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이 덕분에 그림책 분야에 입문했을 때엔 뭐가 뭔지 몰라 무조건 베스트셀러만 구입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워낙 책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아이도 7살이나 된지라 이젠 제법 괜찮은 그림책(어디까지나 내 입맛에 맞는 그림책일 뿐이지만..^^)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차츰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도 생겨나게 되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패트리샤 폴라코이다.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림도, 글도 무척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야기 속에 자신의 경험이 묻어나면서도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기 때문이고 무조건적으로 교훈을 앞세우는 타 그림책들과는 달리 그저 담담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내용때문이기도 하다. <<나비가 전해 준 희망>>은 작가의 대고모님, 마르셀 솔리리아주와 고모 모니크 봐소 가오의 이야기라고 한다. 때는 제 2차 세계 대전, 장소는 나치에 점령당한 프랑스이다. 7살인 딸은 아직 "전쟁"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다행이도 <안네의 일기>를 만화책으로 읽어둔터라 제 2차 세계 대전에 대해 무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 다 읽고난 후 아이는 코 끝이 빨개지고 눈에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채로 내게 와 안기며 울었다. 너무 불쌍하다고.... 모니크는 프랑스 전체가 나치에 점령당한 상태여도 지금까지 그렇게 크게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가끔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군화 소리는 너무나 무섭지만... 어느 날 사탕가게 막스 아저씨가 나치들에게 잡혀가면서 모니크는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밤 만나게 된 세브린. 그 아이는 모니크의 방에 올라와 그녀의 고양이 피누프를 안고 앉아 있다. 세브린을 통해 엄마가 유대인들을 자신의 집에 숨겨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의 대고모님인 마르셀 솔리리아주는 실제로 샤를 드골 장군이 조직한 프랑스 지하 저항군의 일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듯 빨아들인다.(무척이나 실제적으로 느껴져서일 것이다.) 엄마의 정원으로 날아든 수많은 나비는 세브린과 그 가족이 무사히 탈출하여 살아있음을 뜻하는 "희망"의 열쇠 역할을 한다. 뒷장의 작가의 말을 보면 세브린이 실제로 살아남아 모니카에게 보낸 엽서에 "난 살아 있어!"라는 글과 고양이 발자국을 찍어 보냈다는 사실에 우리는 정말로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세브린이 살아남았다고 이야기가 끝을 맺어도 이 책을 읽은 아이가 슬프다고 울었던 이유는... 이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핍박받고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이 절절하게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안엔 이들을 돕는 수많은 사람들이 또 존재했음을, 그리고 그 안에는 인류애가 있었음을 아이가 알아주길 바란다. 나비가 전해 준 희망은 바로 그 "사랑"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