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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 있잖아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평점 :
가볍게 읽었다. 소년이 행복해지길, 아니 자기 인생이 그렇게 불행하지 만은 않다는 걸 알게되기를 바라면서.
무표정. 지루한 걸 싫어하는 악마들은 금방 흥미를 잃고 다른 먹잇감을 찾아 떠나기 마련이니까. 평생을 장난감과놀림감으로 살아온 나는 강해지는 대신 현명해지는 것을 택했다. 놀리고 놀려도 반응 없는 인간은 마네킹과 다를 바 없으니까. 나를 괴롭히는 진짜 악마는 따로 있다. 지금 내 쪽으로 걸어오며 손을 흔들고 끔찍한 미소를 짓는, 꿈이 선행상을 많이 받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인, 세상 최고 멍청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지금까지 매해 선행상을 놓친 적이 없다고 했다. 선행상 외에 어떤 상도 받은 적이 없어서 더 집착하는 미친 선행상 중독자다. 찌질이 주제에 더 지질한 애를 찾아다니며 친구가 되어 주고 잘해 주면서 자기가 뭐나 된 듯한착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괴상한 성격을 갖고 있다. 불쌍한애들과 같이 밥 먹고 이야기하고 등교하고 하교한다. 내가 볼학교에서 가장 불쌍한 애가 다른 누구도 아닌 선행상이다. 주제 파악도 못하고 설쳐 대는 꼴이 우습고 불쌍하다. 그런데그 애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자괴감이 든다. 내가 그 정도로불쌍해 보이는 걸까. - P33
엄마는 잘해주고 싶어 사랑에 빠지는 여자다. 아무에게나 손을 내밀고 누군가 그 손을 잡아 주면 사랑이 시작된다. 엄마는 나와 닮아 최고 속도로 사랑에 빠지고 그만큼 깊이 상처받는다. 구멍이뻥 뚫린 마음에서 피가 철철 흐른다. 하지만 나와 결정적으로다른 점은 상처를 받아도 엄마는 사랑을 그만두지 않는다는것이다. 마치 상처를 받으려고 사랑을 하는 사람 같다. 엄마는 욕하는 사람도 사랑하고 때리는 사람도 사랑한다. 곁에만있어 달라고 애원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고 빌고 또 빈다. 떠나지만 말라고 구걸하고 또 구걸하는 사랑 거지다. 지금은 만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건강해 보이고 그래서 불안해보인다. 엄마는 집요하게 밥 먹는 모습을 쳐다봤다. - P39
엄마는 끔찍한 일을 하면서 동시에 그 일을못 하게 될까 봐 매일 걱정하며 산다. - P41
할 일 없이 일기 같은 걸 쓰면 나중에 글쟁이가 된다. 그런사람들은 세상에 불만이 많고 허황된 생각만 하고 살아. 현실감각도 없고 생활력도 없어서 굶어 죽기 딱 좋은 인생이 되는거야. - P81
놀림거리로 살아온 사람은 알 것이다. 놀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들린다. 비웃는 표정이 보이지 않아도 보인다. 그것은 기억에 새겨져 반복 재생되는 비디오 같다. 나는 말하기를 포기했다. 좋아지는 것도 극복하는것도 다 관두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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