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이상우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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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소설을 잘못썼나?
소설에서 문제적인 현실을 마주하는 불편함은 있을 수 있지만 불쾌감을 조장하는 글은 그냥 G랄일 뿐이다.

이미지적으로 받아들이라니 그냥 단어의 배열을 이미지적으로 감상하기 적당한 종이짝인가?

정지돈이랑 친한거 같다. 거기서 견적이 다 나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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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돈의 속성 - 최상위 부자가 말하는 돈에 대한 모든 것
김승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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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때 사실 다른 주식투자나 마케팅 관련 서적 정도의 사이비 정신수양 자기개발서 아닐까 생각했었다. 읽어볼 기회가 되어서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고 선입견에 사로잡혀있던 나의 예상은 아주 크게 빗나갔다는 걸 알게되었다.
투자는 기본이고 돈을 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과거 고금리 경제성장시대에 적합했던 성실근면함의 배신, 겸손함으로만 치장하지 않는 바람직한 부자의 마음가짐 등 인생의 가치를 부와 함께 양립하여 사고하는 길을 만들어 준 책이 되었다.

투자에 대해서만 논하는 책이아니다. 돈과 부에 대해 사고하는 철학책이라 하고 싶다.

결국 나쁜 상황은 나쁜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할인된 가격에 자산 구매 기회를 주니, 리스크가 줄어든 시점이된다. 리스크가 무서워 아무도 매입하지 않는 순간이 리스크가 가장 적은 순간이 되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비행기가 가장 안전한 때는 비행기 사고가 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다. 모든 항공사가 정비 점검을 더욱 철저히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평균이라는 말처럼 실속 없는 것이 없다. 때때로 평균은 아무 의미가 없거나 사실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스크를 이해한다는 건 패턴과 분석에 의한 가정이 아니라 리스크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라고 보는 것이더 합리적이다.

욕심은 리스크를 낳는다. 이 욕심이 대중에게 옮겨 붙으면 낙관이라는 거품이 만들어진다. 거품은 폭락을낳는다. 그러나 자포자기하고 두려움에 떠는 시기가 오면 봄이 오고 해가 뜬다. 이건 굳이 통계나 패턴으로증명하지 않아도 인문학적인 지식으로 알 수 있다. 모든 욕심의 끝은 몰락을 품고 있다. 그리고 모든 절망은희망을 품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애정과 신용은 없는 운도 만들어낸다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글을 모르는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 무섭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산금리, 경기동향지수, 경상수지, 고용률, 고정금리, 고통지수, 골디락스경제, 공공재, 공급탄력성, 공매도,
국가신용등급, 국채, 금본위제, 금산분리, 기업공개, 기준금리, 기축통화, 기회비용, 낙수효과, 단기금융시장,
대외의존도, 대체재, 더블딥, 디커플링, 디플레이션, 레버리지 효과, 만기수익률, 마이크로 크레디트, 매몰비용,
명목금리, 무디스, 물가지수, 뮤추얼펀드, 뱅크런, 베블런효과, 변동금리, 보호무역주의, 본원통화, 부가가치,
부채담보부증권(CDO), 부채비율, 분수효과, 빅맥지수, 상장지수펀드(ETF), 서킷브레이커, 선물거래,
소득주도성장, 수요탄력성, 스왑, 스톡옵션, 시뇨리지, 신용경색, 신주인수권부사채(BM), 실질임금,
애그플레이션, 양도성예금증서, 양적완화정책, 어음관리계좌(CMA), 연방준비제도(FRS)/연방준비은행(FRB),
엥겔의 법칙, 역모기지론, 예대율, 옵션, 외환보유액, 워크아웃, 원금리스크, 유동성, 이중통화채, 자기자본비율,
자발적 실업, 장단기금리차, 장외시장, 전환사채, 정크본드, 제로금리정책, 주가수익률(PER), 주가지수,
조세부담률, 주당순이익(EPS), 중앙은행, 증거금, 지주회사, 추심, 치킨게임, 카르텔, 콜옵션, 통화스왑,
투자은행, 특수목적기구(SPV), 파생금융상품, 평가절하, 표면금리, 한계비용, 헤지펀드, 환율조작국, M&A.

마치 예전에 노예나 노비에게 글을 가르치지 않던 이유와 같다. 글을 배우면 생각이 깊어지고 기억을 정리할 수있고 문서가 보이기 때문에 다스리는 사람들에겐 아래 사람들이 글을 배우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경제 지식도마찬가지다. 경제적 지식이 많은 사람은 자산가들의 위치를 위협한다. 온갖 투자 계약이 노출되고 주식거래나은행거래에서 우위에 설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나는 한국의 중산층이 두터워질수록 국가의 안전망이 확대되며, 건전한 사회로 발전한다고 믿는다. 나는 부자가 되고 남들은 가난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런 나라는 정치와 사회안전망이 무너져 결국 그 위험을 상위 그룹 사람들이 떠안게 된다.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이 우리가 들어가서 현재 시장 임차료를 낼 수 있는 정도의 상가라면 사서 들어간다.
우리가 발생시키는 트래픽 자산을 상가 건물주에게 빼앗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유명세나 세상의 영향력이 내게 개인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무리 전문가의 의견이라도다른전문가가 다른 의견을 가진 것을 알고 난 후부터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투자 전문가, 종교인들의 모든 의견은그저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고급 전문용어로 포장되어 있어도 겁먹지 않는다. 결코 내가그들보다 잘났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그들보다 못났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상대적비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대한 정치인이나 유명한 연예인도 자기 밑은 자기가 닦을 것이다. 저명한학자라도 그와 다른 의견을 가진 그만한 학자가 항상 있고, 시간당 1,000 달러를 받는 변호사라고 해도 그의견해를 반박할 상대가 있으며 경력 많은 의사라도 그와 의견을 달리하는 동료가 많을 것이기에 나는 그 누구의절대적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제한된 선택권을 제시한다면 그것이 최종 선택권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에 따라서는 ‘선택을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 된다.

