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고양이의 결심 -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45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란치스카 비어만..이라는 이름은 잘 모르지만, <<책 먹는 여우>>라는 제목을 들으면 아마도 아이 키우는 집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에게나 엄마들에게나 "대박" 책으로 꼽히며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어느 집에나 꼭 있는 그런 책이 되었다. 그건 우리집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좀 이르다(초등 저학년용 책이었으니..)...싶었던 4살에 사준 책이 이미 너덜너덜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긴~ 책 읽어주는 것을 무지 싫어라했던 나로서도 내가 사준 책이니 할 수 없이 아이가 읽어달라는대로 읽어주었고, 또 아이가 자라 스스로 읽게 된 후에도 시도때도 없이 읽다보니 그리되었다. 

왜 그렇게 아이들이 좋아하는걸까? 너무나 사람(그것도 조금은 독특하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아자씨 느낌의...ㅋ) 같은 동물을 앞세워 엄마들이 하면 안된다고 부르짖는 행동들을 일삼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새사람(혹은 동물?)"으로 다시 태어나는 큰 반전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굉장히 밝은 색감의 재미있는 만화풍 일러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책 먹는 여우>>에 이은 <<게으른 고양이의 결심>> 또한 비슷한 과정을 따라가는 것 같다.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쉴 틈도 없이 계획대로 움직이지만... 그 계획은 모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파 위에서만 이루어진다. 얼마나 꼼짝 않는지 소파 위에 큰 언덕과 연못이 생길 지경...ㅋ 뒹굴이가 바깥으로 움직일 때는 하루에 딱 한 번, 화장실에 갈 때뿐...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세상끝'으로 부르는 화장실로 향하던 뒹굴이는 그만 옆집 강아지 루디와 "쾅"하고 세게 부딪히고 만다.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그 이후부터 뒹굴이의 온몸을 돌아다니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벼룩" !!! ^^

  

소파에서 꼼짝도 하기 싫은 뒹굴이이지만 벼룩을 다시 누군가에게 옮기기 위해 결국은 외출을 감행할 수밖에 없어지고 이 어쩔 수 없는 외출은 뒹굴이의 삶에 새로운 활력이 된다는 이야기~!!

처음엔 자신의 벼룩을 다른 동물들에게 옮기기위한 음모를 숨기고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동물들을 도와주고 함께 우정을 나누고, 사람에게 안겨도 보고 하는동안 뒹굴이는 자신의 계획 외에도 훨씬, 아주~ 훨~~~씬 재미있는 일들이 바깥에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마지막 장면, 루디가 고맙다고 준 축구복을 입고, 기니피그가 준 네잎 클로버를 귀 뒤에 꽂은 뒹굴이 모습은 얼마나 활기차 보이는지!^^

지은양은 나를 꼭~ 닮아 어찌나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대게 밖에서 노는 걸 더 좋아하던데,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있어도 전혀... 지루해하거나 갑갑해하지 않으니 엄마로선 정말 답답하다. 하지만, 뭐 엄마가 모범이 되지 않으니 뭐라 할 말도 없다. ㅋ 하지만 집 안보다 역시 따스한 햇살과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나무, 꽃, 낙엽,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만끽하는 쪽이 훨씬 더 좋다. 더 자주 아이와 함께 밖으로... 밖으로 나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 이어... 이 책까지 읽으니... 정말 제주도에 가고 싶어졌다. 왜 그렇게 친구들이 기를 쓰고 걸으러 가겠다고 했는지 이제서야 "진심으로" 이해가 간다. 몇 번이나 제주도를 여행했으면서도 난 참 엉터리 여행을 했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여행에는 그 나름대로의 추억이 있기 때문에 내가 했던 제주도 여행이 모두 쓸모가 없다...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역시나... 올레길을 걸으며 온전한 제주를 느끼고 싶다.

"올레"는 자기 집 마당에서 마을의 거리길로 들고나는 진입로의 제주 방언이라고 한다. 

