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름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Asia 제9호 - 2008.여름 - 창간 2주년 기념호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08년 5월
품절


문학을 주제로 한 계간지.. 있을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했었지만 이런 계간지를 직접 읽어볼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아마도 단행본으로 발행되는 책들을 읽는 것만으로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계간지가 어떤 것인지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직접 체감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든다. 그런 내 앞에 좋은 기회를 통해 문학을 주제로 한 한권의 계간지가 놓였다. 아시아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아시아>라는 이름의 계간지. 이번 호의 내용은 팔레스타인 문학을 주로 다루고 있다는 안내와 함께, 문학 계간지라는 새로움과 팔레스타인 문학이라는 신선함을 동시에 선물한 한권의 책. <아시아>는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은 낯설고 그래서 신선한 느낌을 담고 있었다

팔레스타인의 문학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아시아>의 이번 호는 아시아 문학을 우리에게 좀 더 잘 이해하고 문학을 통해 다른 국가의 정서와 문화들을 국내의 독자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을 두루 담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니기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그 나라의 정세와 분위기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는 100마디의 설교나 천장의 사진보다 더 깊고 더 진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할 수 있을 듯 하다. 특히나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팔레스타인이라는 아시아 국가의 특별한 분위기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는 현실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극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호 <아시아>는 더욱 특별하다 할 수 있을 듯


또 하나 <아시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점은 모든 내용들이 한글로 번역되어 있는 한글판과 함께 뒷편에 바로 영어판으로 실려 있다는 점. 단순히 아시아 문학을 한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의미 이외에 <아시아>라는 이름의 한권의 계간지를 통해 한국의 독자들이 세계에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는다면 <아시아>의 형식은 단순히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싣고 있다는 것 이상의 가치를 함께 한다고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영어 공부차원에서 밑줄 그어가며 조금 생소한 나라의 문학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새로움을 하나 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시아라는 이름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신선한 방편이 되어주는 느낌

<아시아>의 여름호를 통해 팔레스타인이라는 한 나라의 문학을 모두 총체적으로 다루었다고 할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문학작품들이 그렇듯, 문학은 한 나라의 정서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그 나라의 과거보다는 현실에 조금 더 밀접하게 닿아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 팔레스타인의 문학이 주로 다루고자 하는 그들의 문제와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는 <아시아>의 이번 여름호에 분명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세계가 보는 제3자의 눈이 향하는 팔레스타인과 그들 자신이 그들을 보는 자신들의 관점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수 있을 듯 하고 말이다. 아시아라는 하나의 영역으로 통칭되지만 우리에게는 낯설었던 다른 나라에 대한 시각을 조금 더 넓히고 소개한다는 점에서 <아시아>는 분명 새롭고 신선했다. 또, 문학을 주제로 하는 계간지의 역할이 바로 이런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기회가 되어주었다는 점에서 <아시아>를 만날 수 있었던 이번 기회 역시 소중했다. 새로운 국가에 대한 호기심을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스스로 공감하고 싶다면, 이런 문학 계간지를 통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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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데이즈>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파인 데이즈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품절


아직 그리 많은 나이라 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어느 날을 떠올리다 보면, 그 즈음의 어느 한 순간, 딱 하루가 그림처럼 떠오르고 안개처럼 사라질때가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선명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더라도 떠올려지는 것만으로 행복해지고 따스해지는 시간들, 그리고 때로는 나의 인생 전체를 흔들거나 뒤집을 수 있었던 영향력을 가졌던 그 날 말이다. 언제인지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인생의 한 순간, 선명하거나 흐릿하게 기억을 뒤흔드는 힘을 가진 그 날을 가르켜 나는 영화의 제목처럼,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one fine day라고 이름짓고 싶었다

