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귀 막는 순간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공부하고 성찰해야 한다.(51p)

이들은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데 동의하지 못한다.
주변에 잘난 여자가 너무 많고, 예쁜 여자들은 편하게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명심하자. 사회의 수준 은 예외가 아니라 평균이 결정한다. 여성으로 사는 게 얼마나 개떡 같은 일인지 데이터가 증명한다.(92p)

악의가 없어도, 때로는 무지만으로도 나쁜 결과를 낳는다.(122p)

인간은 경험을 통해 사고하고, 사고의 영향을 받아 언어를 구성한다.(122p)

당대에 사는 사람은 현실을 오해할 수 있다. 지금의 상식이 미래의 야만임을 동시대인은 모를 수 있다.(1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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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들은 ‘이렇게 할 수 있더라도 절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32p)

맹인이란 그렇다. 가까이 있는 것은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오히려 멀리 있는 것이라면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39p)

선생이 됐든 관리가 됐든, 그들은 언제나 장애인에게 말한다. ‘제힘으로 먹고살기‘를 해야 한다고, 굉장한 자신감이다. 마치 장애가 있는 사람만 ‘제힘으로 먹고살기‘를 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들 자신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 뭐든 이미 다 된 밥에 젓가락만 얹으면 된다는듯, 이 세상의 장애인만 ‘제힘으로 먹고살기‘를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듯 말이다. 그러면 아무도 굶어 죽지 않고, 아무도 얼어 죽지 않는 것처럼, 참 대단하다. 이런 니미럴 ‘제힘으로 먹고살기‘ 같으니라고, 사지육신이 멀쩡한 인간은 맹인의 심장에 몇만 마력의 힘이 들끓고 있는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54p)

잘 지내지 못하면 골칫거리가 생겨버린다. 이 골칫거리는 대개 큰 문제가 아니어서 보통은 입밖에 내지도 못하고 그냥 사이가 틀어지기 일쑤다. (67p)

이것은 일종의 가정이었다. 전혀 재미도 없고 쓸모 도 없지만, 아무래도 떨쳐지지 않는 그런 가정 말이다.(67p)

여인 사이의 언어는 말이 아니라 말투다. 말투는 말 속에 숨은뜻을 보여준다. 샤오쿵은 닥터 왕의 말투를 듣자마자 가슴이 무너졌다. 그의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숙소 안이 쥐죽은듯 고요해졌다. 그 고요함은 샤오쿵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어디로 물러설 수조차 없게 만드는 민망함이었다. 샤오쿵은 닥터 왕이 기분이 상했다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기분이 나쁘시다 이거지! 내 마음이 어떤지 알기나 해? 뭣 때문에 자기가 기분이 상하는데? 샤오쿵의 두 어깨가 축 처졌다. (127p)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항복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130p)

삶이란 본디 오해로 짜여있고, 세상의 많은 일들이 몸소 겪어보기 전에는 이해되지 않으리란 것을. (132p)

쉬타이라이는 자신이 시골 출신이라는 점이 노출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시골 출신이라는 신분은 그에겐 불치병과 같았다. 제아무리 제힘으로 먹고살 기를 실현하더라도 그는 절대 운명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투리가 버티고 있으니 시골 출신은 영원한 시골 출신이 되는 것이다.(150p)

이게바로 사랑이리라. 진옌은 그 순간자신의 사랑을 사랑하게 되었다. (176p)

