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정성일 외 지음 / 작가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심형래 감독의 '디워'를 놓고 한동안 갑론을박이 한창이었다. 애국이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마케팅이라는등 내용이 너무 단순하다는등의 비판과 함께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견해또한 팽팽히 맞서있다. 이제 850만이라는 대관객을 맞이한채 조용히 그 간판을 내리며 영화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의 선전을 시작하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전체적인 한국영화의 발전적인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는 청신호라고 보여진다.

우리는 흔히 영화의 오락적 요소를 많이 쫓곤한다. 또한 관객동원이라는 시장성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상업적인 요소라고 봤을 때 그것이 반드시 작품성과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던 것이 현실이다. 평단에서 많은 찬사를 받고 어느 정도의 오락적 요소를 가미하여 흥행면에서도 문제 없을 것만 같던 작품들이 정작 시장에서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많은 영화전문가들이 비판하고 혹평을 내놓는 작품들이 시장에서 대단한 흥행몰이를 하는 것 역시도 어찌보면 참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2007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는 이러한 시대적인 담론을 몇몇의 영화평론가들이 담아낸 되돌아보는 올해 영화에 대한 기억이다. 이 책에는 11편의 한국영화와 7편의 외국영화에 대한 평론이 담겨져 있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영화들이 어떠한 공통의 주제를 담아내고 있는것도 아니거니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수도 없다. 다만 지난 한해동안 엄청난 흥행으로 많은 이야기거리를 남기기도 했고 때로는 대중속에서 금방 잊혀진 영화들을 다시 한번 돌아봄으로서 영화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를 인식하고자 함이 아닐까한다.

지난 한해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많은 관심과 시선을 받은 영화는 무려 1300만이라는 엄청난 관중동원을 하며 일약 국민적인 영화로 떠오른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새로운 쟝르의 개척과 적당한 시대적 풍자 등 한국 영화의 지평을 높인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것은 또한 시대적인 모순과 반미라는 어렵지만 언젠가는 다가서야 할 코드에 대한 국민적인 승리라고 칭송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과 흥행성적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첫장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은 '괴물'이 아니다. <2007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에서 1위로 선정된 작품은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다. 이 책의 구성상 한 작품에 대해 한명의 평론만 싣고 있지만 '가족의 탄생'은 무려 3명의 평론가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이 담아내는 메세지가 강하며 또한 우리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하면 가족의 가장 커다란 구성요소인 혈연이라는 끈 조차 없는 사람들이 모여 가족을 구성함으로서 가족제도라는 우리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해 도전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대안적 가족이라는 새로운 주제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진짜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처음 극장에서 개봉할때의 폭발력은 2,3주가 지나면 서서히 사라지곤 한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그만한 폭발력 없이도 은근히 오래가는 그러한 영화들이 있다. 아마도 이준기 감독의 '라디오 스타'가 그런 영화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주변의 극찬을 듣고 개봉 후 한달 정도가 지나 극장에서 이 영화를 만난 것 같다. 잔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영화의 감독은 놀랍게도 지난해 '왕의 남자'로 한국영화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이준익 감독이다. 이 책에서는 평단과 관객들이 모두 좋은 점수를 주었던 '라디오 스타'에 대해 약간의 비판적 모습이 들어있다. 그것은 마냥 좋은 시선으로만 보았던 작품에 대해 약간은 생각해 볼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연말 쯤에 벌어지는 영화제를 보면 반드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 상을 휩쓸지는 않는다. 그다지 시선을 끌지 못하던 작품들이 감독상이나 주연상 등을 따내는 것을 보며 우리는 대중의 시각에 크게 어필하지 못했던 그 작품들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질 기회를 갖는다. 또한 언제나 그렇듯 김기덕이라는 이름은 늘 논쟁거리를 만들기만 한다. 작품을 둘러싼 논쟁보다는 오로지 영화제 출품을 위한 감각적인 코드를 담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물론 김기덕 매니아는 아니지만 그가 담아내고 있는 작품들에서 추구하는 인간의 본연적인 모습을 대할때 마다 뭔가 진한 섬뜩함이 느껴지고 무한한 논쟁거리를 만든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아마도 그러한 모든 질문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그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 때문에 영화관을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작품들은 모두 개봉관에서 본 것같다. 하지만 요 몇년간 외국영화는 단 한편도 극장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꼭 애국적인 한국영화 지지 관객은 아니지만 그만큼 한국영화가 이제는 작품성과 흥행적인 코드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된다. 솔직히 책의 후반부에 소개되는 외국영화에 대해서는 어떠한 평도 하지 못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 작품들에 대한 시선 또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그간 우리가 스쳐 보내버린 영화들에 대해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접근해 보는 재미를 느낄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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