억지를 쓰라는 말이 아니다. 선택을 요구받거나 선택을 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답안지 안에서만 선택할 수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다. 억지는 오히려 일을 그르치고 무례한 사람이 되게 하지만 정보에 기반한요청은 나에겐 이득이 되고 상대에겐 최소한 손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자녀가 창업이나 사업을 하고 싶어 하면 그에 맞는 공부도 저절로 찾아서 하게 된다. 그들은 왜 수학이필요하고 영어가 필요한지 몰랐을 뿐이다. 자기 스스로 대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대학을 간다 할 것이다.
무엇이든 필요하다고 느끼면 알아서 공부하게 된다. 기업인들의 강연에 데리고 다니고 주주총회에 참여하고박람회나 기업체 방문을 통해서 경영자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라. 한국 청년들은 창의적이며 뛰어난 실험정신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신의 실패를 교훈 삼아 오히려 도전을 포기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결국 공부 잘해서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전문직에 안착하는 것을 목표로 주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가능성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한 젊은이가마음먹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감히 짐작도 못 한다. 부모의 포기를 자녀에게 물려주지마라. 나는 범죄에 연루된 일이 아니라면 아이가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한 아이가 고작 대기업 직장인이 꿈인 목표에동참하게 하지 말기 바란다.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의 저자인 런던 대학교 스티븐 로(Stephen Law) 교수는 우리 주변에 만연한 이런비합리적인 믿음의 덫을 ‘지적 블랙홀‘이라고 이름 지었다. 우리의 일상 대화 속에까지 이런 비합리적인 믿음과주장이 범람하고 엘리트들조차 이런 믿음과 주장에 현혹되는 이유는 논리와 이론이 매우 합리적이기때문이다. 이들은 주변의 이성적 비판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자신들의 믿음 체계를 만들어낸다. 사실에근거한 판단보다 주장에 맞는 근거들만 찾아 점점 자기들만의 세상으로 들어가버린다. 어렵고 복잡한전문용어들을 나열하거나, 모호한 말로 심오한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듯 가장한다. 히틀러(Adolf Hitler)의탄생과 9-11 테러 사건 같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모두 예견했다고 하는 중세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도이런 모호함 때문에 아직 존재하고 있다. 직접적 언급이 없음에도 어떻게든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달에 가지 않았다는 주장은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중에도 믿는 사람이 많다. 자신들이 옳다 믿으면그것은 그들에게 일종의 신앙이 된다. 논리나 증거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너만 알고 있어"라는 것도 일종의 음모다.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소문이 나에게까지?‘ 라고생각해야 한다.
.......
소문은 음모와 희망과 예측이 범벅된 경우다.

부자처럼 보이고 싶을 때 돈을 쓰지 말고, 부자가 되었을 때 돈을 써야 한다.

역사에 대해 우리가 크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있다. 역사는 강자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만 사실은약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정확하게는 약자가 강자를 이긴 기록이다. 인간이 감동하고 희열을 느끼는 것은약자가 강자가 돼가는 과정이고 이 과정을 승자가 된 이후에 기록했을 뿐이다. 인간은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희열을 느끼고, 약자에 자신을 투영하여 강자를 쓰러뜨릴 때 대리만족을 느낀다. 실제 역사를 들여다보면약자가 강자를 물리친 경우는 허다하다. 조조의 수십만 대군을 화공으로 제압한 삼국지의 적벽대전이나이순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 열세 척이 명량에서 일본 수군 300척 이상을 격퇴한 해전은 모두 약자가 강자를이긴 사례다.

내가 사업에서 성공한 것 역시 운이다. 이 사업이 시작되고 확장되는 시기에 내가 그 도시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이 실력이 아니고 운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만약 실력이라면 나는 언제고 어느 도시에서든 다시성공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란 뜻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못 된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대단한 것은 딱한 가지다. 그것이 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야말로 주어진 부에 대해 항상 감사하고겸손해져야 하는 근본적 이유다.

