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나라 사람들 - 목욕탕에서 발가벗겨진 세상과 나
신병근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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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의 목욕탕은 유래 없이 개방되고 열린 평등한 곳이다. 사회적 지위나 명성, 부귀 따위로 사람을 재단하는 세상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소통과 해방의 배출구로 일상에 찌든 육신을 재충전하고 삶의 불만을 풀어 흘려버리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떠한 것도 끼어 들 자리가 없다. 그만큼 사적인 휴식의 순간이다. 그렇다보니 목욕탕이 서민들의 다사다난한 일상으로부터 일탈의 유혹을 지켜 주는 일종의 안전지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처럼 목욕에 담긴 문화는 은밀함으로부터 기반을 둔 자유다. 이 책 <탕나라 사람들>의 소재는 아이들 눈에 비친 대중목욕탕의 풍경을 유머와 위트를 겸비하여 철학적 사유로 통찰하였다. 7살 뺑글이와 똥희의 유아적 사유와 어색한 이미지를 날것 그대로 차용하여 원형적 순수함을 동시에 추구하였다. 가벼운 문체와 추상화에 가까운 이미지는 쉽게 책장을 넘기게 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인간이 부끄러움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상호간의 소통은 엉키고 단절되는 원인의 발단이 되었는지 모른다. 수치와 모욕이 생산한 파생물은 소통의 매개체를 엉키게 하는 갈등의 원인이다. 저자가 추구한 사유의 존재의미 또한 자아의 정체성 확립에서 비롯되었음은 소통의 창구로서 지목한 목욕탕의 소재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철학적 물음은 타인과의 관계 속 연결된 상호연결성에 있다. 권력, 탐욕, 명예로부터 시기, 질투, 대립, 갈등의 상황은 모두가 넘어야 할 고립무원의 산이다. 이러한 사회 문제는 무엇이 문제인지 조차 망각시켜 버린다. 


목욕은 순화와 청결의 정서로 대변된다. 묵은 때를 닦아 내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 드는 산뜻한 기분은 개운한 상태를 생산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목욕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관심을 보인다. 주일을 기점으로 누가 지키라고 한 적도 없건만 그 주기를 뒤따르는 현실이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목욕탕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순수한 상태로의 회귀에 다름 아니다. 마치 어머니의 품속에서 맛본 기억 저편의 평정 그 상태와 같다.  


저자의 생각이 투영된 책의 전반의 시선은 이채롭고 색다르다. 목욕탕의 풍경을 사회문화와 결부하여 희화화 시킨 것 또한 새롭다. 동심의 시각적 순수함이 그렇고 이미지의 소탈함이 그렇다. 누구나 쉽고 용이하게 행간의 숨은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책 이면에 담긴 소통의 의미를 통찰하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받게 된다. 


기계적이고 획일화된 고정된 시각으로 표현하기 힘든 순간을 담았다. 육신의 겉에 묻은 오염된 상태는 목욕을 통해 정화된다. 하지만 우리 이면에 담긴 오염된 마음은 그것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헐뜯고 뭉개고 비난하는 배타적 이기심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문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진실한 소통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내와 포용이 절실한 현실이다.


저자의 목욕탕에 얽힌 이야기는 현대를 사는 인간 본성의 회복에 가 있다. 이렇듯 무절제하고 탐욕스러운 오만한 이기심이 목욕탕 배수구를 타고 마음의 때 바다로 흘러가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성 회복이 우선이다. 인간의 모양을 한 탕나라에 빗댄 풍자는 웃어넘길 이야기가 아님은 분명하다. 마음의 때로 함몰되고 더욱 뒤틀리고 변형되기 전에 오염된 우리 자신을 치유하고 돌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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