"밀실에서 광장으로 확장되는 변곡점, 소우주인 자기 집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최초의 통로가 올레다. 자기네 집 올레를 나서야만 이웃집으로, 마을로, 옆 마을로 나아갈 수 있다. 올레를 죽 이으면 제주뿐만 아니라 지구를 다 돌 수도 있다. 제주를 걷는 길에 딱 들어맞는 이름이었다."...41p

제주 올레길의 이름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처음 친구들에게서, 방송에서.. 점점 올레길이 유명해지면서 도대체 올레가 뭐길래..라고 생각했던 의문이 모두 풀린다. 집 앞을 걷듯, 특별히 어떤 목적에서 빠르게 지나치는 길이 아닌 하루에도 수십 번을 드나들고 마치 내 것인 양 같은 그 길을 걷듯 걸으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니 저자가 제주에 만들고자 했던 길의 이름으로 딱!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기간 기자로, 편집장으로 살아왔던 저자는 일을 내려놓고, 심신을 달래기 위해 찾아갔던 스페인의 순례길을 걸으며 몸으로, 눈으로, 생각으로 느꼈던 모든 것들을 제주로 옮겨놓고 싶었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서도 그 길처럼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풍족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길을 걷고 싶었다 한다. 그리고 그 길은 그녀의 고향인 제주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곳에서 참 행복했고 많은 것을 얻었어. 그러니 그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 누구나 우리처럼 산티아고에 오는 행운을 누릴 순 없잖아. 우리,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각자의 까미노를 만드는 게 어때? 너는 너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236p

<<제주 걷기 여행>>은 그녀가 어떻게 "걷기"에 빠져들게 되었고 산티아고에서는 어떤 체험을 하였으며 한국으로 돌아와 올레길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모두 담고 있다. 처음 올레길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그녀였지만 차츰차츰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게 되어 올레길은, 올레길을 걷는 이들이 만들어나가는 길이 된 것 같다. 

" "행복해요."
올레꾼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인사다.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인사말을 남긴다. 왜 올레 길에서 그들은 '아름답다'거나 '즐겁다'가 아닌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는 걸까. 올레 길에서는 왜 이 낯선 단어가 공용어처럼 쓰이는 걸까."...432p

올레길은 마라톤 경기나 경보 경기가 아닌, 될수록 천천히 걷는 길이다. 걸으면서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주위 식물들을 보고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며 걷는 길이다. 진정한 간세다리(게으름뱅이)로 천천히... 천천히 걸어야하기 때문에 모든 시름을 털어내고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까? 

워낙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지구력도 없는 나이지만... 그래도 올레길은 걸어보고 싶다. 정말 놀멍... 쉬멍... 걸으멍...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일상을 놓는 것이 쉽지 않으니 아마도 여행을 계획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에겐 추억이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즈의 마법사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4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리즈베트 츠베르거 그림, 한상남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른바 "명작 동화"라는 책은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읽고 자라 내 아이에게까지 읽히도록 오랫동안 사랑받는 책이다. 너무나 유명하고 잘 알려져 있어서 굳이 책으로 읽지 않더라도 내용을 전부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흔한 동화는 때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다거나 페이지를 줄이기 위해 원작에서 일부분이 "쑹덩~" 잘려나가기도 해서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진짜 이야기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오즈의 마법사>도 그러한 명작 중의 하나이다. 나 또한 너무 어렸을 때 읽고, 보아서(뮤지컬이나 영화 등) 대강의 내용은 기억하고 있으나 자세한 디테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뭐 도로시가 회오리에 휩슬려 마법사의 나라에 도착하고 허수아비, 사자, 양철 나무꾼과 함께 오즈 마법사를 찾아 여행을 떠나며 온갖 경험 끝에 오즈를 만나 허수아비와 사자, 나무꾼은 원하는 것을 이미 얻었음을 깨닫고 도로시는 도움을 받아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오즈의 마법사"이다. 

지은양도 집에 있는 책(16p 짜리... 내가 아는 한 제일 심하게 잘라먹은 그림책이다)이나 유치원 도서관에서 읽은 책(이 또한 온전한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ㅋㅋ)으로 두 번씩이나 이 책을 접했음에도 어린이작가정신의 <<오즈의 마법사>>를 쥐어주자 깜짝 놀란다. "오즈의 마법사"라는 책이 이렇게 긴~ 책인 줄 몰랐단다. 