부모들 또한 자녀들의 실패에 너그러워야 한다. 실패를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 많은 부모가 자신들은실패했으니 자녀는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다. 그 이유로 실패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도전도 하지못하게 막음으로써 결국 실패하게 만든다. 실패를 하는 자녀를 두었다는 것은 도전을 하는 자녀를 가졌다는뜻이다. 창업을 말리고 취업을 부추기는 부모야말로 실패자다. 자신의 두려움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부모의 관용만 있어도 자녀들은 다시 도전하고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

흔히 책을 읽으면 저자에게 몰입되어 어디서 이런 대단한 생각이나 판단을 했을까 궁금해하며 지적 포로가된다. 책에 나온 모든 글을, 사실을 넘어 진리로 받아들이고 자기의 생각을 버린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한 저자의글이나 위대한 학자의 이론이라도 모두 옳을 수만은 없다. 성경도 오역과 빠진 부분이 있는데 저자에게 빠져필사를 하고 저자보다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부분이 옳다는 것만 보고 그 밖의 모든 부분이옳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에 생기는 일이다.

신이 공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넘쳐날수록 실망이 번져서 결국 불공평이 확장되는 것이다.

신이 세상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무심이 아니라 무위다.

때때로 이들의 점괘가 당신을 구해줄 수도 있지만 행운의 변덕 외에는 어떤 개연성도 없다. 나는 지금까지인생에 있어 초자연적인 힘이나 신앙에 기대어본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부자의 기준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는 융자가 없는 본인 소유의 집이고, 둘째는 한국 가구 월평균 소득 541만 1,583 원을 넘는 비근로 소득이다. 강남에 수십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고 억대 연봉자라도 융자가있고 본인이 일을 해서 버는 수입이 전부라면 부자라 말할 수 없다. 어떤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거나 신체적 상해가 생겨도 살고 있는 집이 있고 평균 소득 이상의 수입이 보장된 사람이 부자다. 500만 원 이상의 비근로 소득이 있으려면 20억 원이넘는 자산이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투자되어 있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욕망 억제능력 소유자다.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려면 한 인간이 자기 삶의 주체적 주인이 되어야 한다.
부는 상대적 비교다. 50억 원을 가졌든 100억 원을 가졌든 스스로를 상대 비교하면 여전히 부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다. 100억 원을 가졌어도 200억 가진 사람 앞에 서면 초라하고 1,000억 원을 가진 사람에게 비굴해질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벌어도 항상 가난하다. 수조 원의 재산을 가져도 빌 게이츠(Bill Gates)나 제프 베조스(Jeff Bezos) 앞에 서면 초라하게 느낄 것이다. 스스로의 삶에 철학과 자존감을 가져야 비교하지 않을 수 있다. 돈이 있으니 언제든 명품을 살 수도 있지만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
결국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시골의 작은 집에 살아도 자기 집이 있고 비근로 소득이 동네 평균보다 높고 그 수입에 만족하면 이미 부자다.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의미는 두 가지다. 내 몸이 노동에서 자유롭게 벗어나도 수입이 나오고 내 정신과 생각이 자유로워서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한다. 즉, 육체와 정신 둘 다에서 자유를 얻은 사람이 부자다.
......
따라서 부자란 금액에 따른 기준으로 잡을 수 없다. 부자는 더 이상 돈을 벌 필요가 없어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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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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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재밌고 문장도 흡입력이 좋은게 이장욱 소설인데, 갈피를 쉽게 잡을 수 없는 상징과 은유가 너무 남발한다고 해야하나. 재밌게 읽고나서 결국 ‘이게 뭔가요’ 하다가 결국엔 ‘이게 인생이라는 아이러니군요’ 정도만 깨닫게 되는?

물론 난 이장욱작가가 좋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에서 보는 미친듯이 걷잡을 수 없는 조소라던지,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의 기괴한 서사라던지. 소설이 줄 수 있는 유희 중 여러가지 종목들이 포장되어 있으니까.

인간이라는 종의 생명만큼 가치가 과대포장된 게 있을까? 공부깨나 한 인간일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인간일수록, 마치 인간의가치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말하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게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어이없는 거짓말인지는 금방 알수 있을 텐데, 그들 자신이 이 우주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그저 우연한 존재라는 걸 모르는 걸까? 종족을 보존하려는 본능을 휴머니즘이라는 알량한 가치로 포장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일인지 모르는 걸까? 설마. 거짓임을 알면서도, 또는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무의식중에 그걸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게 인간들의 특기니까.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야. 집단적인 믿음에 의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 바로 포유류 - 영장목 - 유인원과 - 인간종에 속한 생물들이니까. 다르게도 말할 수 있지. 믿음의 체계에자신을 의탁하는 순간 모든 게 가능한 존재, 그게 또 인간이라고, 안 그런가? - P50

아, 당신은 내가 꼬일 대로 꼬인 이혼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럼 그렇게 생각하도록 해. 당신 마음이 편해진다면말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지구의 운명을 걱정하는 부류의인간은 아니야. 어느 작가였지? 하루 종일 지구의 운명을 걱정한 뒤 집에 가서 마누라를 패는 게 바로 인간 수컷이라고 말했던게? 물론 지구나 인류 사회야 걱정하면 할수록 좋지. 그것으로죄의 사함을 받을 수 있으니까. 죄를 짓기 위해 정기적으로 고해성사를 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넘쳐나잖아. 새로운 마음으로 패기 위해 아내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하는 강박증자처럼. - P52