가장 흐미로운 것은 자전거의 결혼이다. 두 바퀴는 늘 덤벙덤벙하다. 남자 쪽이 덤벙대지 않으면 여자 쪽이 덤벙댄다. 둘이 장가들고 시집간다. 신부와 신랑은 평등한 관계라고 말들 하지만 그 속내는 불평등하다. 언제나 하나는 앞서가고 하나는 뒤따른다. 하나가 바깥쪽에 있으면 하나는 안쪽에 있기도 한다. 심지어는 결혼식날도 마찬가지다. 하나가 주동적으로 움직이고 다른 하나는 얌전히 따라간다. 그들은 언제나 거리를 두지만, 뒤에 있는 쪽은 용케도 장단 맞춰 달리며 걸음걸음 바짝 따라간다. 마치 여자가 결혼후 평생 남편을 따르듯이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게아닌 것도 같다. 뒤따르는 쪽이 실은 숨은 일인자인 것이다. 숨어서 조종하기 좋아하는 그것은 계속 앞에 선 쪽을 밀어붙인다. 앞에선 쪽은 사실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그만이다. 그러나 마음에서 우러나와 기꺼이 따르는 것이다. 다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결혼이 거리의 풍경을 결정짓는다. 온 거리에 가득한 자전거 바퀴는 다 그렇게 하나는 앞서고 하나는 뒤에 선 채, 짝을 이뤄 오고가는 것이다. 갈라설 때도 물론 있다. 때때로 뒤에 선 쪽이앞으로 나서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참 골치 아파진다.
위에 선 쪽이 너무 심하게 밀어붙이면 그대로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277p)

맹인들은 각자 나름의 금기를 가지고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 각자의 금기 뒤에는 다시는 돌아보고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이 숨어 있었다.(341p)

세상에 연애를 하고 있는 어떤 여자가 자기 배에 만족한단 말인가? 모두 불만족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아주 불만족 스러워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모두 자신의 열여섯 시절과 비교를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절대 이렇지 않았는데." 연애중인 여자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한다. 줄곧 자신의 과거가 지금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남자친구가 감히 쫓아오지도 못할 정도로 괜찮았다고 말이다. 아주 힘들고 어려운 노력을 통해서만 과거의영광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녀들은 영원히 현재의 배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342p)

해결하기 어려운 일에는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미루는것이다. 때가 되면, 더없이 어려운 일이라도 처리하기 쉬워진다.(309p)

운전사는 운전석으로 돌아가 아주 공손하게, 심지어 비굴하기까지한 어조로 말했다. "사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닥터 왕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가 언제 사장님‘이 된걸까? 오늘 그는 확실히 예의범절과 거리가 멀었다. 보통 때 그는전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무례함에 대한 대접이 생각보다 융숭했다. 운전사가 그를 깍듯하게 모셨던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빌 어먹을 계산법인가? 나중에 꼭 곰곰이 따져봐야겠다.(361p)

닥터왕은 문득 택시 운전사의 일을 떠올렸다. 그가 예의범절을 내다버리자 상대가 갑자기 더할나위 없이 공손한 태도로 대접했다. (362p)

경찰이 말했다. "당신은 우리에게 사실을 밝힐 의무가 있소."
닥터 왕이 말했다. "제가 말한 게 사실 그대롭니다."
경찰이 말했다. "한번 더 말하겠소. 당신이 비록 장애인이지만, 그래도 당신은 우리에게 사실을 밝힐 의무가 있는 거요."
닥터 왕은 입술을 삐죽거리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가 말했다.
"당신들이 비록 장애인은 아니지만, 당신들 역시 이 장애인을 믿을의무가 있습니다."
경찰이 말했다. "좋소. 그러면 말해보시오. 왜 그랬소?"
닥터 왕이 말했다. "내 피가 울고 싶다 하더이다."
경찰은 말문이 막혔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장애인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경찰이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묻겠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사실대로 말하는게 당신한테도 좋은 일일 텐데."
"정말 제가 한 일입니다." 닥터 왕이 말했다. "빌어먹을 맹세라도 하라면 하지요." 닥터 왕이 말했다. "내가 눈먼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라면, 이 방에서 나가는 즉시 이 두 눈을 번쩍 뜰 거요."(372p)

참으로 세월을 이겨낼 장사는 없는 법이다. 하루가 가고 또 하루, 다시 하루가 가고 또 하루, 또다시 하 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갔다. 그러는 동안 원망이 쌓일 데까지 쌓이 게 된 것이다. ‘원망‘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원망이 쌓인다‘는 것이 두려운 일이다.(385p)

