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공화국, 누가 우리 아이의 재능을 죽이는가
안드레아스 잘허 지음, 송경은 옮김 / 서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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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의 사전적 의미는 아주 뛰어난 사람을 지칭한다. 이만큼 영재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능력을 상회하는 능력이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는 전제를 두고 판단한다면 누구에게나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영재로서의 특성과 자질은 누구에게나 가질 수 없는 법이다. 이러한 유한특정성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인간을 영재로 둔갑하려는 착각 내지는 환상에 사로잡히게 한다.

 

나의 아이가 남들보다 뛰어난 것을 마다할 부모가 있을까? 제 나이 또래를 훌쩍 뛰어넘는 탁월한 재능과 비범한 능력을 보인다면 어찌 방치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 사회가 아이의 재능에 관대하였는지, 제대로 된 교육적 토양을 배양하여 주었는지, 교육행정의 다양한 기회의 제공 및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지, 보호자로서의 제 역할을 다했는지에 대해 반드시 묻고 따져 보아야 할 문제라 할 것이다.

 


이 책 <영재공화국>은 독일의 정치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안드레아스 잘허가 자국 내 무너지는 공교육환경을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구태의연한 교육행정으로 인하여 사장되어 버리는 아이의 재능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토양과 새로운 대안환경을 제시하고 나섰다. 저자는 인접한 국가인 오스트리아의 사례와 교육선진국인 싱가포르, 창의성의 나라 미국의 교육환경을 사례로 들어 신랄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교육은 만년지대계라 한다. 또한 교육은 올바른 자의식을 배양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인교육이 목표가 된다. 더불어 아이의 특성과 적성에 따라 타고난 재능을 일구고 모자란 분야를 보완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가 된다. 하지만 교육적 목표와 현실은 일정한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의 참된 재능이 무엇인지를 바라보는 학교, 교사, 부모의 제 역할이 밑바탕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사상적 기저에도 아이의 숨은 재능을 발굴하는 것의 배경으로 적성과 능력에 부합하는 교육적 환경조성이 보다 시급함을 내세운다. 그가 말하는 영재의 관념이 기존의 우리 사회가 바라본 것과 다르지 않음에 놀라게 한다. 유아기적 신동이 청소년기를 지나 성년이 되면 그저 평범한 보통 사람이 되어 버리는 현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국가적 문제에 방증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공교육의 붕괴현상은 교사에 대한 위상 실추와 공교육의 획일화와 불신감을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찾는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 또한 얼마만큼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었는지는 누구나 인식하고 공감하는 문제다. 문제의 왜곡 분출은 사교육시장으로 몰리게 하고 양극화에 따른 교육기회의 균점마저 형평성을 잃게 만들었다. “이제 개천에서 용 난다. “는 말은 잊혀진지 오래다.

 


저자가 바라 본 독일의 교육시스템의 심각성은 교사의 자질과 정부의 교사육성부재에 일차적 원인을 묻는다. 무능력한 교사의 순환적 퇴출구조가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져야 교육이 살고 아이의 재능이 돋보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더 나아가 진정한 교육자의 육성에 정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며 현재의 관료주의적 사고로 인한 경직화된 교육정책의 후진성향을 통렬하게 되짚었다.

 


교사의 책임이 그 어느 누구보다 크다는 것은 통감하지만 교사의 처우문제에 대해서는 잘못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재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난해한 문제를 오롯이 교사에게만 전가하려는 미루기의 전형이다. 교사의 질적 개선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아이의 교육적 혜택이 군더더기 행정잡무에 묻혀 사라질 수밖에 없음은 당연지사라 하겠다. 교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보장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아이의 재능은 기성세대 모두의 책임이며 인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부모는 교사의 책임을 묻기 이전에 부모로서의 자질과 아이에 대한 애착관계가 올바르게 형성되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 이러한 건전한 교육적 토양이 대내외적으로 배양되고 정부의 일관되고 창의성을 살리는 교육정책이 흔들림 없이 시행된다면 공교육의 부활은 힘든 일이 아니라 할 것이다. 아이의 재능은 저절로 발현되는 것이 아닌 관심을 통해 발견하고 개발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교육환경에 대한 기존의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변환하고 조급함에서 벗어나 아이의 잠재된 재능을 살리는 것에 주력하여야 한다. 조기교육을 통한 아이의 재능을 발굴하는 것 또한 중요하나 부모의 눈높이로 아이를 재단하려 하는 시대착오적 행위를 중단하여야 한다. 이는 잠재했던 능력 또한 매몰되고 상실되어 버릴지 모를 일이다. 아이와의 열린 대화를 통한 조력자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상호소통의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며 사회적 파수꾼인 인식 있는 교사로서의 자리매김을 다 할 때 일그러진 교육현장을 개선할 수 희망의 불꽃을 피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불편한 교육계에 대한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이다.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아이의 눈을 통해 아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더불어 학교와 교사를 통한 내적인 자기변신을 통해 잃어버린 열정과 주인의식 및 상호간 가치인정의 온전한 자리매김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 하겠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실추한 교권의 확립과 절로 흥겨워지는 신명나는 학교로 거듭날 것이다.

 


독일은 동서독 통합을 원만하게 이루어 모두가 부러워하는 경제대국이며 선진국이다. 이러한 나라의 저자가 교육계의 비현실적 관행과 만연한 교육의식에 대하여 펜을 든 것은 다름 아닌 교육의 성공이 곧 나라의 흥망성쇠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비단 저자가 독일사회의 성찰과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로 이 글을 써 내러 갔다 할지라도 우리의 현재와 다르지 않은 것은 더 이상 변화의 물결을 막을 수 없음에 있다. 저자를 통해 교육계의 현실을 성찰하고 각성할 수 있는 가늠좌가 될 여지가 충분한 책이다.

 


미래 사회를 짊어지고 갈 아이들에게 이분법적 편 가름으로 아이들을 나누는 어리석음을 그치지 않는다면 하향평준화를 통한 질적 저하의 위기는 마치 내리막길을 걷는 것처럼 불을 보듯 뻔하다. 정보화시대에 역행하는 산업화시대의 유물인 허울 좋은 학교를 벗어 버리고 생동감 있고 활기찬 교육환경이 조성되기를 기원해 본다.

 


   
  훌륭한 교사는 예전이나 앞으로나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해요. 따뜻한 마음(감성)과 활발하게 돌아가는 두뇌(이성), 다시 말해 다정함과 엄격함이죠. 어느 것 하나 빠져선 안 돼요. 저마다 이를 요구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것이 필요한 적재적소의 순간을 알려줘요. 언제 부드러움을, 언제 엄격함을 보여야 하는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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