‘나는 거짓말쟁이다‘ 라고 선언한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계시겠지요? ‘나는 거짓말쟁이다‘ 라니. 참 이상한 말입니다. 그 사람이 정말 거짓말쟁이라면, 그는 진실을 말한 것이므로 거짓말쟁이가 아니게 됩니다. 그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면, 그는 자신이거짓말쟁이라고 거짓말을 한 셈이 됩니다. 그는 자신이 거짓말쟁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더 이상 거짓말쟁이가 될 수도 없고거짓말쟁이가 안 될 수도 없는 이상한 상황에.. - P124

물론 내가 일하는 박물관은 소규모 대학 박물관이기 때문에소장품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급여도 형편없습니다. 그래도 나는 불평 없이 관리인 일을 해왔습니다.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말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입니다.
관람객 수를 다 합해봐야 하루 열 명이 안 되니까요. 초등학생들이 단체관람 올 때를 빼면 적막한 공기가 내내 고여 있습니다.
어둡고 은은한 조명, 청결한 실내, 푹신한 소파… 시간은 그런 곳에 머무는 법입니다. 시간이 거처하는 유일한 곳, 시간이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 유일한 장소, 그게 박물관이니까요. - P125

안녕. 아름다운 동화에서 한 페이지를 찢어냈는데도 이야기가 연결되는 느낌으로, 그렇게 살아갈게. - P153

처음에는 자네 역시 그 두 사건을 연결시키지 않았다네. 이런우연이 있나, 그렇게 생각했을 뿐.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지않은가. 우연이라는 건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사건에 붙이는 이름이라는 것을. - P199

의혹이란, 부정하면 부정하는 만큼 죄인의 살을 파고드는 아라비아의 동아줄과 같다네. 부인하면 할수록 자신도 모르게 긍정을 향해 나아가지. 자네의 의혹은 점점 더 완강해졌고, 자네의 부정은 점점 더 자네의 긍정을 의미하게 되었네. 동아줄은 영혼의 연약한 살갗을 긁어대면서 점점 더 깊이, 점점 더 잔인하게 파고 들었지. 이미 필연적인 결론이 예정돼 있다는 듯이.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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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심리 수업
테리 앱터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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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 내용이 제목만 보고 판단했던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기본적으로 나는 사람에 대한 판단을 섣불리 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판단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하는데, 이 책은 판단을 한다는 대전제 하에 우리 심리를 분석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풀어나간다. (물론 그래도 나는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내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유용했던 부분은 부부관계에 관한 파트였다. 사실 연인이나 가족만큼 편견을 가감없이드러내는 사이도 없다. 편견이 판단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계속 저울에 올려놓거나 도마 위에 올려놓게 된다. 그래도 ‘내 배우자는 기본적으로 존경할 만한 좋은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각인시켜주고 내가 지금 지켜내고 있는 관계가 좀 더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일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점은 이 책을 통해 내가 이뤄낸 쾌거이다.

흔히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기쁨 중 하나로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해방되는 것을 꼽는다. 하지만 이 같은평정심과 자신감은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만 획득할수 있다. 이른바 ‘중년의 위기‘에 관해 연구할 당시 나는 이러한 성인기의 발달이 확고한 의지, 즉 다른 사람의 칭찬과 비난에 쉽게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함으로써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고 스스로의 판단을 보다 신뢰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통해 이뤄진다는것을 알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이 합당한 이유에서도출된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로 이 같은 믿음에는 별다른 근거가 없다. 오히려 우리의 판단에는 편향적 직관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의 판단이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믿음은, 사람이 코끼리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두 사람이 똑같은 증거를 바라보고있어도 이 증거가 자신의 직관적 판단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내렸다. 이처럼 아무리강력한 증거도 감정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학교생활을하고 어떤 도전에는 용감하게 나아가기 원한다면, 아이들의 지식이나 재능, 능력보다는 성실한 노력과 인내, 끈기를 칭찬하라는 것이다. 성공적인 삶을 위해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타고난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라, 결코 헛되지 않는 노력에 대한 자신감이다.

내가 아무런 가치를 못 느끼는 일에 대한 칭찬은 나를분노케 했다. 시어머니의 칭찬은, 나 스스로는 결코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를 조종하고자 하는 수단에불과했다.

겉보기에는 기쁨을 줄 것 같은 상대방의 칭찬이 때로는 나 스스로의 판단을 가로막고 부적절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자부심, 혹은 자존감이라는 단어로 자주 사용되는 존중감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감정을 의미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존중, 따뜻한 인정, 존경 등에 가치를 둔다. 그래서 업신여기는 듯한 냉대에는 쉽게 움츠러든다.

인간은 냉대가 주는 잠재적 고통과 존중이 주는 잠재적 기쁨을 계속해서 의식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다른 사람의 판단은 우리 마음에 견고한 발판이 되며,
우리의 행동을 재촉하고 조절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초기 인류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각종 소식을 접하고 먹을 것을 구하고 서로를 보호했다. 그러니 자기가속한 무리에서 배제되는 것은 죽음과도 같았을 것이다. 독방 수감을 경험한 이들이 독방을 가장 극한의,
파괴적인 형벌로 묘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른들도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할 수 있는 한 모는 방법을 동원해 비난으로부터 고통받는 일을 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모순이 있다. 본래의 실수보다 방어적인 태도가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안 좋게 한다는 점이다. 범죄 자체보다 은폐하는것이 더 나쁜 것과 마찬가지다.