파인데이즈는 그렇게 누군가의 인행을 감싸는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이다. 시간이 흘러흘러 모든 것들이 희미해진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그 기억만큼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듯한 인생의 날들에 대한 이야기말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스쳐가는 일들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기억될 이야기가 담긴 파인데이즈는 그래서 마치 내 인생의 어느 순간에 만났던 그 언젠가의 일처럼 친근하고 따스한 감성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총 4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파인데이즈에는 학창시절 소문만 무성했던 전설적인 누군가에 대한 기억, 또 언제나 누구나 맞딱드려야 할 아버지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 앞에 비로소 대면할 수 있었던 그 언젠가 젊음을 간직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또 그 누구에게도 고백할 수 없었던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외로운 이들에 대한 사연과 긴 세월을 거슬러 이루려 했던 사랑이야기까지 때로는 특별하고 때로는 특별할 것 없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차곡히 쌓여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파인데이즈에 담긴 이야기들은 기억의 어느 순간을 헤집고 돌아다녀야 만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다소 몽환적이고 신비롭다. 그리고 그래서 추억이라 이름짓고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4가지 이야기 모두 그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라면, 고통스럽고 잔인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이야기인 잠들기 위한 따사로운 장소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이긴 하다.) 멀고 먼 시간이라는 길을 걸어 과거로부터 멀어졌기에 더욱 아름답게 가공된 기억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어느 멋진 날들이었다 말할 수 있는 인생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의 과거에 대한 잠시의 상념의 순간을 선물하는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인생의 어느 멋진날은 아마도 이 이야기의 파인데이즈처럼 학창시절의 희미한 기억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직 나에겐 아버지의 죽음과 숨겨진 아버지의 과거를 맞딱드릴 일도 없고, 다른 이에게 꺼내어 놓지 못할 잔인한 진실이 있지도 않으며, 노년에 이르러 과거를 지켜내야할 순간에도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덮은 그 순간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지목하는 인생의 파인데이즈에는 해당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내 인생에도 그렇게 기억을 더듬어 희미하게 떠올리고 지켜야 하는, 혹은 아직 맞딱드리지 못한 진실이 남아있는 인생의 파인데이즈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면 지금 이런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적어내려가고 있는 이 순간 역시 인생의 파인데이즈 중 하루가 될지도 모른다고.. 파인데이즈는 그렇게 인생의 아름다웠던 어느날의 의미와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움과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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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러스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구판절판


두둠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들을 만나게 되면 가장 먼저 드는 몇가지 생각들이 있다. "저 많은 양을 언제 다 읽어?"와 "저토록 많은 책장 속에 작가가 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가 바로 그것. 그래서 처음 500페이지에 달아하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때에도 이 두가지 생각들을 함께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두가지 의문 중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쪽이 어느 쪽인가에 따라 때로는 그 책을 미루어 두기도 하고, 때로는 당장 첫장을 펼쳐들기도 하곤 했다.

아메리칸 러스트는 그 중 "저 많은 양의 책을 언제 다 읽어"라는 생각을 먼저 했던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을 받아들고 꽤 시간이 흘러서야 첫장을 펼쳐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읽고 덮었을때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조금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오랜 시간 끝에 선택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읽을만한 오래남는 여운이 있있는 책이었다

아메리칸 러스트.. 그 제목을 보여주듯 거대한, 그러나 녹슨 못 하나가 한 때는 자신의 일부였을지도 모를 잔해를 흩뿌리며 누워있는 모습의 표지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제는 녹슬어버린 하지만 한때는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해냈던 아메리카 어딘가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메리칸 러스트는 한때 빛나는 위용을 자랑했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쇠락해져가는 철강도시 부엘을 배경으로 그 도시에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 사라져 잊혀져가는 곳. 그래서 자신의 몫을 해내기보다 현실을 유지하는 것에도 전전긍긍하는 녹슬어버린 못같은 부엘의 일부인 청년들의 이야기.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꿈으로 빛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되어버린 청년들의 녹슬어가는 현실에 대한 그런 이야기 말이다.


