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4주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아역배우로 시작해 성인배우까지 순탄하게 연기생할을 이어가는 배우들을 만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주 어릴적부터 성장기를 지나 성인배우까지 안정된 연기력 혹은 폭풍연기력을 갖추고 여기에 폭풍성장까지 더해 매력을 폴폴 날리는 아역배우 출신들이 꽤 많죠. 사실, 아주 어릴때부터 귀엽고 깜찍한 모습들을 보이던 어린 소년, 소녀들이 자신의 나이만큼 차곡차곡 연기경력을 갖추며 성장하는 모습은, 어느날 갑자기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 나타나 톱스타가 된 남녀배우들과 비교한다면 조금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블라인드 111분 | 개봉 2011-08-10

경찰대학을 다니다가 사고로 동생을 잃고 두 눈의 시력까지 잃게 된 수아. 이제 겨우 앞이 보이지 않는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져가지만, 여전히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여러모로 좌절감을 가져다 줍니다. 학교에 다시 복학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게 된 수아는 자신이 자라온 보육원에서 수녀님과 다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잡아타게 되죠. 뭔가 어색한 점이 많은 택시 안, 수아와 택시기사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택시는 길가의 사람을 치고맙니다. 눈은 보이지 않지만, 덕분에 육감이 발달한 수아는 이 사실을 눈치채고, 기사는 그런 수아를 버린채 달아나죠. 수아는 그가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바로 경찰서에 신고를 합니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수아가 교통사고를 목격자라는 사실은 경찰서에서 수아의 진술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만들죠.

그리고, 이 사건이 그저 단순한 교통사고 뺑소니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아가 목격한 사건에는 또 한명의 목격자가 출연합니다. 닭집 배달원인 기섭이가 말이죠. 하나의 사건에 보이지 않는 목격자와 보이는 목격자가 다른 진술을 하면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이릅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수아의 진술로는 사건 수사에 진척이 없었지만, 눈으로 목격한 새로운 목격자는 사건의 신빙성을 더하게 되고, 결코 단순 뺑소니 범이 아니었던 범인에게도 위협이 된것이죠. 이제, 이 사건은 범인과 수아, 그리고 기섭의 싸움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블라인드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 목격자 수아 역으로 김하늘, 그리고 또 다른 목격자 기섭 역으로 유승호가 출연합니다. 이 글의 제목인, 잘 키운 아역 하나 열 톱스타 안부럽다의 대표주자인 유승호군, 어린 나이이지만, 데뷔작인 가시고기부터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었던 그 아역배우가, 이제는 스크린을 장악하는 능력을 가진 매력적인 배우로 성장한, 이제는 결코 아역이라는 꼬리표로 재단할 수 없을 것 같은 바로 그 유승호가 출연하죠. 사실, 유승호 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는 꽤 많은 영화에 존재감을 드러내었던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는 집으로부터, 돈텔파파와 마음이, 얼마전 예능 출연으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고창석씨와 함께 출연한 부자까지.. 영화의 흥행과는 상관없이 '유승호 보러 영화관 간다'는 팬들이 있을만큼 인기도 높았죠. 또, 다양한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방송을 통해 성장하는 유승호를 여과없이 보여주며 오히려 더욱 그가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역배우가 성인배우로 성장하려면 그 중간에 뭔가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배역 하나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중들에겐 약간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준 배우이기도 하죠.

이 영화에서 유승호는 지금 자신의 나이를 연기합니다. 배달을 하며 생활하는 약간은 껄렁한 불량기 있는 청소년의 역할말입니다. 순하디 순한 웃음으로 화면을 뽀샤시하게 만들던 그 동안의 유승호와는 다르게, 욕도 하고 침도 뱉는, 나름 파격 연기변신도 시도했구요. 다행히, 이 영화는 현재 매우 좋은 평으로 순항중에 있습니다. 아마 꽤 좋은 흥행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방송중인 무사 백동수와 맞물려, 이제 유승호가 착하고 예쁜 역할만이 아닌, 뭔가 조금 더 다른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배우로서 흥행에도 일조를 하는 아우라를 지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써니 124분 | 개봉 2011-05-04

바쁜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딸, 보통의 가정주부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나미는, 그런 일상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평범한 다른 주부들처럼 받아들입니다. 무언가로 바쁜 남편과 딸 사이에서 가끔은 우두커니 외로움을 느끼며 말입니다. 남편은 출근하고, 딸은 등교한 후 어느날, 나미는 몸이 아파 병원에 누워계신 엄마를 찾아갔다가 우연히 병동에서 어린 시절 자신과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춘화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가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은 중환자라는 것도 알게 되죠. 오랜만에 재회한 춘화와 나미는 서로 그리웠던 학창시절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이제 얼마남지 않은 춘화의 시간에 나미는 그 때의 친구들을 모아 선물하기로 하죠. 그렇게 나미는, 일명 써니라고 불리웠던 친구들을 찾아나섭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그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한명한명 말입니다.
 

