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우울증 - 역사를 바꾼 유머와 우울
조슈아 울프 솅크 지음, 이종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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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울증은 의욕저하로 인한 상실로 인지체계의 불안정 및 정신 신체적 증상의 불규칙을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흔히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 생기는 양극 우울증 즉, 무드스윙장애상태가 일반적이나 나이대별 발병 시기에 따라 우울증의 상태도 다르게 발현된다. 이처럼 우울증은 일반적인 정신상태의 원활한 감정조절이 힘든 다분히 침잠된 형태로 나타난다 하겠다.

 


이러한 우울증이 미국인의 신화적 지도자 애브리엄 링컨을 괴롭혔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겸손과 강직한 삶으로 강단의 의지를 보여 준 링컨의 일생에 우울증이 끈질기게 괴롭히고 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였다는 주장이 제대로 납득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이 책 <링컨의 우울증>의 저자 조슈아 울프 셍크는 전통 현대 심리학의 시선으로 링컨이 남긴 업적을 중심으로 신랄하게 실험의 대상으로 플라즈마의 도마 위에 올렸다.

 


저자는 링컨의 우울증의 유발원인을 통해 삶을 지배당한 멜랑콜리의 근원과 극복과정을 통찰하고 현대인의 우울증 극복방안을 제시하고자 시도하였다. 실제 2007년도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중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다음으로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차지하였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할 만큼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는 정신질환이지만 사회적 요인에 의한 압력 즉 스트레스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기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처럼 우울증은 단순하게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치부하기에는 파국효과가 대단함은 알 수 있다.

 


링컨은 20대 초반 우울증의 초기증상인 단극우울증에 노출되었다. 그의 우울증의 시발은 생물학적 기질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이며 당시 증상은 세상의 모든 슬픔을 짊어 진 절망적인 우울상태를 지속시켰으며 유년기 시절 받은 트라우마인 정신적 상흔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링컨에게 보인 1차 우울증의 발현은 적절한 대응책과 방법을 모색하지 못하여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표출하였다. 그의 친한 지인 조슈아 스피드 또한 링컨과 유사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당시 미국사회는 우울증에 대한 경계를 양면성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링컨은 현재의 관점으로 본다면 전형적인 우울증을 앓은 불안한 정신장애를 앓은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저자가 링컨의 우울증이 통상의 환자들과 다른 극복과정을 살핀 것은 링컨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극복방법이기 때문이다. 링컨은 상당시간을 침울하고 비통한 멍한 상태로 그만의 동굴을 만들고 세상과의 단절을 시도하기는 하였으나 그가 가진 유머의 기질이 대중들에게 뿜어져 나오면 아우라는 실로 대단하였던 모양이다. 이런 링컨의 모습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인으로서의 신화적 삶을 산 링컨의 단면에 다르지 않다.

 


당시 미국사회는 남북으로 갈라진 노예제도의 운영에 휘그당과 민주당의 갈등이 극한에 다 다른 상태에 있었다. 통상 알려진 바와 같이 링컨은 노예제도의 위해성과 인간 존엄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미국 수정헌법과 대치되는 것으로- 상당수 보수주의자들과 대립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렇지만 링컨 또한 정치인의 전형적인 외양을 갖춘 인물이었기에 노예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에 의하면 링컨의 전기를 집필한 시기가 동시대에 이루어 진 것으로 보아 불리한 것은 은폐하고 유리한 시각으로 몰아갔음을 지적한다.

 

링컨이 사망한지 올해로 200년째를 맞이하였다. 이와 같은 시기에 미국의 정신적 지주로 군림하는 애브리엄 링컨의 위대한 삶을 재조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흠집 내기라도 하듯 우울증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수면위로 끌어 올린 저자의 담론과 통찰은 실로 대단해 보인다. 더불어 전통적인 프로이트의 이론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기반으로 무의식세계와 의식세계와의 충돌을 실험적인 방법으로 역사 속에 스며든 링컨의 흔적을 되돌린 것은 신선한 시각적 교류라 하겠다.

 


이렇듯 이 책의 저자가 밟아 간 링컨의 행적은 바쁜 현대인의 현재에 대입하여 되돌아보기에 충분하다. 급변하는 변화의 중심에 정서적 충격이 심각한 상흔을 남기는 것에는 우울증이라는 요소가 똬리를 틀고 있다. 우울증은 증오나 분노로 내면적 불안정을 외부로 표출하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임을 떠올려 볼 때 링컨의 철저한 관리와 통찰을 통해 극단의 삶을 조절할 수 있는 모범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심리학에 기반을 둔 링컨의 이면이 우리에게 다른 링컨의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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