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1주

국내에 들어와 상영되는 외화의 대부분은 헐리우드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영국, 프랑스, 독일등의 유럽의 영화들이 있고, 중국, 홍콩, 일본등의 아시아권 영화들이 섞여 있죠. 그래서 미국, 유럽, 아시아권의 특정 몇몇 나라를 제외한 국가의 영화를 국내에서 보기란 쉽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시장은 꽤 다양합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제3세계의 영화들도 가끔 멋진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헐리우드보다 더 많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곳도 있죠. 속칭 볼리우드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곳. 바로 인도입니다. 인도의 영화산업은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없어서 그렇지 헐리우드의 그것만큼이나 굉장히 활발하다고 하는데요. 이 인도의 영화들 중 영화평론가들 사이에 좋은 평을 얻은 몇몇 영화들은, 국내에도 수입되어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찾아갈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또, 이런 식으로 1차적으로 검증을 받은 영화들은, 그 수는 적더라도 관객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억에 남고 좋은 영화라는 마음으로 스크린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에는 바로 이 인도 영화들을 살짝 엿보려고 합니다.

세얼간이  인도 | 141분 | 개봉 2011-08-17

 

 

인도 내의 최고 공학분야 재능인들이 모인다는 명문대학 ICE. 이곳에는 매년 수 없이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만 해마다 200여명의 학생들만이 공학에 대한 배움을 얻을 기회를 얻죠. 뛰어나고 우수한 학교인만큼 엄격한 커리큘럼과 경쟁레이스를 학교내에서 경험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곳에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란쵸라는 학생이 입학을 합니다. 란초는 입학첫날부터 선배들을 골탕먹이고, 교수님들에게 당황스러운 질문을 해대는 괴짜이지만, 성적만큼은 늘 최고죠. 달달 외워대는 암기식 학습보다는 공학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자유스러운 자신만의 배움을 진행시키는 란초. 그에게는 파르한과 라주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파르한과 라주는 조금 독특한 란초와 함께 생활하며 새로운 눈과 새로운 마음을 얻게 되는데요. 그렇게 란초는 자신만의 기운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스스로가 꿈꾸는 꿈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자연스레 알려주며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후 친구들에게 단 한번의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리죠. 세얼간이는, 란초를 찾기 위해 모인 파르한과 라주, 그리고, 그 시절 밉상이었던 차투르와 란초의 첫 사랑 피아의 여정과 그들의 학창시절을 머무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세 얼간이는, 학창시절, 무조건 경쟁만을 강요했던 학교의 교육 시스템과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을 가졌던 단 한명의 친구를 통해, 자유롭고 진실된 애정과 꿈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무척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처절한 경쟁이,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대학교육까지 무차별적으로 침범했을때, 얼마나 큰 불행이 들이닥치는지도 보여주죠.

이 영화에서 학교의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학생들에게 경쟁심만을 부추기던 학장의 학교 운영방식은 많은 학생들에게 압박과 스트레스를 줍니다. 그리고 이를 이겨내지 못한 학생들은 스스로 목을 매달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내던지며 인생을 버리려하죠. 결국, 대학이라는 공간은, 학생들에게 꿈을 향해 달려가는 좋은 길로서의 배움이 아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서 지식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이 공간 안에서 단지 배우는 것이 좋았던 란초는 끝없이 반문하는 역할을 하죠. "이대로 좋은가? 이것이 옳은 것인가?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들 말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통해 란초와 함께하던 두 친구 파르한과 라주는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들에 변화를 끌어옵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학교에서 맨 뒤를 달리던 얼간이가 아닌 재능있는 사진작가와 능력있는 샐러리맨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킬 기회를 스스로 얻어냅니다. 틀에 박힌 교육만을 강요하던 공간 안에서는 얼간이라 불리웠던 이들이, 그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성장했을때에는 그 어떤 천재보다 뛰어나고 행복한 사람들이 된 것이죠. 바로 이런 이야기를 통해 세 얼간이가 될뻔한 세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꿈과 교육, 이상과 현실의 차이와 괴리감을 짚어줍니다.


내 이름은 칸 | 인도 | 127분 | 개봉 2011-03-24
 

 

 

자폐증을 가지고 있지만, 암기력만큼은 천재적인 칸. 그는 비록 보통사람들과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진 않지만 그만큼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세상을 보는 가장 아름다운 눈을 선물한 어머니가 사망한 후 칸은 가족과 떨어져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동생에게 가게 되는데요.  바로 그 미국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는 아름다운 만디라라는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하지만 만디라는 아들을 홀로 기르고 있는 싱글맘이자. 힌두교를 믿고 있는 여성인데반해 칸은 아직 싱글이고, 무슬림이죠. 싱글맘과 총각의 결혼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사실, 이들의 결혼에는 종교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때문에 약간의 곤란함을 겪게 됩니다. 칸의 형제는 힌두 여성인 만디라를 그리 달가워 하지 않죠. 그렇지만 종교적 차이따위는 대단하지 않다 생각하는 칸 때문에 이 두 사람은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내 무슬림들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죠. 그렇게 이 가족에게 불행이 시작됩니다. 