일단 유아용 그림책 만큼이나 책이 크다. 20x30이니 일반적인 초등 저학년용 동화책으로는 엄청 큰 편이다. 게다가 95p나 되니 제법 무겁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책 크고 무거운만큼 완전 소장용이다!!! 아름다운 그림과 전혀 잘라먹지 않은듯한 내용에 원작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진다. 책을 끝까지 모두 읽고 난 지은양, "우~와!!! 엄마! 내가 저번에 읽은 오즈의 마법사는 오즈의 마법사가 아니었어!"란다. ㅋㅋ

집과 함께 날아가 본의아니게 동쪽의 악한 마녀를 죽이게 된 도로시가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를 만나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함께 여행하는 대목이나 결국 마법사 오즈를 만나지만 다시 서쪽의 악한 마녀를 물리치기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더하는 장면, 실제 오즈는 마법사가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사실과 착한 마녀 글린다와의 만남까지... 이 책 속엔 유일한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그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인물들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려 하는 아름다운 우정만이 존재한다.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책을 읽으며 즐거움을 준다. 이제 그림보다는 "내용"에 더 관심을 쏟는 아이이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이 일러스트들을 그냥 지나치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이야기 속의 함정을 푸는 열쇠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어렸을 적 좋아하던 책을 아이와 함께 즐기는 즐거움은 굉장히 크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비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많은 다양한 출판사의 같은 제목 책 중에서 단 한 권을 고르는 기쁨 또한 크다. 내가 전집보다는 단행본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자 - 속수무책 딸의 마지막 러브레터
송화진 지음, 정기훈 각본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난 어릴 적부터 줄곧 엄마와 싸워왔다. 그런데 하루는 이 싸움을 목격한 친구가(당시 6학년), 넌 엄마랑 친해서 정말 좋겠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는 도대체 어딜 봐서 얘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하고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딸과 엄마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라고 했던가. 어쩌면 그 친구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나 사이의 관계가 말다툼을 통해 서로의 존재와 사랑을 확인하는 관계였음을 이미 눈치챘었을지도 모른다고 나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모녀의 관계가 이런 애증의 관계는 아니겠지만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딸과 엄마는 자주 싸우게 되는 것 같다. 같은 여자로서 이해해주지는 못할망정 왜 그렇게 답답해하고 서로 참견하면서 성에 안차는걸까.

29살 박애자는 정말 가진 것 하나 없이 자신감 하나와 그 당당함으로 살아왔다. 집에선 엄마가 언제나 다리 병신인 민석(오빠)이만 걱정하고 챙기는 것 같고 자신은 아무리 학교에서 1등을 해도,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구박만 받아왔기에 믿을 건 자신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하지만 사실 애자는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외로워한다.

"넌 안 그런 척, 혼자 센 척해도, 사실은 사랑받으려고 무척 애쓰는 것 같아. 너 모르지? 네가 얼마나 외로워 보이는지. 안 그래도 돼, 애자야. 네가 얼마나 예쁘다고..."..66p

이러한 외로움은 주위 사람들에게 철벽을 두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엄마에겐 더한 투정과 성내는 것으로 표현한다. 

<<애자>>는 이러한 갈등을 가지고 있는 모녀 관계가 엄마의 투병 생활과 죽음을 통해 화해하고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결론만 놓고 보면 무척이나 뻔해 보이지만 책을 읽고있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다. 워낙 이야기가 스피디하게 전개되고 중간중간 웃음과 감동 포인트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최여사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내 편 들어줘서 고맙다, 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평생 안 하던 말을 하려니 왠지 손발이 오글거렸다."...175p
"나는 고개만 푹 떨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못해드린 게 많은데, 그걸 너무 뒤늦게 알았단 말입니다."...190p

부모님을 일찍 여읜 우리 남편이 내게 항상 하는 말이다. 늦기 전에 잘 해드리라고. 하지만 그건 정말 쉽지가 않다. 결혼 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면 저절로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무진장 효도하는 효녀가 될 줄 알았건만, 엄마를 이해하는 것도 상냥하게 대해드리는 것도 다 따로 노력이 필요하더란 말이다. 물론 어릴 적 철부지 없던 아이가 이해하던 엄마와 지금의 내가 이해하는 엄마는 다르다. 그렇다고 "애자" 만큼이나 무뚝뚝하고 터프한 내가 갑자기 엄마께 상냥한 한 마디를 해드리기도 쉽지가 않다. 

