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명작 동화"라는 책은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읽고 자라 내 아이에게까지 읽히도록 오랫동안 사랑받는 책이다. 너무나 유명하고 잘 알려져 있어서 굳이 책으로 읽지 않더라도 내용을 전부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흔한 동화는 때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다거나 페이지를 줄이기 위해 원작에서 일부분이 "쑹덩~" 잘려나가기도 해서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진짜 이야기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오즈의 마법사>도 그러한 명작 중의 하나이다. 나 또한 너무 어렸을 때 읽고, 보아서(뮤지컬이나 영화 등) 대강의 내용은 기억하고 있으나 자세한 디테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뭐 도로시가 회오리에 휩슬려 마법사의 나라에 도착하고 허수아비, 사자, 양철 나무꾼과 함께 오즈 마법사를 찾아 여행을 떠나며 온갖 경험 끝에 오즈를 만나 허수아비와 사자, 나무꾼은 원하는 것을 이미 얻었음을 깨닫고 도로시는 도움을 받아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오즈의 마법사"이다. 지은양도 집에 있는 책(16p 짜리... 내가 아는 한 제일 심하게 잘라먹은 그림책이다)이나 유치원 도서관에서 읽은 책(이 또한 온전한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ㅋㅋ)으로 두 번씩이나 이 책을 접했음에도 어린이작가정신의 <<오즈의 마법사>>를 쥐어주자 깜짝 놀란다. "오즈의 마법사"라는 책이 이렇게 긴~ 책인 줄 몰랐단다. 일단 유아용 그림책 만큼이나 책이 크다. 20x30이니 일반적인 초등 저학년용 동화책으로는 엄청 큰 편이다. 게다가 95p나 되니 제법 무겁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책 크고 무거운만큼 완전 소장용이다!!! 아름다운 그림과 전혀 잘라먹지 않은듯한 내용에 원작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진다. 책을 끝까지 모두 읽고 난 지은양, "우~와!!! 엄마! 내가 저번에 읽은 오즈의 마법사는 오즈의 마법사가 아니었어!"란다. ㅋㅋ 집과 함께 날아가 본의아니게 동쪽의 악한 마녀를 죽이게 된 도로시가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를 만나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함께 여행하는 대목이나 결국 마법사 오즈를 만나지만 다시 서쪽의 악한 마녀를 물리치기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더하는 장면, 실제 오즈는 마법사가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사실과 착한 마녀 글린다와의 만남까지... 이 책 속엔 유일한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그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인물들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려 하는 아름다운 우정만이 존재한다.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책을 읽으며 즐거움을 준다. 이제 그림보다는 "내용"에 더 관심을 쏟는 아이이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이 일러스트들을 그냥 지나치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이야기 속의 함정을 푸는 열쇠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어렸을 적 좋아하던 책을 아이와 함께 즐기는 즐거움은 굉장히 크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비밀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많은 다양한 출판사의 같은 제목 책 중에서 단 한 권을 고르는 기쁨 또한 크다. 내가 전집보다는 단행본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