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죽었다
셔먼 영 지음, 이정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인류가 생기고 여러가지 획기적인 발견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문자의 발명과 그 문자를 기록할 수 있는 책의 존재는 인류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류의 역사 자체를 선사시대와 그 이후의 역사시대로 구분하는 보편화된 역사구분을 통해 증명되기도 한다. 문자와 책을 가진 민족은 세계사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한 민족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져 가곤 했다. 또한 인쇄술의 발명은 인류를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 주었고, 책은 언제나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호주의 책 애호가 셔먼 영은 이 책 <책은 죽었다>를 통해 그렇게 언제나 인류와 함께 해왔던 책이 이미 물리적으로는 죽었음을 선언한다. 저자가 그러한 선언을 하게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온다. 저자는 집의 내부 수리를 위해 집에 있던 수 백권의 책을 지하실 창고에 넣어두었다가 호우로 인해 모두가 젖어버리는 일을 당한다. 젖어서 훼손된 책을 바라보며 저자는 문득 책을 창고에 넣어둔 이후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는 젖어 버린 책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잊고 있었던 그 책들이 이미 자신에게 죽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한 생각을 통해 저자는 상실감 보다는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다. 물리적인 책의 부피는 상상을 초월한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그 부피는 집안의 서가 뿐만 아니라 책의 유통 전반에 걸쳐서도 많은 제약을 주기도 한다. 물론 지금 현재도 유통되지 않는 책이나 팔렸어도 주인에 의해 버림받는 책들은 당연히 죽음을 맞이한다. 그것 역시도 저자가 언급한 책의 물리적인 죽음이다. 결국 저자가 '책은 죽었다'라는 전제를 내리는 것은 물리적인 책의 종말이지만 이를 통해 저자는 책의 탄생과 유통, 보관 그리고 책에 관한 이해관계자들 즉 저자, 출판사, 독자까지 모두 아우르는 책의 시스템 전체에 대해 새로운 도전의 시기가 직면했음을 알리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 문화란 책을 특정짓는 그 무엇이다."
책은 단순한 활자만으로 그 본질을 파악할 수는 없다. 그 안에는 대중들이 여러가지 다양한 사상을 접해 보다 깊이있는 사고를 하며, 책을 통해 다른 이들의 생각과 의견을 배워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갖게 만드는 원천으로 작용해 왔다. 즉, 공적인 대화를 통해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 내는 이상적인 목표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결국 책 문화의 가장 큰 핵심은 쓰고 읽고 편집해서 사상을 출판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가치있고 인간적인 대화를 지속시켜 나가는 것이다. 결국 소설, 비소설의 형식적인 틀 보다는 사상이 우선시되어야 하며, 그러한 가치있는 저자의 주장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얼마나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에 그 성공의 여부가 달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는 그 활자만으로 마치 영화를 보듯이 자신이 만드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다. 하지만 빠르고 순간적인 만족을 우선시하는 현대인들에게 지속적인 시간을 투자해 읽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선택에서 밀릴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결국 현대인에게 다양히 펼쳐진 문화적 선택속에서 책을 읽는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것을 가리켜 저자는 '책이 죽었다'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음성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인터넷 속의 멀티미디어는 우리의 생활 전반을 일순간에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인터넷의 수 많은 웹 콘텐츠 역시도 완벽한 텍스트의 조합일 뿐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의 읽기 습관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읽는 방식은 물론 그 대상까지도. 발빠른 정보력과 신속함 그리고 역동적인 쌍방향의 참여를 통해 더 이상 글쓰기가 소수 이름있는 저자만들의 능력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블로그를 포함한 새로운 온라인 미디어 형식들은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허물었을뿐만 아니라 글쓰기와 출판의 경계까지도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 저자는 이를 통해 출판업계의 위기가 왔음을 알린다. 하지만 책 자체가 인간과 인간간의 소통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매개체이기에 그 문화를 보호하는 그들의 의무가 또한 중요함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출판사 역시 공익적인 측면이 있지만 경제적 수익은 그들의 존폐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요소임을 부정할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베스트 셀러가 차지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수치는 상당히 흥미로우며, 그 데이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출판사와 서점이 소수의 저자와 책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추세에 맞추어 편안함과 슬림화라는 이름으로 전자책을 내세워 물리적인 형태의 책이란 존재에 대해 도전장을 던지며 책의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었던 e-book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e-book은 단지 책이라는 외형적 모습을 없앴을뿐 비용적인 측면이나 독자들의 만족감을 이끌어 내지 못했던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어떠한 결론을 도출해낼지 궁금했다. 저자가 책이 죽었다고 선언한 것은 더이상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며, 그것은 현대 전자 정보사회에서 사람들이 책이라는 형태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식이건 여전히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읽으려 하기에 책이라는 물리적 형태는 죽을수 있지만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책 문화는 여전히 살아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죽은 책을 구하는 길은 책이라는 물리적인 형태를 없애고 새로운 형태로 대체할만한 혁신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그 자신이 누구보다도 책을 사랑하며 앞으로도 여전히 책이 그 자체로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미래를 원하기에 이 책을 썼으며 무엇보다 책에도 디지털의 미래를 적극 수용할 것을 권유하며 책을 맺는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물리적인 책의 형태는 이미 그 끝을 향해 있는지도 모른다. 출판인들 뿐만 아니라 책에 관련된 모든 이들이 한번쯤은 곱씹어볼 문제임이 분명한 부분이다. 저자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분명 출판업계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내외의 경제상황과 여건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책으로 만들어지는 문화는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임에는 틀림없다. 새로운 기술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는 저자의 말처럼 보다 혁신적 대안을 통해 책에게서 떠나갔던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새로운 인간적 대화를 나눠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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