 호텔 책상 위에 배치해 한 스크린에 담았다. 묘하다. 우리는 처음처럼을 마실 거라면 삼겹살집에서 먹거나 하다못해 쥐포라도 가져왔을 것인데 모나카와 젤리라니.

그런데 말차와 요구르트 젤리는 정말 일본사람으로서 할만한 선택이다. 일본에도 있는 것이라서 익숙한 맛을 고른 것. 한국인도 일본 편의점에서 이런 저런 거 골라서 호텔방에 가져왔을 때 일본인 입장에서는 왜 이걸 같이 샀지 싶은게 있을거다.


10) 이것은 한국인으로서도 의문인데 KTX 1등석 코너에 있는 물 코너, 왜 버튼이 세 개나 있는 걸까 차이가 있나.


11) 부산 당일치기 부산항과 서면, 서울 당일치기 동대문과 명동과 경복궁. 관광객이 다니는 이런 동선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까페, 맛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그들의 영상에는 로컬 맛집이 잘 담기지 않는다. 있더라도 숨어있어서 정보가 많은 한국인 네이티브만 알 수 있다.

한국인이 파리, 런던, 뉴욕, 베를린 같은 도시에서 여행하고 찍은 영상도 거의 이런 느낌일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