그런데도 우정이라는 것이 중요해서 두 사장은 남모르게 원망을쌓아가면서도 마주할 때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려 했다.
그것은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긴 시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 그러나 전혀 쓸모없는 가소로운 노력.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두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좋지 않았던 것이 바로 노력했다는사실이었다. 이 노력은 독약과 같았다. 만성적인 독. 아무 일 없이매일 모든 것이 좋았다. 의외의 일이 일어날까봐 두려웠다. 만성적인 독이 의외의 사건을 통해 발작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음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드러나게 될 서로를 향한 강렬한 적의는다른 사람을 놀랠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그들 자신까지 놀라게 할것이다. 차라리 그때그때 몇 차례 입씨름을 하고 넘겼으면 좋았을것을. (386p)

맹인과 사회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인가? 있기는 있었다. 매달 정부가 백 위안쯤 되는 생활보조금을 맹인에게 주는 것이다. 이돈은 일종의 상징 같은 것으로, 사실 사회가 양심의 가책을 덜기위해 주는 것이었다. 그 의미는 실질적인 도움에 있지 않았다. 사회는 매달 백 위안을 지급함으로써 맹인에 대한 책임을 합법적으로 망각할 수 있었다. 맹인과 장애인은 그렇게 잊힌다. 그러나 삶은 상징이 아니다. 삶은 실제다. 그것은 해와 달과 날로 구성되고, 매 시간과 분과 초로 구성된다. 단 일 초라 하더라도 생략할 수 없는 것이다. 매 순간, 삶은 그 전체다. 누구든 매 순간을 ‘제힘‘으로 살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431p)

자신의 행동이 온당치 못했다. 아, 삶에는어쩌면 이렇게 막다른 골목이 많은지. 까딱 방향을 잘못 잡으면 어 디로 들어갈지 모르니.(4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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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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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가 누군지 독자는 모른다. 소설의 인물들도 모르고 작가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 소설이 진정 세계를 담아냈다. 아무도 모르는 걸 왜 자꾸 알아내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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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여기 존재하는 것은,
이 세계가 소설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그것을 위해,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이다.
(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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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에게는 화원의 꽃이 팔리기도 전에 시들어 죽거나, 누군가 돌을 던져화원의 유리를 깨뜨리고 도망가는 게 전쟁이나 지진보다 더 불운이었다.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것은 어쩌지 못하는 사이 모두에게 닥치는 일이었다. 그러니 두려울 게 없었다. 모두 무사한데 자신에게만 불운이 닥치는 것, 김이 생각하는 불행은 그런 것이었다.(22p)

앞으로 여자와의 통화는 더 드물어질 것이고 간혹 이어지는 만남은 지루할 것이고 말투는 무뚝뚝해질 것이며 웃을 일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럴수록 여자는 더 자주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소홀하고 무관심한 김을 이해하려고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서운함과 허전함을견디지 못해 울컥하여 화를 내고 얼마 후에는 화낸 것을 사과할 것이다. 그런 일이 얼마간 반복되다가 나중에는 오로지 마음을 되받지 못한 것을 억울해하며 김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데 시간을 쓸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이 모든 일을 되풀이할 정도로 김을 사랑하지않으며 어쩌면 처음부터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동시에 허탈해질 것이다. 김으로서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쩌면 그때 비로소 여자에게 애틋함을 느끼게 될지도 몰랐다.(26p)

그의 글을 읽으며 느꼈던, 이유를 알 수 없는 탐닉도 거의 사라 졌다. 마음이나 집중력이라는 것에도 탄생과 소멸의 주기가 있는 법 이니까……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녀와 내가 헤어진 것 역시. (125p)

누구도 그들에게 우 리가 공유한 비밀을 알려주지 않았다. 남들이 모르는 걸 익숙하게 알고 있다는 감각은 내게 묘한 우월감을 느끼게 해줬다.(2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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