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09년 8월
절판


05년 개봉했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영화가 개봉했을때 나는 그 영화를 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었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던차라 모든 영화들이 극장개봉을 하지 않았던 것도 가슴을 졸였던 이유였지만 거기에 더해 거의 모든 영화가 극장개봉을 한다는 서울에서도 상영관이 몇개 되지 않았던터라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래서 당시 어찌어찌해서 아는 지인에게 받은 그 영화의 cd는 진실로 반가웠다. 그저 볼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말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더글러스 애덤스, 그가 돌아왔다.

그 당시 내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기다렸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겸 가수 모스뎁이 출연하는 영화라는 사실말이다. 개인적으론 좋아하시만 흥행영화에서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던 모스뎁이었고 그나마도 저예산 영화들에 주로 출연하는 터라 국내에는 개봉조차 하지 않은 영화들에서만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그의 영화, 때문에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대하게 했던 영화가 바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다. 그렇게 단지 모스뎁을 보리라는 의지 하나만으로 만나게 된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나에게 새로운 상상의 영역을 보여주게 되었다. 이전에 보았던 그 어떤 영화보다 기발하고 때로는 황당하기까지 한 상상력,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산만하지만 결정적인 연결고리들이 존재하는 이야기의 결집력은 단지 그 한편의 영화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이 따로 있으며 그 원작자의 이름이 더글러스 애덤스라는 사실 또한 추가 정보로 습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 더글러스 애덤스의 또 다른 작품이 바로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이다.


산만하기가 말할 수 없을만큼 복잡한 이야기들, 그리고 결정적인 유머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는 초반부터 읽는 사람의 혼을 쏙 빼어놓는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절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개별적인 인물들의 짧은 이야기들이 흩뿌려지고(절대 정렬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절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나열되기 시작한다. 사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초반에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어떤 메세지를 중심으로 책을 보아야 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애매하고 어지러운 특유의 분위기들을 자신의 상징으로 만든 전작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본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하지 했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의 제목에 떡 하니 등장하는 더크 젠틀리는 이야기가 1/3이 되어가도록 꼴도 안보이니 이 책의 정체가 심히 의심스럽다 해도 사실 무리가 아니긴 하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영혼의 계략에 빠진 인물들.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는 수 많은 등장 인물들이 존재한다. 우주선이 폭발한 외계인과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믿어버리는 전기수도사, 어느날 갑자기 동생에게 가던길에 죽게 된 고든, 그의 여동생 수잔, 수잔과 연인 관계인 리차드, 리차드의 은사인 리즈교스와 리차드와 동창인 이 책의 주인공 더크 젠틀리 마지막으로 수시로 뜬금없이 등장하는 말-_-;;; 타임머신과 착륙선등 현실과 과거 그리고 SF까지 뒤섞여 더글러스 애덤스 특유의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각자의 개별적인 사연들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위치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은 이 인물들의 이야기는 초반에는 산발적으로 툭툭 튀어나와 읽는 이를 적잖이 당황시키지만 이야기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인물들 사이에 흐릿하게 남아있던 연결고리들이 하나의 사슬처럼 이어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동료를 죽게한 유령의 죄책감이 그들을 시간여행으로 끌어들이면서 과거의 잘못을 회복하고 싶어하는 그의 바람을 이루어주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 아무리 간단하게 설명하려해도 어딘지 모르게 복잡하게 얽혀버리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더글러스 애덤스스럽다고 이야기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To be continued...

책을 읽는 즐거움에는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어떤 책은 일상의 평화로움을 선사하고 어떤 책들은 폭풍같은 감동을 전달하며 어떤 책들은 유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은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어떤 영역에 배치해야할지 참 머뭇거리게 만드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위치를 딱 찝으라 한다면 유머 쪽에 넣어야 겠지만 이 유머라는 것이 폭소도 아니고 즐거움도 아닌 황당함에서 나오는 실소에 가깝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이 유머에도 중독성은 있다보다 전작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즐겁게 본 사람들이라면 이미 조금은 적응 되었을 더글러스 애덤스식 황당 블랙 코메디가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에서는 한층 심화되었다고 하면 이 산만함이 조금 이해될 법도 아니 말이다.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는 한 권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어지는 속편으로 <길고 어두운 영혼의 티타임>이라는 작품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 황당하고 복잡 어지러운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아무래도 후속작인 <길고 어두운 영혼의 티타임>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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