녹슬어가는 도시 부엘에 살고 있던 아이작과 포라는 이름의 두 청년, 친구라는 이름으로 얽힌 이 두 사람은 부엘이라는 자신들의 고향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더 이상 움직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지 못한채 그저 현실에 몸을 맡긴채 삶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날 그들에게 일대 사건이라 할만한 일이 일어나는데, 우연히 아이작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것. 희망이 없는 그곳에서 살인이라는 죄를 지은 아이작은 죄를 피하기 위해 도주를 하고, 아이작 대신 포는 그 죄를 뒤집어쓴채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피할 수 없는 죄라는 사건 앞에서 각자가 다른 선택으로 방향을 정한 친구들. 아메리칸 러스트는 무기력하게 인생전체를 시대의 흐름이라는 힘 앞에 내던진채 정신없이 쓸려다니며 스스로의 의지를 잃어가는 젊은이들에게 거대한 사건을 제시함으로서 자신의 의지를 통해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 사건을 통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마지막 남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란 개인이란 누군가가 거스르기에는 분명 너무도 강력하고 거대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로는 그 시대의 흐름에 거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며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방치하기도 한다. 그것이 자신들의 의지와 꿈을 내던진 무기력한 행위라는 것을 미처 생각지도 못한채 말이다. 한때 부강했던 부엘의 사람들 역시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부와 안정을 맛보았던 시대를 지나 시대가 변해 철강산업이 쇠락해지고 따라서 마을도 쇠락하는 그 흐름, 그 흐름에 누구 하나 맞서지 않고 자신들의 운명을 맡겼던 것은, 그들이 무기력하고 의지박약인 인물들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가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는 언제나 의지와 선택이라는 마지막 탈출구가 존재한다. 때로는 더한 지옥으로 떨어질지라도,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것. 아메리칸 러스트는 녹슨 한개의 거대한 못도 모두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전에는 마지막 역할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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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먼로의 죽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품절


한가지 일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 세상에, 특별한 재능과 노력으로 두 가지 세가지 일까지 성공적으로 해내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두가지 직업을 가지기도 하고, 때로는 직업과 취미를 높은 수준으로 해내기도 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눈에 띄고 관심을 받는 사람들은 아마도 연예인들이 아닐까?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단지 노래하고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이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꼭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버니먼로의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쓴, 닉 케이브 역시 그런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진 가수겸 영화배우, 또 작가이니 말이다. 가수이자 영화배우이고, 또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작가이기도 한 닉 케이브,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어떤 세상을 담고 있을까?


<버니먼로의 죽음>은 한 여인의 자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화장품 외판원인 남편과 아직 어린 아들과 함께 가족을 꾸리고 살고 있었던 여인. 이 여인이 죽음을 맞이한 후 남겨진 아버지 버니먼로와 아들의 이후 이야기들을 담은 이야기이다. 별 볼 일 없는 화장품 외판원의 삶을 살고 있는 버니먼로에게 아내의 죽음은 아들과 단 둘이 남겨지는 거대한 충격과 책임감으로 다가오고, 폐암으로 삶을 마감해가는 아버지에게도, 사회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는 무관하게 아버지를 세상 그 누구보다도 위대한 이라 말하는 아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은 부정이자 마지막 자존심. 버니먼로는 바로 그 마지막 하나의 자존심이자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아들과 함께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정 반대로 점점 추하고 망가진 모습만을 아들에게 보여줄 수 밖에 없는 끝없는 절망에 내던져지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 여정. 아들은 아버지에게 길을 안내하고, 아버지는 창꼬치에게도 물건을 팔 수 있는 능력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렇게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상실감을 이겨내려 하는 의도와 전혀 다르게 엇나가는 그 길은, 버니먼로에게는 살고자 했으나 죽게 만드는 좌절을 안겨주고, 아들에게는 위대한 나의 아버지가 사실은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짓을 일삼는 난봉꾼에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게하는 과정으로 바뀌어 버린다. 어쩌면 조금은 희망적이고, 마지막 자존감을 지켜내기 위해 시작한 길이 돌이킬 수 없을만큼 어긋나버리는 과정, 그리고 결국에는 폭력과 죽음이라는 절망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버니먼로의 죽음>은 그래서 삶의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삶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세상에 생존하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이야기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버니먼로의 죽음>에서 버니먼로는 자신이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잘 나가는 세일즈맨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고분분투하고, 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어긋나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낼수록 가장 원초적인 욕구에 몰두한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 할 수록 절망에 빠지는 자신의 모습을, 유일하게 원초적인 욕망만이 잠시 잊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듯이 말이다. 때문에 여정이 끝나갈수록, 그리고 아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이 처참할수록 이성을 벗어던지고, 성적욕망에만 사로잡혀가는 것이다. 점점 이성을 상실하는 버니먼로의 모습은 또 다른 비극을 불러들이고, 이 비극이 다시 그를 성적 욕망만으로 채우는 악순환. 이야기는 그렇게 삶에 대한 책무와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한 남자가 끝없이 이어지는 좌절과 고통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잃어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파멸하는지를 보여주는 잔혹함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어느 구절처럼, 착하게 사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인생은 착하게 살기보다는 살아간다는 바로 그 생존의 의미를 찾는 것 만으로도 때로는 힘겹고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착하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한 순간의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사치이고 무가치한 일인지도 모른다. 착하게 사는 것과 그 이상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요구하는 세상에서 버니먼로처럼 나약하고 별볼일 없는 인간은 어쩌면 난봉꾼이나 사기꾼이 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세상에 자신을 남기기 위해 난봉꾼이 되고 사기꾼이 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버니먼로가 아내를 잃고 무능력한 화장품 외판원인 자기자신을 책망하며 세상의 무게와 고통을 두려워만 하는 대신, 아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무한한 신뢰의 눈빛을 한번쯤 믿었다면, 그 신뢰의 눈길마저 잊을까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뢰의 눈빛을 보내는 아들의 믿음을 한번쯤 자신도 믿어보았다면, 그토록 대책없이 무너져 내리지만은 않지 않았을까? 착하게 살며 사회에 기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생존이라는 인생의 숙제 앞에 아들과 함께 손을 잡고 서 있을 수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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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 티베트에서 만난 가르침
현진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절판


