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빠지다
김상규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우리가 쓰고 있는 우리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것은 다시 말해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단어들에 대해 얼마나 그 뜻과 유래를 알고 쓰는 것이냐 라는 질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아무렇게나 뱉어버린 말들중에는 우리가 그 뜻조차도 모르고 사용하는 말이 많다. 우리는 쉽게 그건 관용어구라고 하고 넘겨버리곤 하지만 그 어원을 알고 사용한다면 그러한 말들은 우리들의 일상 대화를 더욱 감칠맛나게 해주는 조미료가 될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직 국어교사인 김상규씨 가 쓴 <우리말에 빠지다>라는 책은 그래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보여진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인 악착같다라는 말은 이(齒)를 뜻하는 작은 이 악(齷)과 이 맞부딪힐 착(齪)이 합쳐진 말로 '작은 이가 꽉 물려진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자의 뜻 그대로 이를 꽉다문 상태에서 '어떤 일에 기를 쓰고 덤벼들거나 끈기있고 모질게 달려들어 해내는 것'으로 그 의미가 발전했다고 한다. 처음 시작은 한자어였지만 우리말과 조합되어 이제는 억척스러운 우리 민족의 삶처럼 우리말속에 녹아있는 말중의 하나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어느 영화에 소개되어 그 뜻이 오역되어버린 건달이란 단어가 있다. 아마 <넘버3>라는 영화였던 것 같은데 하늘 건(乾)과 이를 달(達)의 조합으로 하늘에 이른다는 뜻으로 건달의 의미를 소개했었다. 그러나 건달은 인도의 불교용어 건달바에서 왔으며 건달바는 수미산 남쪽의 금강굴에 사는 음악을 맡아 본다는 신을 가리키는 말로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나서 한동안은 같은 뜻으로 쓰였다. 그러다가 노래나 배우노릇을 하는 사람을 천시했던 우리 나라의 풍습에 의해 건달바라는 말이 '그저 할 일이 없이 먹고 노는 사람'을 가리키는 건달이라는 말로 바뀌어서 통용되었다고 한다.

실생활에서 쉽게 접하기는 어렵지만 우연히 문학작품이나 좋은 글귀에서 발견되는 순 우리말들이 있다. 자주 사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메모를 해놓아도 쉽게 잊어버리고 마는 그 말들중엔 그 본새만큼이나 예쁘고 아름다운 뜻을 가진 말도 많다. 가령 알짬, 에움길, 온새미, 살사리꽃 같은 단어들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만한 그런 단어들이다. 잠깐 소개하자면 알짬이란 '여럿 가운데 가장 요긴한 내용'이란 뜻을 담고 있으며, 에움길이란 '빙 둘러서 가는 길이나 우회로'란 뜻이다. 또한 온새미란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전체의 생긴 그대로'란 뜻이며 살사리꽃이란 코스모스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말이란 말인가...

이렇게 아름다운 단어들이 잊혀지고 사장되는 것은 아마도 세월의 탓도 있겠지만 우리 자신에게도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시대에 따라서 말은 변해간다. 이전의 시대에서 외세에 의해 우리말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면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말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인터넷상의 세상에서는 날마다 정체불명의 용어들이 오고가고 그 근본조차도 모르는 신조어들이 요즈음 아이들의 세대에 의해서 태어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너나할것 없이 난무하는 그 용어들을 신봉한다. 많은 어른들이 걱정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는 단순히 아이들에게 그런 일들이 잘못됐다고 탓하기보다는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 언어인지 또한 그 깊은 속에는 어떤 뜻이 들어있는지 설명해주어냐 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말을 사랑하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저자의 의도대로 이 책 <우리말에 빠지다>는 짧은 단락들이 이어지면서 어디서든 읽기 편한 구성으로 되어있다. 이동 중이든 잠깐 짬이 날때든 언제든지 꺼내 읽으면서 우리말의 참맛을 알아가는 과정이 내내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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