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인 이야기 - 서양문명을 탄생시킨 12인의 영웅들
칼 J. 리차드 지음, 박태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철저한 약육강식의 지구에서 인간이 그 주인으로 등장하게 된데에는 무엇보다도 인간이 이룩해낸 문명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리와 군집을 이루어 살던 인간의 모습은 다른 동물들과 그리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좀 더 강해지기를 원했고 그것은 현세와 미래를 넘나드는 기대감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간의 문명은 인간의 삶을 바꾸어 놓기 시작한다. 발달된 문명은 인간의 삶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시작한다.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러한 철학적 사고로부터 그리스 문명은 시작되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그러한 것들은 인간생활을 규정짓는 하나의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현재의 우리가 사회와 국가를 이루고 사는 대부분의 모든 원리가 그리스 로마 문화에서 비롯되었으며 하나하나의 어휘나 용어 자체도 그리스 로마문화에서 유래되었다 할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인 이야기>는 그러한 현대 문명의 원류가 된 그리스와 로마 문명의 중심에 서서 오늘날까지도 사상과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열 두명의 인물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그들은 단순히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아니라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인류의 역사에서 누구보다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들이기도 하다. 책은 열 두명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서술되었지만 그들의 삶 뿐만아니라 그들이 살아갔던 시대를 통사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그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인류의 문명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되었고 그들의 사후 후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통해 그리스와 로마 문명이 인류에게 선물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문학의 시조라 일컬어지는 호메로스부터 탈레스, 테미스토클레스, 페리클레스, 플라톤, 알렉산드로스, 스키피오, 카이사르, 키케로, 아우구스투스, 바울 그리고 고대문화 최후의 위인이라 말할수 있는 아우구스티누스에 이르는 열 두명의 이름을 내세워 열 두개의 챕터로 그리스와 로마 사회를 서술하고 있다. 물론 책에 언급된 열 두명의 인물들 모두가 완벽한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그들은 그들이 살고 있던 시대를 자신의 시대로 남길만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나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처럼 자신의 꿈과 희망을 향해 권력의 중심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 있는가하면 호메로스, 탈레스, 플라톤과 같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며 인류의 역사에 기여한 인물들도 있다. 

 

"모든 소설은 호메로스에게 빚을 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삶은 그리스 로마 문명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질 만큼 발전한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가치판단 기준이나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보편성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다만 조금 멀리 볼 수 있는 시각과 현대의 기계문명으로 인한 삶의 윤택함 정도가 그 혜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책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리스 로마 문명이 오늘날의 현대문명에 끼친 영향에 관한 것인듯 하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가 단순히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고 그러한 영향은 지금까지도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탈레스의 과학 역시도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과학에 까지 영향을 끼친 것은 어떠한 과학적 사실이라기보다 과학적 전망과 그 접근법이었다는 것을 설명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는 그 구체적인 사례들이 여러번 언급되고 있다. 그리스 문명을 그 영역 밖으로 전파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사후 분열된 60여개의 폴리스의 동맹이 인구에 따라 대표자 수를 다양하게 책정하는 미국 건국시의 모델로 언급된 것이나, 서양 철학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플라톤의 혼합정체론이 근대 공화주의자들에게 경제 계급들 간의 권력의 균형이라는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었고 그것이 마침내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각 권력의 균형적인 모습을 탄생하게 한 원류가 되었음을 통해 그러한 것들이 좀더 구체적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그리스와 로마 문명은 예술, 철학, 과학, 정치 등 모든 면에 있어 인류에게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쳤고 또한 구체적으로도 많은 유산을 남겼다. 어쩌면 그만큼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한 지역과 문화는 앞으로도 존재하기 어려울듯 하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삶의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해준 문명이기에 지나간 시간처럼 앞으로의 역사 역시 그들의 삶과 방식에 대해 끊임없는 연구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이 남긴 유산 모두가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업적과 함께 그들이 남긴 비통한 과오를 동시에 조명하는 것이 그 시대에 대한 좀 더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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