철저히 자기 위주의 방식으로 존중감을 형성해 온 것처럼, 인간은 비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도 이와 비슷하게 개발해 왔다. 그래서 잘못이 들통날 상황에 맞닥뜨리면 재빨리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상대방을 비난하고 나선다. "당신이 뭔데 그런 말을 해?" "네가 하는말에 누가 신경이나 쓸 것 같아?"

이 같은 불일치, 즉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것을 인지 부조화‘ 라고 한다. 일치하지 않는 믿음은 부정적인 판단으로부터 자아 존중감을 지켜 내려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기억이 하나의 기록 장치로 여겨졌다. 재생하면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는 비디오 기계처럼 말이다. 그래서 시작 버튼을 누르면 우리의 기억이 과거에경험한 그대로 재생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이 기억의 복잡한 과정을 연구해 보았더니 전혀 다른 사실이 발견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이의미를 부여한 기억을 단편적으로 저장하고, 그 기억을 되살려 낼 때(기억해 낼 때)는 과거의 경험을 자기입맛에 맞게 재구성하여 불러들였다.35 구멍 난 기억은 메우고 일관성 있게 정돈하며,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총동원해 시간 및 물리적 인과관계, 개연성 등을짜 맞춘다. 결국 기억은 재생이 아닌 구성인 셈이다.
자신에게 편안한 방식대로 기억의 조각을 다시 맞추어 재생하는 것이다.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착각은 회복성을 높여 주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방어적인 태도는 종종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방어적인 태도는 실수로부터 배을 기회를 놓치게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를 막게 하며,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과도 대적하게 만들기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부정적인 판단("이건 모두 네 잘못이야")은 긍정적인 시선("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서 앞으로는 비난이나 죄책감을 피하고, 나와 다른 사람 모두에게 인정받는 존재로 거듭나야겠어")으로 바뀐다.

비난의 수용이 수치심의 위험을 줄여 준다.

"미안해" 라는 말은 우리의 실수를 인정하고 어떠한 비난도 달게 받겠다는 사과의 표현이다. 여기에는 죄책감을 알아 달라는 바람도 포함되어 있다. 잘못에 대한후회보다 중요한 것은 미안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갈등의 공통적인 원인은 ‘누가 누구를 판단하고 ‘누가맞고 틀리고 누가 누구에게 존경을 표시하고 안 하고‘에 있었다.

똑같은 잘못을 했을 때, 비난의 대상을 특정 행동으로국한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아이 자체를 비난하는부모도 있다. 비난을 통해 행동을 교정하도록 가르치면 자녀는 이를 긍정적인 교훈으로 받아들인다. 또 ‘넌 잘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므로 마치 칭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때로는 감정이 생각을 지배하고, 화가 난 상태에서는자신의 감정을 정당화할 이유를 찾기에 급급하다. 늘상대방이 잘못해서 나를 실망시켰다고 여기면서, 신뢰와 배려를 느꼈던 경험은 모두 잊어버린다. 그런 좋은 기억은 지금 자기 기분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을 강하게 비난할수록, 그 사람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더욱더 굳어진다.

"우리는 사랑을 중히 여기기 때문에 감정과 생각에 대한 도덕적 기준도 사랑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래서 가족들이 분노의 감정을 파괴적이며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거나 행동하면, 나 자신이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가족들의 이 같은말과 행동에는 내가 느끼는 분노의 감정이 사람들에게 상처와 실망을 주고 있다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기때문입니다."

칭찬의 욕구와 비난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교차하고있었는데, 비난의 그림자는 대개 어린 시절 가족과의 관계에서 생겨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숨기고 싶어 하는 생각을 감지하고서도발설하지 않는 것이 대인 관계의 암묵적 동의라고 강조한다.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에 음식물을 튀기고 콧물을 닦거나 사타구니를 긁적이면, 으레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리며 못 본 척을 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친밀한 표현 없이도 친할 수 있다.

가십을 공유하며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이 전달한 소식에 친구들이 흥미를 보인다는 데서 재미를 맛보기도 한다. 41 한편 남자아이들도 친구들의 평판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자신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들려오는지, 주위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끊임없이귀를 기울인다. 그러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는친구와 그렇지 못한 친구를 하나둘 분류해 나간다.

남자아이들도 여자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성별 구분에매우 엄격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누구든지 사내코드‘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그에 따른 사회적 처벌을 가하는데, 이 같은 현상을 조롱 압박(타인을 놀리는 행위를 보았을 때 자신도 그런 놀림을 받지 않기위해 동참하는 현상- 옮긴이)42‘ 이라 한다.

