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갱스터/린치핀>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이코노믹 갱스터 -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경제파괴자
레이먼드 피스먼 & 에드워드 미구엘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방송에서 연일 떠들어대는 G20 개최 = 선진국 운운하는 말도 안되는 소리에는 전혀 공감하지 않지만, G20을 전후하여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서 새삼 감탄한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불과 60여년 전인 2차 세계 대전 종전 직후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손꼽혔던 대한민국이 1세기도 채 지나기 전에 200개가 넘는 세계 국가들 중에서 경제력으로 10위 권 안에 들 정도로 경이적인 발전을 이룩했다는 사실입니다.

2차 대전의 종전 덕분에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국토의 거의 모든 자원과 자본을 일본의 전쟁을 위해 징발당해 경제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마저 없는 데다가, 정부 조직이나 기업 등 사회적인 기반 시설마저 거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더군다나 정부 수립 후 불과 2년 만에 발발한 내전으로 인해 3년에 걸쳐 그나마 남아있던 모든 시설이 잿더미가 되고 수많은 인명 피해마저 발생하여 온 국토가 폐허로 변하고 국민들은 거지 신세가 된 처참한 환경에서 단 두 세대만에 경제는 물론 문화와 스포츠에서도 빠지지 않고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국으로 성장했다는 놀랄만한 사실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극적이고 경이적인 비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초고속 통신망을 비롯한 사회적 인프라를 비슷하게나마 갖추고 있는 나라가 이 지구 상에는 불과 10여개 국 밖에 되지않고, 그 나라들이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일본 등 19세기부터 초강국으로 군림해 온 국가들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식민 착취와 내전으로 인한 폐허에서 아무런 자원도, 기술도 없이 맨 손으로 시작한 나라가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적인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솔직히 외국인들의 눈으로 볼 때는 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경제적 발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팽창하게 마련인 경제의 자연스러운 성장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아님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거나 더 나은 조건에서 출발한 나라들이 거의 대부분 60년 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경제와 생활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코노믹 갱스터 ] 의 저자들의 의문점도 바로 이 부분에서 출발합니다. 이 책의 첫 장에서 1963년에는 비슷하게 1인 당 국민 소득이 수 백 달러에 불과하던 한국과 캐냐 두 나라가 50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한국은 선진국인 유럽이나 일본의 생활 수준을 거의 따라잡은 상태이지만, 캐냐의 생활 수준은 1963년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음에 주목합니다. 특히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비옥한 땅에서 이미 커피, 차, 목화 등을 재배하고 있던 캐냐에 비해 한국은 국민들의 문자해독률을 크게 끌어올린 점 말고는 어떠한 장점이나 유리한 조건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처럼 큰 격차를 보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가 이 책의 저자들의 고민과 탐구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인 저계발국가의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한 가지는 선진국들이 수 십, 수 백억에서 수 조 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하는 국제적인 발전 원조 정책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단순 원조 방식은 막대한 원조 금액이 빈곤국의 국민들의 빈곤 퇴치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해당국의 독재자나 부패한 지배 계급, 공직자들의 손에 들어가고, 그로 인해 국민들의 빈곤과 착취는 오히려 더 심해진다는 주장입니다.  

후자의 주장을 내세우는 측은 막대한 해외 원조가 세계적인 빈곤 퇴치에 실제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허비되어 버렸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잘못된 지역에 잘못된 방식으로 막대한 돈이 날아가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수혜국들이 원조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세계 차원의 막대한 경제 원조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상당 수의 국가들이 195~60년대와 거의 차이가 없는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선진국들의 원조 자금을 받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후진국의 부패한 권력자와 지배 계층, 공직자 등 이른바 ‘이코노믹 갱스터’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이코노믹 갱스터들 때문에 빈곤한 국민들의 빈곤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더 더더욱 악화되고, 그러한 빈곤의 악순환은 빈곤층들 사이에 폭력과 마녀 사랑, 학살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만연시킵니다.

이처럼 막대한 원조 기금들이 이코노믹 갱스터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빈곤층에게 직접 전달이 되고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 저자들은 부패의 원인과 정도를 각 요소별로 정교하게 비교하는 무작위 실험을 통해 빈곤국의 부패를 감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원조 기금들이 사용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서론과 본론 사이의 많은 예와 조사 자료들이 다소 체게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수 십년 동안 지구촌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쏟아 부었던 막대한 원조 자금들이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증발해 버린 원인과 그 해결책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비교 실험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데에 이 책의 가치와 중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지구촌의 빈곤에 대한 저자들의 경제학자로의 책임감과 해결 의지도 많이 와닿고요.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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