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경영학 - 당신의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경영학의 진실
매튜 스튜어트 지음, 이원재.이현숙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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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내내 대학가를 중심으로 격렬하게 펼쳐졌던 민주화 운동이 대통령 직선제라는 소정의 성과를 얻고 일단락된 이후인 1990년대 초반부터 대학가에서는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앞으로 다가올 미국식의 완전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학원 학위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미국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 MBA를 취득해 오는 것이 당시 막 대학을 졸업할 나이였던 386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갔었습니다(결과적으로 볼 때 이들의 판단은 상당부분 현명했고, 그 효과를 확신한 그들은 이제 자신의 자식 세대들을 일찌감치 조기 유학의 길에 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MBA 학위는 그 당시의 대학원 학위 정도로 주변에서 흔해졌고, 삼성 등의 대기업에서는 아예 자체적으로 MBA 과정에 준하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과장급 이상이 되면 자체 MBA 과정을 이수하지 않으면 승진할 엄두를 못내게 까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과연 MBA는 그 명칭 그대로 '경영의 대가'일까하는 의문을 오랫동안 가져 왔습니다.

왜냐하면 수 십년 동안 특정 업계에서 일하며 쌓아온 경험과 업계 내외의 복잡한 관계들, 숙련된 전문 기술과 폭넓은 인맥에 기반한 영업력 등을 쌓아 온 전문 분야들에 이제 갓 대학원을 졸업하고 그 업계의 경험은 고사하고 사회적인 경험조차 거의 전무한 20대 후반의 경영 컨설턴트들이 과연 얼마나 실제적이고 적용가능한 방법론을 전수해 줄 지가 매우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책을 통해 배운 경영 기법이나 재무 관리, 조직 및 인력 관리 등을 적용해 경영 구조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거나 내부에서는 볼 수 없는 바깥에서 바라 본 문제점들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백면서생들이 책에 나오는 모델과 공식들을 기계적으로 적용시켜 위압적이고 훈계조의 태도로 건방을 떠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현실성과 신뢰성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주변에서 직접 본 예를 하나 들자면, 모 음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미국으로 가서 MBA를 취득하고는 다시 자신이 이전에 아르바이트하던 회사에 부사장으로 온 뒤, 직원의 책상 위를 테일러 시스템에 입각해서 정리하라고 명령해서 현재까지도 업계에서 웃음꺼리가 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음반사 매니저들에게 단순 제조업에나 어울리는 테일러 시스템이라니요...

최근에도 PT차 갔던 모 스키장에서 제조업에 맞게 고안된 6 시그마 방식을 서비스업에 아무런 변형없이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경영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는 대학에 경영학과가 없다고 합니다. 사실 학문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돈 버는 기술’인 경영 기법을 가르친다는 원론적인 문제를 떠나서라도 ‘경제가 아닌 경영이 과연 학문적 연구의 대상인가?’라는 경영학의 과학성에 대한 의문은 경제학과 경영학의 본질적인 차이와 함께 오랫동안 논란꺼리가 되어 왔습니다.

 

 

[ 위험한 경영학 ] 은 바로 이런 경영학의 본질에 대한 궁금증과 경영 컨설팅에 대한 제반 의혹들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과 통렬한 비판을 가하는 책입니다.

저자인 매튜 스튜어트는 프린스턴과 옥스포드 출신으로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사인 매킨지에서 잘 나가던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철학과 대학원생과 박사 학위 출신으로 MBA는 고사하고 경영이나 경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던 자신이 어느날 갑자기 경영 컨설턴트 회사에 취직이 된 후, 경영학에 대한 아무런 전문 지식없이 속성으로 배운 몇 개의 차트와 그래프만으로 고객들을 얼마나 쉽게 현혹시킬 수 있었는지, 그리고 비단 자신 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경영 컨설턴트들이 자신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아무런 전문 지식이나 업계에 대한 경험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경영 이론조차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경영 컨설턴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적나라하게 폭로합니다.

실제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나 매킨지 그룹 같은 컨설팅 업계의 최정상 회사들에서조차 솔직하게 인정한, MBA를 취득한 직원보다 MBA 학위가 없는 일반 직원의 업무 능력과 실적이 훨씬 더 우수했다는 현실도 저자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풋내기 경영 컨설턴트들이 80 : 20 그래프 하나로 고객들을 현혹시키는 현실을 폭로하며, MBA 학위를 앞세운 경영 컨설턴트들이 본연의 임무인 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보수를 받아낼까 에만 더 몰두하는 부류라는 신랄한 비난과 함께, 경영 컨설팅을 받는 시점에서 이미 그 회사는 회생불능의 길로 접어들게 된며, 어떤 회사에 경영 컨설팅 팀이 드나든다는 소문이 돌면 직스 그 회사의 주식을 팔아 치우라는 섬뜻한 경고조차 서슴치 않고 던집니다.

도입부 이후 저자는 현대 경영학의 기초를 쌓고 토대를 확립한 경영학의 대가들의 이론과 주장이 얼마나 근거없는 데이터 조작과 억측을 토대로 구축되었는지에 대한 폭로와 자신이 직접 몸 담았던 경영 컨설팅 업계의 실상을 교차시켜 가며 경영학과 컨설팅의 과거와 현재, 이론과 실제를 낱낱이 비판해 나갑니다.