예컨대 10대 이전의 남자아이들은 이런저런 속내를친구에게 털어놓지만 10대로 접어들면 이 같은 공유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며 혼자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친구에 대한 애착이 강한 10대 후반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어떤 식으로 판단되는가에 대해 상당한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 친구가 자신에게 애정과 욕구를 드러내는 즉시 그 관계를 끊어 버린다. 둘 사이에 아무런 성적 관계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이 시기의 남자아이들은 어떤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려는 성향탓에 흔히 사고뭉치로 불리며, 많은 부모들이 마음고생을 한다. 그런데 사실 이 같은 성향은남자다음의 기준, 즉 친구들이 서로를 판단하는 기준에 자기가 부합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에 기초한 것이다.

파벌 내 구성원의 지위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보다 훨씬 불안정하다. 그래서 10대 아이들은 집단 내에서 자기 위치를 끊임없이 주시한다. 여전히 파벌에속한 존재인가의 여부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달리 규정된다. 여자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의 중요한 소식이나에게도 전해지는가 아니면 나만 모르고 있는가?,
‘친구들이 무언가를 계획할 때 나의 스케줄도 확인하는가 아니면 전혀 신경 쓰지 않는가?, 체육 수업이끝나고 나를 기다렸다가 학생식당으로 가는가 아니면나만 빼고 먼저 가는가?‘ 등의 기준으로 자신이 파벌의 구성원인지 판단한다. 남자아이들은 나의 농담에친구들이 웃어 주는가?, ‘친구들이 내게 이런저런 내용을 묻는가?, 어디로 갈지, 어떤 게임을 할지에 대해 내 의견을 따라 주는가?‘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폭력서클 조직은 상당한 권위를 자랑하는 남학생, 여학생 클럽의 특징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다. 공식적인가입 절차와 정기 모임, 조직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 소속감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름 있는 클럽에서요구되는 조건, 이를테면 명문가 자제, 사회적 지위, 올바른 말씨, 구별되는 차림새와는 전혀 거리가 멀지만, 자존심을 지키고 냉대감을 피하려 한다는 목적만큼은 같다. 때로 낮은 자존감은 폭력서클 가입의 동기가 된다.

권위적인 칭찬은 비난만큼 나쁘다.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많은 연구 결과가 축적되었고, 가트맨 박사는 드디어 결혼 생활의 지속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변수 하나를 발견해 냈다. 그것은 부부가 종종 싸움을 하는지,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지, 혹은 성적인 화학 반응이 지속되는지의 여부가 아니었다. 결혼 생활의 지속 가능성을 예측하는 핵심 변수는 바로 칭찬과 비난의 역할이었다.

어떤 부부는 극적인 상황도 꽤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때로는 즐기는 모습까지 보인다. 말하는 도중 소리를지르거나 울기도 하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깊은 사랑과 존중을 나타내며 서로를 웃게 해 주려 노력한다. 서로에게 소리 지르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이 함께 웃는다. 언성을 높이다가도 까르르 웃으며 흐지부지 넘어가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열띤 논쟁이 활기찬 토론으로 바뀌기도한다. 서로의 생각을 따져 물으며 반대 의견을 내놓는경우도 다반사다. 12 하지만 아무리 자주, 그리고 크게싸운들 이들 부부가 이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연구 결과 부부싸움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비난의 양과 비교해 칭찬이얼마나 되느냐였다. 비난은 칭찬보다 그 여파가 훨씬크다. 더 많은 감정을 유발하며 기억에도 강하게 남는다.13 그래서 비난으로 인한 상처가 흡수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횟수의 칭찬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칭찬과 비난의 비율이 5:1일 때 결혼 생활이 가장 원만하게 유지되었다. 이를 ‘마법의 비을 이라고 하며,
결혼 생활의 지속 여부를 예측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당신은 세심해‘라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할 경우 이것은 길이 제니에게 자신이 기대하는 배우자 유형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세심하다‘ 라는 칭찬이 제니에게는 존경의 시선이 아니라 강요와 압박에 더 가까웠던 것이다.

"하지만 여보, 당신은 진짜 좋은 엄마야. 우리 애를 당신만큼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레이엄의 이 같은 찬사는 엄마로서 앨릭스의 자질을 아주높이 평가한 것이었다. 아이를 돌보기에 가장 적합한사람이라는 칭찬에 누가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여기에는 앨릭스의 입장이 완전히 배제되어있다. 그레이엄은 아이의 행복을 강조하며 아내의 감정에 호소해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한 모성애를 자극했다. 이 과정에서 앨릭스가 준비한 손익분석결과는 아무 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요컨대 우리는 자신의 나쁜 행동은 일시적인 것으로여기지만 배우자의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으로생각한다. 이러한 충들의 순간에는 자신에게 유리한기억으로 스스로를 보호한다. 설령 부부 관계가 손상을 입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이 같은 편향된 기억은좋지 않은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며 갈등의 원인이배우자에게 있다는 생각을 더욱 굳힌다. 동시에 자신은 항상 배우자를 도와주고 배려하면서 관대하게 행등했다고 생각하고 배우자에 대해서는 고집 세고이기적인 모습으로 자기에게 무관심했던 기억만을 떠올린다. 남편 혹은 아내의 친절하고 자상했던 모습은묻어 버린 채, 지금처럼 자신을 화나게 했던 기억만을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의 성관계는 재생산의 목적을 훨씬 넘어선다. 그중 한 가지는 부부 간 결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그 효과는 매우 탁월하다. 일단 성관계를 시작하면 두 사람은 신경학적으로, 또 신체적으로 완전히 변환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가스등 효과는 남편 혹은 아내가 배우자의 의식을 조종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비난을 당연하게 여기도록속이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전제가 한 가지있다. 그것은 때로 화를 내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도, 내 배우자는 기본적으로 존경할 만한 좋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판단하게 될 거야. 하지만서로의 좋은 점을 무시하거나 나쁜 점을 과장해서는안 돼. 이 부분은 최대한 노력하자. 부정적인 판단이강하게 들면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고, 끊임없이 비난하는 행동만큼은 피하자. 상대가 힘들어하는 상황에서는 서로를 위안하며 공감과 지지를 보내 주어야 해.
또 상대방의 성격을 판단할 때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말이나 행동을 판단할 때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 사소한 잘못 하나를 성격 문제로 몰아서 비난해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가 없어. 때로는 여러 편견에 빠져 스스로의 자존감은 지켜 내지만 부부 관계는위험에 빠뜨릴 수 있어. 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이부분은 계속 부딪혀 가며 해결해야 해."