 

 

써니는, 두 말이 필요없는 2011년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입니다. 5월에 개봉한 작품이 아직도 상영중에 있을 정도이니, 영화 상영기간이 비교적 짧은 국내 분위기에서는 엄청난 장기 상영작이기도 하죠. 전작에도 비슷한 분위기로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두었던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죠.

이 작품에는 잘 키운 또 한명의 아역 심은경양이 출연합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나미 역으로 출연하는 유호정씨의 어린 아역으로 말이죠. 실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역할은 성인이 된 나미이지만, 이 영화 자체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모습들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나미의 역할을 맏고 있는 심은경의 비중이 꽤 큽니다. 자연스레 나미의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비중이 쏠릴 수 밖에 없었고, 영화를 끌어가는 역할을 해야하는만큼 연기력도 안정적인 배우가 필요했던 배역이라고 할 수 있죠. 심은경은, 이런 나미의 역할을 너무도 사랑스럽게, 잘 해내었습니다. 오히려, 성인이 된 써니 멤버들의 이야기보다, 그들이 추억하는 어린시절이 영화를 내내 뒤흔들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까지 하죠. 개인적으로 써니를 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엇인가 하면, 바로 심은경양이 신들린 척 하며 전라도 사투리로 욕을 해대는 바로 그 장면이었으니까요. 전라도 사람인 제가 봐도 정말 기가찰 만큼 잘 해낸, 그리고 배가 아플만큼 웃어댄 장면이기도 했구요.

아직은 어리지만, 상반기 최고 흥행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너무도 잘 해낸, 이 어리고 작은 배우, 현재는 유학생활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얼마나 더 대단한 모습을 보여줄지 은근히 기대되는 소녀이기도 합니다.
  

 

 

 우리동네 114분 | 개봉 2007-11-29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는 한 동네, 이 동네에 추리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경주가 살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도 살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죠. 하지만, 경주의 소설은 출판사에서 매번 퇴짜를 맞습니다. 리얼리티가 떨어질 정도로 잔인하기만 하다는 차가운 평과 함께 말이죠. 경주는 뜻대로 되지 않는 작업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에 놓기에 되고, 급기야는 살던 방에서 내쫓기는 상황에 이릅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집 주인을 찾아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가겠다고 말하는 경주에게, 집 주인은 마지못해 방안으로 들어가게 해주지만 온갖 경멸과 비난 섞인 막말로 경주를 몰아붙이고 무시합니다. 그리고, 경주는 집주인 여자를 살해하게 되죠. 정신을 차린 경주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감추기 위해 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쇄살인과 유사한 방식으로 자신의 살인을 위장합니다. 그리고, 이 모방범죄가 동네의 진짜 연쇄살인범을 자극하게 되죠. 이제 경주는, 살인범인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함은 물론 위협적으로 자신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는 진짜 살인범과도 대면해야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우리동네'에는 두명의 살인범이라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보통, 연쇄살인범과 형사와의 추격적이나 추리과정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많지만 이 영화는 살인범과 모방범 사이의 설정을 배치해 다른 스릴러물과는 조금 다른 구조를 보여주죠. 그리고 이 영화안에, 진짜 우리동네의 원조 연쇄살인범 효이로 등장하는 배우가 바로 류덕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유승호, 심은경보다 더욱 더 좋아하고 관심있는 배우이기도 한 류덕환은, 류덕환이라는 이름보다는 천하장사 마돈나의 여자가 되고 싶었던 소년이나, 웰컴 투 동막골에서 여일이를 좋아하던 북한군 소년병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을 때 연상이 더 빠른, 류덕환이라는 한 배우보다는 캐릭터로 기억하는 것이 빠른 배우이기도 하죠.

우리동네에서 류덕환은 그간 그가 맡아왔던 뭔가 풋풋하고 푸르른 느낌을 주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맡은 역할이 살인을 저지르는데 아무런 가책도 망설임도 없는 사이코패스의 역할이기 때문이죠. 20대 초반의 아직은 소년티가 남아있는, 그것도 아역배우 출신인 류덕환이 연기하는 사이코패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조금 상상이 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동네를 보고 난 다음, 기억에 남는건, 오히려 경주 역의 오만석도, 재신 역의 이선균도 아니었어요. 평소에는 너무도 착하고 순한 모습으로 살아가다, 광기가 번득이면 그 어떤 망설임도 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하는 류덕환의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었죠. 저 순한 얼굴에 저런 표정이 나올수도 있는거구나 싶어 가히 꿈에 나올까 무서울 지경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류덕환이 연기변신을 위해 너무 과한 시도를 한것 같다고도 평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통해, 류덕환이 선하고 순수한 역할만 하는 배우가 아니라, 그 모습으로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역할도 해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이름보다는 캐릭터가 기억되는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아마도, 그만큼 충실히 하나의 작품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채 철저히 캐릭터 자체가 되어 연기하는 것이 진짜라는 생각들을 많은 배우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텐데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제 20대 중반의 어리다면 어린 배우가 바로 그런 모습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쩐지, 앞으로도 쭉~ 굉장히 오랫동안 연기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만 같은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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