현대 경영학의 창설자인 프레데릭 테일러에서부터 경영학에 인간관계론을 접목시킨 엘턴 메이오, 경영전략학을 창시한 마이클 포터, 경영학을 일상적 생활 속에까지 보급시킨 톰 피터스 등 4명의 현대 경영학의 대가들의 연구와 논문, 활동과 주장들을 낱낱이 분석하여, 테일러와 메이오가 실제 발생한 사실과는 완전히 다른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실험 데이터와 수치를 고의적으로 조작하여 왜곡한 후, 그것을 자신들의 주장의 논거로 내세웠다는 역사적인 기록들을 폭로하여 충격을 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된 자료를 근거로 내세워진 그들의 논리나 주장들이 학문적인 엄밀성이나 과학적인 정합성을 전혀 갖추지 못해서 과학은 고사하고 학문으로써의 체계성조차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결국 경영학은 단지 스스로를 위한 학문일 뿐이라는 경영학 무용론을 과감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들 경영학 대가들의 저서가 얼마만큼이나 과학적인 검증 절차를 무시하고 어떠한 학문적 근거나 자료없이 자의적이고 부정확한 추측으로 씌여졌는가와 과거에 대한 분석에 철저한 것과는 정반대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얼마나 전무한가를 조목조목 비판함으로써 현대 경영학의 학문적 토대가 얼마나 취약하고 신뢰할 수 없는 지를 학술적인 관점에서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메이오가 주장한 인간 중심의 경영 전략이나 톰 피터스의 주장들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것들을 새삼 강조한 것에 불과하며, 당연한 것을 말하는 이상의 혜안이나 획기적인 관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경영학이 인문학의 입문 단계를 전혀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라고 준엄하게 말합니다. 그 예로 저자는 초베스트셀러였던 [ 초우량기업의 조건 ]을 들며 그 책은 초우량기업의 특징에서 역으로 발췌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일반 기업들에 그러한 특징들이 훨씬 더 많고 그 기업들이 그 부분에서 특별히 우수했던 것은 아니며, 실제로 불과 10년이 지난 뒤에 그 책에서 칭송했던 기업들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밝히며, 경영 대가들의 ‘월요일 아침 쿼터백’식의 예언을 철저하게 비웃습니다.

저자는 또한 자신을 비롯한 전략 컨설턴트들이 사용하는 차트나 그래프, 매트릭스, 프레임워크들이 얼마나 조잡하고 부실하고 공허하며, 얼마나 자주 자의적으로 변조되는 지를 폭로하면서, 이러한 분석들이 기업의 미래를 전망하고 전략을 계획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폭로합니다.

저자는 결국 경영이나 전략 컨설팅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컨설팅 업체에 보수를 지급하는 실제 결정권자인 CEO의 우상화와 CEO를 비롯한 이사진의 결정들에 대한 합리화에 앞장설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경향은 주주 가치주의라는 명목으로 CEO에게 막대한 보수가 집중되는 현실에서는 경영에 도움을 주는 실질적인 역할보다 CEO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그 댓가로 컨설팅 산업 자체의 수익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장삿꾼에 불과할 뿐이라고 적나라하게 비판합니다.

경영학의 역사와 교대로 서술되는 저자가 몸담았던 컨설팅 회사와 컨설턴트들의 흥망성쇠의 이야기는 경영 컨설팅 회사와 컨설턴트들의 이러한 실체를 보다 더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습니다.

경영 대학원을 갓 나온 20대 중반의 새파란 젊은이가 산전수전 다겪은 세계적인 대기업의 CEO에게 경영 기법을 가르친다고 실친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넌센스라는 상식을 결국은 새삼 확인시켜 주는 것이지요.

저자는 결론적으로 이러한 허구의 과학인 경영학과 MBA에 대한 대안으로 오랜 세월동안 정밀하게 논리를 쌓아오고 수많은 이론과 실제의 논쟁을 거치며 발전해 온 철학이나 그러한 고민들을 담은 고전을 읽고 고민하는 쪽이 훨씬 더 경영학과 마케팅의 본질적인 주체이자 대상인 인간과 사회에 얽힌 문제들을 심도있게 바라보는 잣대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보스턴이나 시카고로 대표되는 미국의 경영 컨설팅과 MBA 과정들이 분명히 일정 부분 경영의 현황과 실태를 분석하는 데에는 유용한 기술적인 방법론들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정열을 그때그때 새로운 분석 기법을 만들어 내어 유행시키고, 그 유행하는 기법을 팔아먹는 데에 급급할 뿐, 정작 그들이 분석한 현황을 타개하여 실제 경영에 도움이 되는 해법을 제시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는 비판이 만연한 것이 현재의 분명한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학과 경영 컨설팅, MBA가 실제 경영과는 얼마나 거리가 멀고, 단지 경영자들을 겁주고 위협하거나 반대로 CEO의 신격화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박수 부대로 활동하며 그 댓가로 막대하지만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데에만 급급한 직업이라는 현대 경영 컨설팅 업계의 실상을 통렬하고 폭로하고 비판함으로써, 경영 컨설팅과 MBA가 퍼트린 신화의 허구를 꿰뚫는 비판적이고 논점이 뚜렷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영 컨설팅이나 MBA 학위의 효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 반대로 환상을 갖고있는 분들께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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