"학계의 정치는 모든 정치 형태 가운데 가장 격렬하고잔혹하다. 걸려 있는 몫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극히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의 시선에 집착하죠. 스스로를 얼마나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느냐가 주위의 판단에 좌우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사실입니다.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압박은 결국 다른 사람의 판단에 가치를 둔다는 의미입니다. 성공과 실패의 대부분은 주위의 시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죠."

"경쟁자들 사이에 오가는 무언의 메시지를 읽어 내지못한 채 동료들과도 상호작용을 할 수 없다면, 업무능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요컨대 근거없는 가십으로 시작된 판단이 사실로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들리는 이런저런 말들로 집중력과 자신감을 잃게 되고, 업무 수행 능력도 떨어지면서자신을 둘러싼 부정적 판단이 결국 사실임을 스스로증명하고 만다.

‘나르시시스트‘는 보통 자기애가 강한 사람을 일컫는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자존감이 낮고 스스로를 과장되게 떠벌리는 사람, 타인의 관심에 집착하며 이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려는사람을 칭한다. 그런데 직장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그폐해가 매우 심각하다. 나르시시스트는 사람들의 칭찬을 받기 위해 고위험 투자 같은 그럴듯한 계획을 추진하지만, 결국 조직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만다.
이들은 또한 비판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며, 자신에게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적대시한다. 물론 그중에는 넘치는 투지와 자신감으로 성공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다. 일부 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들 가운데 약 4퍼센트가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을 조작하는 나르시시즘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21퍼센트의 최고경영자가 이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고 밝힌 연구 결과도 있었다(일부에서는사이코패스 기질로 언급했다). 놀랍게도 이 수치는 교도소 수감자 중의 나르시시스트 비율과 같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칭찬과 비난의 프레임을 만들어 사내 분위기를 경직시킨다. 매 순간을 자신이 돋보일 수있는 기회로 삼고 다른 사람은 하찮은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과연 내가 빛날 수 있는가?‘ 이들의 관심사는오직 그것뿐이다.

직장 문화 자체가 전체적으로 과시하는 사람들을 인정하면서 적절한 보상까지 해 주는 분위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기 판단을 반성하거나 수정할 줄 모르고 다른 사람의 판단에는 적대감만 드러내는 나르시시스트의 존재가 조직의 안정에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경고한다.24 상대방의판단에 집착하는 이들 나르시시스트들은 조직 자체를와해시킬 수 있을 만큼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가까운 사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직장에서의 칭찬도 매우 복잡하다. 상대방의 칭찬이 자신의 목표와 가치,
자존감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그 칭찬은 비난만큼이나 모욕적으로 다가을 수 있다.

철저한 준비성을 지닌 필리시티의 경쟁력에 놀란 팀장이나 샤론의 업무 기여도를 간과한 팀장이나 상대를 편향된 시각으로 대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여자 직원들 업무는 남자들 일보다 가치가 낮아." 이런 식의 말도 절대 내뱉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재된 편견은 우리의 판단에 자동적으로 스며든다.

이 같은 판단은 여성의 능력에 대한 의식적 편견이나여성을 배제하려는 고의적 태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우리의 판단을 돕는 여러 정보들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전혀 의도치 않게, 의식하지 못한 틈으로 불공정한 편견이 파고든 것이다.

권력의 무게에서 오는 책임감보다 권력의 부재에서오는 박탈감이 건강에 더 좋지 않았던 것이다.

