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사람의 길을 말하다
한정주 지음 / 예담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이 살아나가는 방식은 이 세상의 존재하는 사람의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각기 삶의 방법이 다르듯 그들이 꿈꾸고 원하는 목표 또한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그 모든이의 꿈을 이루어 주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세상엔 당연히 경쟁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기꺼이 감수하며 생활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경쟁이라는 것이 그리 올바르게만 전개되지는 않는 것같다. 자신의 꿈을 위해 나아가는 길이라고 항변하기에 우리는 너무나 극단적이고 이기적인 개인주의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갖은 편법을 동원하기도 하고 사람답지 못한 행동들을 하면서 그렇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에게도 삶은 힘든 고난의 연속이었다. 정치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불안한 정국의 흐름은 그저 학문의 길을 걷고 싶었던 그를 쉽게 내버려 두질 않았다. 그때마다 그는 나라의 부름을 받아 자신의 소임을 다했고, 자신의 일생을 통해 진정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인물이다. 이 책 <율곡, 사람의 길을 말하다>는 조선 최고의 지식인이며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기도 한 율곡의 삶과 학문을 통해 가장 기본적인 삶의 자세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무엇이 진정한 삶의 자세인가를 일깨워 주고 있는듯 하다.

 

이 책은 율곡이 스무살 때 쓴 자경문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열여섯 율곡은 어머니 그 이상의 존재였던 신사임당을 잃고 그 충격과 슬픔으로 삶의 방향마저 잃고 방황의 날을 보낸다. 모든 것을 잃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불교에 몸을 의지하던 그는 더이상 좌절과 절망의 날을 보낼수 없다 생각하고 선비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기 위해 원래 그가 있던 사회로 복귀하며 자경문이란 글을 짓는다. 말 그대로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이라는 자경문의 의미처럼 그는 자신이 스무살때 쓴 자경문의 글귀를 평생의 삶의 철학으로 지켜 나간다. 자경문은 이처럼 자신에게 닥친 혹독한 시련을 딛고 일어난 율곡이 앞으로 어떠한 삶을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삶의 목표와 방향을 맹서한 개인적인 글이다. 책의 지은이 한정주는 율곡의 자경문을 7개의 주제로 나누고 각 주제별로 율곡이 자경문에 맹서한 뜻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삶에 대입시켰는지 이후 그의 삶과 철학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경문의 첫 구절이 입지(立志)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율곡 스스로도 고통의 나날을 지나왔기에 입지란 그에게 있어 너무나도 절실한 삶의 첫 단계였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 세운 뜻을 구체화하기 위해 스승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평생의 스승을 찾는 것으로 배움과 실천의 삶을 시작한다. 어진 마음과 지혜로운 뜻을 갖겠다는 그의 입지라는 목표를 위해 그는 평생 공부와 그에 맞는 행동을 중요시 여겼다. 그는 관직 생활의 대부분을 언론기관에서 보냈다. 그렇기에 말이 갖는 위력과 효과를 누구보다 깊이 체험하게 된다. 그렇기에 언행이 일치하지 않으면 신뢰를 잃고, 행동으로 망친 일은 회복되지 않는다는 삶의 교훈을 얻는다. 윤원형과 심통원을 몰아낸 그의 상소는 말과 행동을 실천한 그의 사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일화인듯 하다. 때가 되면 반드시 목숨을 던질 각오를 가지고서 자신의 주장과 뜻을 펴는 것, 그것이야 말로 율곡이 우리 후손들에게 가르치는 말의 떳떳한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심을 끊어 내는 것 이 정심(定心)에 담긴 의미이다. 하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어 보인다. 율곡은 배운 것을 실천에 옮기는 마땅한 도리를 지켜내다 보면 정심의 목적을 깨달을 것이라 말한다. 또한 편안함과 즐거움만을 쫓다보면 후회할 일들이 생겨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속이게 되기까지 한다.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기에 홀로 있을때 더욱 경계하고 삼가 스스로를 속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율곡의 근독(謹獨)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한 삶의 지표로 되어야 할 것 같다.

 

개혁적인 정치인으로서의 율곡의 모습과 학문을 추구하는 선비로서의 율곡의 모습은 많은 대조를 보여준다. 정치인 율곡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따라 행동한다. 그저 책상에 앉아 탁상공론을 펼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와 결과를 위해 언로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낡고 부패한 것은 개혁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학자로서의 율곡은 그 스스로 평생을 학문의 길이라 여겨 언제나 충실히 학문에 정진해 수많은 책을 남겼다. 또한 가족과 함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장간일까지 했다는 그의 삶에 자세는 부끄럽지 않은 그의 삶의 정신을 보여주는 듯하다.
 
책은 심오하고 어려운 율곡의 사상 세계에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인간 율곡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에 보다 집중하려 한다. 그의 학문적 영역 보다는 스무살에 세운 뜻을 평생토록 지켜나간 율곡의 삶을 통해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사람의 도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진정한 토론이 사라지고 당파간의 이해관계만을 따지며 폭력으로 치닫고 있는 국회, 상명하복이라는 명분하에 한번 정해놓은 틀은 절대 깰 수 없다는 교육계,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이버 세상에서 온갖 욕설과 비방을 서슴지 않는 우리 주변까지... 어떠한 사안이 옳고 그르다에 앞서 진정한 삶의 자세와 도리를 위해 평생을 살아갔던 대스승 율곡의 삶을 통해 한번쯤 차분하게 생각할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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