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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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어리석음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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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주변의 친구들에 대한 오래전 잃어버렸던 감정들을 복귀시키는 시간이었다. 조부모 밑에서 자란 작가의 성장배경과 비슷한 나도 책을 보면서 계속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그런 듯, 일상적이고 담담한 문체에서도 꽤 심한 감정이 복받쳐 오르기도 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이별도 아닌 어른들의 자연스러운 멀어짐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상적으로 생겨나는 오해,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인한 상처들이 우리를 누군가로부터 점점 멀어지게하는 상황들을 그리면서도 누군가를 너무 미워하지않고 무정함으로 버티려는 우리들의 일상을 상기시켜주었다.

당시의 나는 쇼코가 너무 쉬운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 다. 스물세 살에 벌써 직업을 정하고 태어난 소읍에서 떠나지 못한다는 건 형편없는 선택이라고.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 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 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31p)

할머니는 일생 동안 인색하고 무정한 사람이었고, 그런 태도로 답답한 인생을 버텨냈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태도를 경멸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 무정함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었다.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 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것이 나았다. 그게 할머니의 방식이었다.(105p)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치게 해 우리를 늙고 병들게 한다.(165p)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 고통에 대해 시위하고 싶지 않았다.(168p)

신경석씨, 민주주의 사랑한다고하셨어요? 이 작은 집단에서도 자기보다 약한 사람 위에 서야 후련한 사람이 무슨 민주주의 운운이에요. 당신 같은 사람은 차라리 독채가 편할 거야. 인간이 평등하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잖아요,솔직히. (198p)

"김연숙씨나 잘하세요. 여자인 게 그렇게 부끄럽고 괴로운 일이었 어요? 여자들은 감정적이고, 분란 일으키고, 이기적이어서 조직 배반하기 쉽고, 여자의 적은 여자고, 그런 자기부정이 김연숙씨가 말하는건강함이었습니까? 여자 후배들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아세요." (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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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은 분명 사실주의에서 비구상으로, 다시 추상으로 바뀌어갔지만, 발전한 것은 화가 자신이 아니라 그의 병세였다. 시각인식불능증은 더 심해졌고 그에 따라 사물을 재현하고 상상하는능력, 구체성에 대한 감각, 현실감이 모두 파괴되어가고 있었다. 그림들이 걸려 있는 그 벽은 비극적인 병세를 전시하는 벽이었다. 그리고 그그림들은 예술이 아니라 신경학의 세계에 속하는 것이었다.(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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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남자다웠고 어머니는 여자다웠다. 아버지는 아버지‘라고 부를 때 흔히 떠올릴 만한 전형성을 가진사람이다. 말수는 적은 편이고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라는 명분에 안도하면서 내면의 많은 부분을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사람, 그런 자신에게 자부심과 진절머리를 동시에 느끼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따뜻하고 산뜻했다. 전업주부지만 살림살이는 건성으로 한다. 그녀의 주업은 살림이 아니라 나를 데리고 노는 것이었으니까. 원래부터 몸이 약했던 어머니는 나를 낳고쇠약해져서 보통 사람 절반 정도의 체력밖에 없었다.(118p)

문제는 여러 젠더를 횡단할수록 어디에서 어디론가 건너가는 중인 자체가 나의 젠더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어느 책에서 이와유사한 상태에 대해 쓴 적이 있다. 도시에 있으면 못 견디게 시골로 가고 싶고, 막상 시골에 가서 지내다 보면 숨 막히게 도시로 가고 싶어지는 것, 완벽하게 행복한 순간은 도시에서 시골로, 시골에서 도시로 가는 이행의 시기에만 존재한다는 역설에 대한 묘사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130p)

"근데 생각해보니까 정말 그렇더라고, 나도 평등의 범위가 인간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를 포함한 한국사람들 상당수가 삼겹살을 먹잖아. 퀴어 문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동물권에 대해서는 아주 평범한 인간인 거야. 머리로는 고갤 끄덕이지만 실천은 전혀 되질 않아. 어떤 사람들은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가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무감각하고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거, 그게 서로를 아프게 하는 거지. 편견이라는 것,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견일까?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눈으로 그저 자연스럽게 보고 행동하는 게 편견이야. 우리 상황도 마찬가지잖아. 우리한테는너무 아픈 문제인데 다른 사람들은 자기 기준에서 보고 쉽게 말하지, 쟤네들 남자한테 상처받아서 저렇게 된 거야, 양육방식에문제가 있었겠지, 라는 식으로, 변태라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로어떤 사람들은 내가 신과 같은 숭고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난 그게 더 부담스럽더라고."(195p)

좀 더 멀리서 나를 바라볼 수 있다면 이토록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텐데, 왜 나의 모습은 스스로 볼 수 없게 되어 있을까? 왜 다른 사람들을 내 시선을 통해서밖에 보지 못할까?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있을까? 판단할 수 있을까?(205p)

내가 감히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착각이 미움을낳았다는 것을, 내 경험의 틀에 당신의 삶을 욱여넣어 내 방식대로 끼워 맞춰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사랑도 이해도 뭣도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을 쓰는 시간 동안 배웠다.
당신과 내가 다르다는 것. 단지 그 사실을 배우는 데 40년하 고도 한 해가 더 걸렸다.
이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이상은 밉지 않다. 겨우 그렇다.(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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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은 과학에 대한 조예가 깊은 작가가 쓰는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닌가 보다. 특히나 우주에서 온 외계인을 받아들이는 등장인물들의 이해심과 포용력이 현실적이지 않고 상당히 SF적이었다. 이상적인 망상과 동시에 외계인과 현실감각에 둔한 지구인을 통해 환경문제와 여성에 대한 논의를 다루려는 의도는 이해하겠으나 정체성 없는 국정원 직원, 얕은 사고로 결단력 하나는 빠른 빠순이의 등장, 외계 생명체를 접한 주인공의 너무나 태연한 심리묘사 등의 불쾌감으로 몰입이 되지 않는 작품이다.

너는 자꾸 변하는데 나는 정체되어 있는 걸까봐, 겁먹은 걸지도. (82p)

텐트 설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경민은 꽤 편안한 캠핑의자와 작은 온열기기를 꺼내주었다. 그 따뜻한 빛이 경민과 한아 사이의 공기를 살짝 누그러뜨렸다. 한아가 기억하는경민은, 언제나 공기를 자기만의 색으로 채색하는 사람이었다. 이국적인 음식 냄새 한줄기에 한아의 손을 이끌고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맨 다음 끝내 새로운 식당을 찾아냈고, 사진한 장을 보고 이름도 낯선 나라에 반해 그 나라의 모든 자료를 흡수하며 마치 전생에 거기서 태어났던 사람처럼 1년 내내 그곳 이야기를 해댔다. (90p)

다만 오로지 그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거지. 질량 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관계들을 혼자 다 대신할 수는 없었어. 역부족도 그런 역부족이 없었던 거야.
(147p)

대부분의 사람들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만든 세계에 기생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똑같이 기여하는 것이아니다. 거인이 휘저어 만든 큰 흐름에 멍한 얼굴로 휩쓸리다가 길지 않은 수명을 다 보내는 게 대개의 인생이란 걸 주영은 어째선지 아주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끊임없이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세계에, 예수와 부처의 세계에,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세계에, 테슬라와 에디슨의 세계에,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의 세계에, 비틀스와 퀸의 세계에,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세계에 포함되고 포함되고 또 포함되어 처절히 벤다이어그램의 중심이 되어가면서 말이다.(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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