안 좋은 댓글에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을 부정 편향Negativity Bias‘이라 일컫는다.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안 좋은 환경에 적절히 순응해 온 생물이 끝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좋은 기회를 놓쳤을 때 생겨나는 후회나 아쉬움보다 위험을 무시했을 때 생겨나는 파장이훨씬 더 심각하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인류 초기의조상들이 똑똑하고 매력적인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릴기회를 포기했다고 생각해 보자. 조금 아쉽기는 해도별다른 문제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인물이 적대적이라는 신호를 무시했다면 그 혈통은더 이상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치명적이다. 따라서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부정 편향은 충분히적응 가능한 특성이다. 그러나 문제는 소셜 미디어에서는 그 힘이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부정 편향은 피해자에게는 극도의수치심을 안겨 주고, 가해자에게는 오히려 더 큰 힘을실어 준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행동 및 관용, 이성의 수준은 점차 개선되었다. 그리고이것은 선량한 본성‘, 즉 공감, 자기통제, 도덕심, 이성이 확대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선량한 본성은 우리의 판단 장치가 주도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더욱 개발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판단을 끌어내어 자기 스스로의 판단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또 본능적으로 모험을 즐기기 때문에 다양한사람과 어울리며 그들에게 판단받고자 한다.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 상대방의 판단을 조정하고 개선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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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16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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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작가이기에 이런 진부한 소재도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소설이 조금 만 더 길었으면, 전개가 더디 가더라도 좀 더 책의 감정을 가슴에 지고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게 도둑질을 당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훔친 것은 티켓이나 돈이라기보다 목숨이다. 나는 이미 많은 이의 증오를 뒤집어썼다. - P19

사람들은 나를 보고 아빠를 닮았다고들 했다. 워낙 어렸을때부터 그런 말을 들어서 나는 내가 정말 아빠를 닮은 줄 알았다. 지금 생각은 다르다. 나는 아빠를 닮은 게 아니라 아빠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 자랐을 뿐이다. 그 말이 나를 아빠처럼 만들었고. - P31

어느 밤 고백 성사라도 하듯 건지가 말했다. 학교에 가지않아도 되고, 아빠도 없고, 모두가 공평하게 불행한 지금이차라리 홀가분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적어도 지금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만약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학교에 다닌다면 이젠 누구에게도 맞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그런 만약 같은 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 P37

건지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전에 본 적 없는 결연함, 꿈을꾼다는 것. 그 꿈을 나눈다는 것. 건지에게 꿈이란 전에 닿아본 적 없는 새것, 실패해 본 적 없어 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품을 수 있는 첫사랑 같은 것이었다. - P38

나는 그 모든 말이 무서웠다. 학교다닐 때 놈들은 나를 보고 ‘재수 없는 새끼‘라고 했다. 선생에게 혼나고 여자한테 차이고 용돈을 못 받고 반찬을 흘리고 선배가 갈구고 심지어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파리가 날아다니고 아무 이유 없이 짜증이 나도 나 때문이라고 했다. 모든 걸내 탓으로 돌리며 나를 때렸다. 내가 맞아야 하는 이유는 사방에 널려 있었다. 세상은 내가 재수 없는 새끼란 걸 증명하려고 존재했다. 아버지도 그랬다. 모든 게 내 탓이고 엄마 탓이라고 했다. 엄마와 내가 자기 인생을 망쳐 놓는다고, 현실은 반대였다.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망쳐 버렸다. 엄마가 죽고 모든불행을 홀로 감당하게 되자 아버지는 자살해 버렸다. - P70

단은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가길 원했다. 그곳에는 생존자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을 거라고, 그곳에서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내겐 그런 믿음이 천국을 주장하는 종교인의 설교와 다르지 않게 들렸다. - P85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처럼 시간 개념도 널뛰었다. 엊그제가 여름이었는데 벌써 연말이라거나, 추석 지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설날인가, 그렇게 놀라다 보면 어느새 1년이 지나있었다. 월급 들어오는 날짜를 기준으로 한 달을 가늠했다. 정해진 날짜가 되면 통장에서 돈이 우수수 빠져나갔다. 열심히 버는데도 늘 쪼들렸다. 중요한 일을 다음으로 미루거나 대충 처리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가족 여행, 가족사진, 생일 파티, 칭찬과 위로, 오늘은 어땠어? 키가 이만큼이나 컸네,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하는 것,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기대하는것,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잘 자라고 말해 주는 것. - P89

분명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데, 최선이 답은 아니란 생각이 세금 고지서처럼 주기적으로 날아들었다. 삶이 마디마디 단절되어 흘렀다. 직장에서의 나와 아이들앞에서 나와 단을 대할 때의 나와 혼자 있을 때의 내가 징그러울 만큼 달랐다. 나라는 사람이 흐트러진 퍼즐 같았다. 애초의 내가 어땠는지 밑그림은 기억나지 않았고 퍼즐은 흩어진 채 여기저기 떠돌았다. 무언가 미세하게 어긋나고 있어서먼 훗날 완벽하게 분리될 것만 같았다. 나와 내가. 나와 단이. 나와 아이들이. - P90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언제부터 시작된 질문인지 모르겠다.
잘 살 수 있을까. 그 질문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대학 졸업하던 무렵이었다. 불분명한 내일이 두려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될 거라는 긍정이 남아 있었다. - P93

한국에서 그런 일을 하면 무시당하기 십상이고 자기를 하찮게 대하는 사람들에게 화도 많이 나는데 외국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무시당하면 그냥 무시하게 된다고, 고생스러워도 우울하지 않고 마음속 당당함을 지킬 수 있다고, 외국에서는 자신의 젊음을 고스란히 느끼고 즐길 수 있는데 한국에만 들어오면 젊음이 짐스러워진다고 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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