<<애자>>를 읽으면 울지 않을 수가 없다. 엄마 생각이 나서... 우리 엄마도 언젠간 돌아가실 수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서 애자와 함께 울게 된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뻐근하다. 전화도 자주 안드리고 전화 해도 뚱~한 이 딸을 엄마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 비록 표현은 그래도, 가끔 말대답은 X가지 없게 해도... 같은 편 들어달라고 전화했을 때 요목조목 따져가며 그건 엄마가 틀렸다고 딱부러지게 얘기하는 딸이라도... 그런 딸도 엄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까? 그랬으면 좋겠다. 

사람을 울려놓았던 애자가,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인 줄 알았지만 엑스트라에 불과했다고 생각했던 애자가... 결국은 희미한 미소를 띄울만한 결과를 내어 정말 다행이다. 인생은 그렇게 쓰지만 달콤한 순간이 있기에 살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비가 전해 준 희망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6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베틀북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 아이 덕분에 그림책 분야에 입문했을 때엔 뭐가 뭔지 몰라 무조건 베스트셀러만 구입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워낙 책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아이도 7살이나 된지라 이젠 제법 괜찮은 그림책(어디까지나 내 입맛에 맞는 그림책일 뿐이지만..^^)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차츰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도 생겨나게 되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패트리샤 폴라코이다.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림도, 글도 무척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야기 속에 자신의 경험이 묻어나면서도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기 때문이고 무조건적으로 교훈을 앞세우는 타 그림책들과는 달리 그저 담담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내용때문이기도 하다. 

<<나비가 전해 준 희망>>은 작가의 대고모님, 마르셀 솔리리아주와 고모 모니크 봐소 가오의 이야기라고 한다. 때는 제 2차 세계 대전, 장소는 나치에 점령당한 프랑스이다. 7살인 딸은 아직 "전쟁"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다행이도 <안네의 일기>를 만화책으로 읽어둔터라 제 2차 세계 대전에 대해 무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다 읽고난 후 아이는 코 끝이 빨개지고 눈에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채로 내게 와 안기며 울었다. 너무 불쌍하다고....

모니크는 프랑스 전체가 나치에 점령당한 상태여도 지금까지 그렇게 크게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가끔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군화 소리는 너무나 무섭지만...  어느 날 사탕가게 막스 아저씨가 나치들에게 잡혀가면서 모니크는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밤 만나게 된 세브린. 그 아이는 모니크의 방에 올라와 그녀의 고양이 피누프를 안고 앉아 있다. 세브린을 통해 엄마가 유대인들을 자신의 집에 숨겨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의 대고모님인 마르셀 솔리리아주는 실제로 샤를 드골 장군이 조직한 프랑스 지하 저항군의 일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듯 빨아들인다.(무척이나 실제적으로 느껴져서일 것이다.) 엄마의 정원으로 날아든 수많은 나비는 세브린과 그 가족이 무사히 탈출하여 살아있음을 뜻하는 "희망"의 열쇠 역할을 한다. 뒷장의 작가의 말을 보면 세브린이 실제로 살아남아 모니카에게 보낸 엽서에 "난 살아 있어!"라는 글과 고양이 발자국을 찍어 보냈다는 사실에 우리는 정말로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세브린이 살아남았다고 이야기가 끝을 맺어도 이 책을 읽은 아이가 슬프다고 울었던 이유는... 이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핍박받고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절절하게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안엔 이들을 돕는 수많은 사람들이 또 존재했음을, 그리고 그 안에는 인류애가 있었음을 아이가 알아주길 바란다. 나비가 전해 준 희망은 바로 그 "사랑"일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