 

내 이름은 칸은, 민족적 차별과 반감이 민족이 아닌 개인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를 보여줍니다. 수 없이 많은 민족들이 어울려 산다는 이민족의 나라 미국에서도, 9.11테러라는 엄청난 사건은 그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었죠.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서 살고 있는 테러와 관계없는 수 많은 무슬림들은 쌍둥이 빌딩에 비행기를 떨어트린 테러범과 동일한 취급을 당하다시피 합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무슬림 가족들은 많은 고통을 받게 되죠.

칸은, 9.11사건으로 증폭된 반 이슬람 감정 때문에 힘들게 꾸린 가족들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이미 입은 상처를 곱씹고 고통스러워 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을 만나려는 여행을 시작하죠. 그는 이 여행동안, 무슬림이 아닙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한 남자일 뿐이죠. 그리고 이 영화는 바로 그 점을 보여줍니다. 종교나 민족으로 사람들을 구분하고 한 뭉치로 묶어버리기 이전에, 그들도 각각 그들의 삶에 행복을 얻고 싶은 사람들일 뿐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블랙 | 인도 | 124분 | 개봉 2009-08-27 

  

태어날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 그리고 그 소녀에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던 그녀의 부모는, 어린 소녀 미셀을 사하라라는 이름의 선생의 품으로 안겨줍니다. 하지만, 사하라 선생님은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어린 소녀를 교육시키죠. 조금은 독해보이고, 조금은 강압적으로 보이는 방법, 지켜보는 아이의 엄마는 고통스럽지만, 사하라 선생님게 미셀을 맡겨 보기로 합니다. 세상과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던 소녀는, 이 괴팍스런 선생님과의 시간을 통해 강해지기 시작합니다.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혼자 힘으로 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사하라 선생님이 미셀의 주변을 만들어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미셀은 그 방식에 따라 힘을 얻고 용기를 얻으며 도전하고 배워나갑니다. 미셀과 사하라 선생님의 시간들은 그렇게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리고 미셀은 스스로 일어서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녀가 성장하면서 그녀는 선생님께 남다른 마음까지 품게 되죠. 하지만 그런 그녀를 내버려두고 선생님은 어느날 사라져버립니다.
  

블랙은,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헬렌켈러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헬렌켈러를 세상으로 나오게 해준 설리반 선생님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후의 모습들을 더해 극적인 요소를 더합니다. 미셀이 대학에 진학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들을 익힐 즈음, 사하라 선생님이 그녀의 곁은 떠나게 만들어 그녀가 끝없이 그를 그리워하고 찾아헤매이도록 만들죠. 그리고 드디어 그녀는 사하라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다시 만난 사하라 선생님과 미셀, 하지만 이번에는 그와 그녀의 입장이 달라집니다. 사하라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세상 밖으로 나와 매일매일을 도전과 용기 속에 살게 된 미셀과는 달리, 사하라 선생님은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려 거의 모든 기억들을 잃어버렸죠. 세상 밖에 나선 미셀은, 이제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들과 함께 세상에서 격리되어가고 있는 사하라 선생님을 위해 사하라 선생님이 그녀에게 해준 것들을 그대로 다시 되돌려 드리려 합니다. 선생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말이죠.


---------------------------------------------------------------------------

앞서 살짝 언급한대로, 인도의 영화들은, 국내의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헐리우드 영화들 보다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인도 영화 자체가 모두 직수입 배급 되는 형식이 아니고, 인도 영화들 중에 인도 내에서 인기를 어느 정도 얻었던 영화들을 중심으로 재검토를 하고 검증 한 후 극장에 걸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때문에 극장에서 직접 영화를 보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대신 어느 정도 재미와 영화적인 가치가 보장된다는 특징도 있죠.

앞서 언급했던 세 영화들도 모두 그런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가끔 개봉하는 인도영화이지만, 세 영화 모두 어느 정도 스크린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냈고, 영화평 또한 매우 좋으니까요.

또, 보면서 늘 심각하거나, 어둡기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는 교육, 종교, 민족, 인권등의 묵직하고도 심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때로는 즐겁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도 영화 특유의 분위기도 잘 살린 영화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도의 영화들은, 코믹과 주제 사이의 균형감각이 좋고, 웃음속에서도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런 모습들을 잘 찾아볼 수 있는 영화들이기도 하죠. 물론,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예술성 깊은 유럽 영화나, 헐리웃 영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소 과격하거나 오버된 연기톤이나,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악들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인도 영화 특유의 특징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면, 모두 매력적인 작품인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