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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愛 탄생 - KBS 러브 인 아시아
KBS러브인아시아 제작팀 엮음 / 순정아이북스(태경)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우연히 캄보디아에서 온 맑고 큰 눈을 가진 여인을 텔레비전을 통해 본 기억이 얼핏 떠오른다.
그녀는 말 설고 물 선 타국의 땅에 사랑 하나만을 굳게 믿고 혈혈단신 건너왔다 한다. 지독한 향수병에
고생하고 따갑게 쏘아 보던 날선 시선들에 몸서리치며 앓기를 반복하며 이제는 한국의 아줌마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말끄러미 웃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저 어설픈 외국인 며느리가 나와 우리 문화 속으로 들어오는 통과의례에 따른 열병 정도로
쉬이 보아 넘겼다. 허나 가족愛탄생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들의 눈을 통해 우리가 가진
비열함에 새삼 부끄러움이 앞서게 하였다.
이 책은 한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인기리에 방영한 덕택 인지 이야기 하나 하나마다 뭉클하지 않은 사연이 없을
정도로 심금을 울리게 한다. 책은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으며 마치 귀에 익은 성우가 나와 대본을
찬찬히 읽어 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들이 우리 문화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가는 과정을 때로는 담담
하게 때로는 희망에 들떠 때로는 그네들이 겪었을 아픔을 함께 나누며, 우리와 함께 소통하여 우리가
되었음을 일러준다.
오랜 수행의 고통을 힘겹게 이겨내 얻은 깨달음을 티베트의 창공에 날려 버리고 사랑을 찾아 날아온
티베트인 치미, 스치는 옷깃 인연처럼 지극히 우연히 만나 사랑으로 발전한 순수한 눈을 가진 파키스탄인
임란, 남편만을 믿고 정들었던 고향을 등진 채 떠나 와 황망하게 미망인이 되어 버린 필리핀인 테시스비,
여느 여염집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는 스리랑카인 마두샤니. 이들의 삶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단지 우리와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빈곤한 나라에서 태어났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못난 시선에서 비롯된
아픔인 것을 말이다.
낯선 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루고자 한 꿈을 개척해 나가는 필리핀인 아나벨, 서로가 인연이었음을
알았기에 물리적 장애에도 개의치 않고 한곳만을 서로 바라보며 사랑을 키워 가는 라오스인 케오메리,
높은 신분을 가지고 태어 나 명예로운 삶이 보장되었던 삶을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 묻어 버리고 사랑을
찾아 떠나 온 명랑 쾌활한 네팔인 두루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동서지간이 된 캄보디아인 촘과 뚜온.
이들을 통해 그들도 우리와 같음을 다시 한 번 주억거리게 된다. 우리가 던진 비뚤어진 시선과 단절된
마음의 벽으로 상처가 나버린 소외된 우리의 이웃을 그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끝없는 사랑으로 품어주었음을
말이다.
반듯하게 자라 쉼 없이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들을 기른 곧고 바른 심성을 가진 필리핀인 테레시타, 이웃의
아픔을 온몸으로 함께 이해하며 도움의 온정을 나눈 베트남인 투옅, 태어난 나라가 달라도 함께 사이좋게
살면 한 핏줄이 되어 가족으로 된다는 믿음으로 사랑을 이룬 키르기즈스탄인 촐펀, 화마가 가져다 준 상처를
사랑의 힘으로 치유한 인도네시아인 예티. 이들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우리가 만들어 낸 알량한 자긍심이
덧없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하여 수없이 많은 다문화가정을 양산해 가고 있다. 준비가 덜 된 탓일까 아니면 그저
소외된 계층의 아픔정도로 치부해 버리고 마는 탓 일까? 이 책은 이러한 편협한 시선을 벗어나 우리가 해결
하지 못한 과제를 이들을 통해 희망이 있음을 발견하고 나아갈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함께 읽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깨우치고
그들도 우리처럼 순수한 영혼을 지녔으며 울컥한 사랑이 살아 있는 뜨거운 영혼이라는 진실을 말이다.
그저 낯선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이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