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무] 서평단 알림
눈물나무 카르페디엠 16
카롤린 필립스 지음, 전은경 옮김 / 양철북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자의 극명한 대비는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보여지는 어쩔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 어디든 힘들지만 분명히 기회는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생활조차도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내일을 생각할겨를 조차도 없다. 그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 기회의 땅으로 가려한다. 그곳에서라면 그들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꿈을 이룰수 있다는 부푼 희망은 해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실종되고 사라지는 사막을 건너게 한다. 이 책 <눈물나무>는 그렇게 목숨을 걸고 사막을 건너 미국으로 불법 밀입국하는 멕시코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무엇때문에 그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는지,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그리던 기회의 땅 미국은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그들을 맞이하는지 열다섯 소년 루카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의 가슴시린 이야기이다. 

"이 나무는 빗물이 필요하지 않아. 우리 이야기와 여기서 흘린 눈물만 먹고 자라지."
유골이 담긴 배낭을 꼭 끌어 안고 있는 루카의 시선은 지금 늙고 커다란 나무를 향해 있다. '눈물나무'라 불리는 그 나무 아래서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루카는 누구보다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눈물이라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죽음이 언제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 이야기했던 할머니의 말을 기억해내는 것 같다.

루카는 일곱 이 되면서 학교에서 고국 멕시코를 자랑스러워해야 하고, 국가가 국민에게 일자리를 주고 부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운다. 하지만 그 무렵 루카의 아버지는 다니던 농장에서 해고 당했고 새 일자리는 나타나지 않는다. 루카의 가족들은 이제 미국으로 떠난 루카의 맏형 에밀리오가 보내오는 수표로 근근히 연명해 나간다. 어쩌다 수표가 오지 않는 달에는 점심을 굶고 하루에 두번 콩으로 끼니를 이어가는 어려운 생활을 이어 나간다. 결국 루카의 아버지도 살기위해 미국으로의 불법 입국을 택한다. 하지만 몇달 후 아버지가 국경의 사막에서 죽었다는 소식만이 들려온다. 이제 루카의 가족은 어머니, 형 미겔, 누나 파트리시아 만이 남는다. 그러다가 에밀리오의 수표가 중단되는 것과 함께 파트리시아가 병이 나게 되면서 어머니는 루카의 이모가 있는 로스엔젤레스 근교로 떠난다. 불법 입국자들에게도 미국 병원의 응급실은 열려있다 들었기 때문이다. 루카는 미겔과 바닷가 마을의 할머니에게 보내지지만 어느날 미겔도 사라지고 만다. 다음해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루카는 홀로 남게 된다. 이제 루카에게 선택은 단 하나였다. 열다섯의 루카는 가족을 찾아 미국으로 갈 것을 결심한다.

"미국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하면 목숨이 위험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국경을 넘다가 3,500명 이상의 멕시코 인들이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다가 사망했습니다."
사막의 국경은 그저 단순히 철사를 엮어놓은 것에 불과했지만 그것보다는 찌는 듯한 사막의 무더위와 각종 맹수들이 오히려 더욱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것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사막을 건너는 방법은 단 하나다. 코요테라 불리는 돈을 받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길을 인도하는 사람들에 의지하면 되는 것이다. 루카는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돈을 손에 쥐고 사막을 건너려 한다. 놀랍게도 루카의 눈앞에 나타난 코요테는 에밀리오였다. 그리고 에밀리오에게서 루카는 사막의 강도에게 아버지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그 사막의 강도중의 하나가 에밀리오였다는 것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물론 묵숨을 걸고 사막을 건너는 멕시코인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열다섯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족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고생끝에 루카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가고 이모의 집에서 새로운 미국생활을 이어 나가지만 언제나 현실은 불안하기만 하다. 곳곳에서 불법입국자들을 검거하려는 이민국 직원들의 감시의 눈길만큼이나 엄마의 새로운 남자친구의 존재나 급격히 미국생활에 젖어있는 파트리시아, 웬지 미국생활에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 미겔까지도 모두 불안해 보일뿐이다. 루카가 생각하는 낙원은 그러한 모습이 아니었다. 너무도 다른 현실만이 루카의 눈에 보일 뿐이었다. 그러한 불안한 현실은 루카가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도 여전할 뿐이다.

독일의 교사인 저자 카롤린 필립스는 노숙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다룬 작품을 많이 써왔다고 한다. 이 작품 <눈물나무> 역시도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 불법 이민자의 삶과 이어지는 강제추방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들을 그렇게 이끌었던 빈곤이라는 악순환은 지금도 엄연히 지구의 한편에서 보여지는 생생한 현실이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극한의 절망감 속에서도 그를 딛고 일어서려는 루카의 의지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새로운 모습의 희망이 아닐까. '가족 소풍'이라 붙여진 에필로그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을만한 작품이다. 적어도 그 해변은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국경이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