어느 책이나,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는 어쩔 수 없이 작가의 이야기와 분위기가 배경색으로 들어간다. 장르에 따라 때로는 진하게 때로는 옅게 들어가는 이 배경색들은 간혹 읽는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전해지기도 하는데 그 이야기가 작가 개인의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는 에세이인 경우 그 농도가 더욱 진하고 강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삶에 대한 그들의 마음이 때로는 그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는 종교적인 힘이 느껴지는 에세이는 그래서 그 배경색만으로 어떤 이에게는 무한한 관심을 어떤 이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그 이야기 안에 무언의 압박이랄까. 혹은 설득이랄까. 하는 다소 무겁고 버거운 이야기가 반복되는 경우에 말이다.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라는 제목의 책. 푸른 하늘 아래 어쩐지 조금은 고생을 해야만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사원이 보이는 표지와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지는 자연 그대로의 삶을 녹여낸 사진들은 어딘지 모르게 첫 인상만으로도 책의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은 현진이라는 작가의 이름처럼 너무도 분명하게 불교적 색깔을 띄고 있었다. 삶에 대한 희망과 장밋빛 인생을 약속하듯 꿈꾸는 제목을 가지고 독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소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글귀로 사람들에게 손짓하는 책. 이 책은 그렇게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라고 말해 시선을 잡아두고 불편한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가득 끌어안고 있었다. 작가가 경험한 수 없이 많은 경험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버무려 티벳이라는 아직은 때가 묻지 않은, 그래서 아름답지만 아직 여전히 조금은 불편한 그곳의 풍경을 더해서 말이다

삶을 바라보는 눈은 개인에 따라 혹은 그 사람의 삶의 경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게 되지만 그 누구이듯. 혹은 그 어떤 경험을 가진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삶은 만만하지 않은 다소 불편한 것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인생이 만만하고 뭐든 바라는 것을 가지고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편안한 삶을 가진 이들은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세상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그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에 따라 어차피 불편한 삶을 조금 더 즐겁게 조금 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행복을 가꾸는 일들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의 제목처럼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하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설때마다 드는 그 불편한 힘이 없다면 사람들은 삶에서 그들이 꿈꾸었던 푸르른 하늘에 좀 더 가까워질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삶이라는 계단의 불편함을 견디며 그 불편함을 불편함 자체가 아닌 푸르름으로 가는 여정이라 받아들인다면, 또 그 계단마다 볼 수 있는 풍경과 할 수 있는 생각들이 다르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어차피 불편한 삶을 살아간다 해도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많은 생각과 노력으로 그 계단의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불편함이 가지는 가치를 더욱 깊이 깨닫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일테고 말이다. 아직도 자연을 간직한 티베트의 어느 마을에서, 그 불편함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대신 자연만이 주는 또 다른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삶이 주는 불편함과 그 불편함이 함께 가지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 우리 삶에도 남아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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