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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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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금융대공황은 단순히 경제적 피해 규모에서 뿐만이 아니라 경제사학적인 의미에서도 1929년의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충격과 여파를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계에 던져주었습니다. 그것은 비로 경제에서의 선과 악에 대한 생각과 고민입니다.

 

2008년 금융대공황은 표면적인 시작은 모기지론에서 촉발되었지만,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폭발은 파생 상품에서 일어났습니다. 문제는 대공황에 필적할 만큼 엄청난 사건을 겪고난 뒤에도 사건의 핵심인 파생 상품의 본질과 규모에 대해 자세하거나 정확하게 알고 있는 기관이나 개인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공황을 일으킨 폭탄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대폭발 위험성을 안은 채로 미국 경제의 깊숙한 곳에 잠복해 있다는 것이지요.

 

파생 상품은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의 산실인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를 중심으로 젊고 똑똑하며 야심만만한 경제 엘리트들이 금융 공학이라는 새로운 체계를 통해 발명해 낸 완전히 새로운 상품입니다. 그런만큼 금융대공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침체에 빠진 미국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구원해 줄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발명품으로 찬사와 칭송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신용도가 매우 낮고 위험한 불량부실 채권들을 여러 개씩 묶고 재포장해 전혀 낯선 이름을 붙인 새로운 금융 상품으로 둔갑시킴으로써 재무재표상의 불량부실 채권들을 정리하고 그 댓가로 받은 새로운 채권을 유통시킴으로써 오히려 이익을 얻는 사기에 가까운 이러한 금융 공학은 결국 금융대공황을 필연적인 결과로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파생 상품과 금융 공학이 미국 경제계의 찬사를 받았던 근저에는 미국 경제가 지닌 과도한 탐욕과 사악함이 뼛속 깊이까지 베어있기 때문입니다





라즈 파텔<경제학의 배신>은 경제의 기본 단계인 사물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금융 공학이 만들어낸 파생 상품은 기본적으로 가치가 없는 악성 불량 채권과 부실 채권들을 재포장해 가치가 있는 채권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의심할 바 없는 사기 행위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파생 상품을 만들어 낸 똑똑한 수학 천재들과 금융 전문가들이 이러한 자신들의 행위를 사회가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 악성 부채를 재무재표에 가지고 있든 기업과 금융사를 그들은 사회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더 큰 사회인 실제로 존재하는 미국과 세계라는 사회 전체는 그들에게는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이 책임을 질 대상으로는 전혀 여겨지지 않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사회는 다른 의미로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장은 가장 좋은 것을 스스로 조절하고 만들어 낸다는 시장 자유주의의 근본적인 도그마이죠. 그러면서 모든 책임을 사회 자체에 전가시킵니다. 하지만 과연 시장은 가장 좋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조절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대 경제를 주도하는 개체인 기업반사회적 인격 장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도덕성이나 공익성과는 거리가 먼 불법적이고 불공평한 행위들을 상시적으로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기심을 극단적으로 부추키는 것은 금융 자본입니다. 이익을 위해서는 온갖 불법과 부당 행위를 아무런 죄책감이나 거리낌없이 저지르는 기업과 금융 자본의 전횡 앞에서 시장은 일찌감치 자정 기능을 상실하고 효율적으로 시장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탐욕의 댓가로 사회 전체의 공동 재산인 공공재가 가장 먼저 탈취당하고 피해를 입습니다.

 

여기에서 정부와 사회 세력들의 개입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자유주의 경제학파가 가장 먼저 주창했던 것이 정부는 시장에 무제한의 자유를 주자는 것이었고, 그 근거로 내세웠던 것이 바로 효율적 시장 가설이었죠. 그런데 그들의 주장을 들어준 결과가 바로 방종과 무책임을 넘어 탐욕의 극대화가 낳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기 행위였고, 그 결과가 금융대공황으로 발발했으니, 그들의 주장은 근거를 잃은 셈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시장 자유를 정부가 나서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 모두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보수 진영이 말하는 자본주의 4.0’이라는 것이 너무 경제적 이익을 소수 계층에게만 집중시켜 계층 양극화에 의한 혁명이나 대결 구도를 조장하지 말고 적당히 이익을 나눠주자는 식의 대중에 대한 얄팍한 회유책인 것과는 반대로, 라즈 파텔이 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 문제에 개입해 전체 사회가 발전의 이익을 골고루 누리도록 단순히 경제적 산물만이 아니라 생활 방식과 기회, 식량과 환경 등 사회와 경제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재편하고 재분배 하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자 대안의 제시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와 사회는 계몽주의와 민주주의의 본래의 이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경제적 이익만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시장에서 끌어내리고, 새로운 가치 체계를 그 자리에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한 책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경제 철학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경제는 알고 경제 이론에는 해박하지만, 제대로 된 경제 철학은 전무한 우리나라의 위정자들과 경제관료들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인 것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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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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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진리를 정리해 오라는 왕의 요구에 최종적으로 제시된 단 한 줄이 바로 세상에 공짜는 없다였다는 옛 이야기가 나이가 먹을수록 새삼 가슴에 와닿는 것은 세상은 결코 쉽고 만만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노력이 먼저 투자되어야 최소한의 댓가가 돌아온다는 경험이 쌓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얼핏 우스꽝스러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왕과 온 나라의 학자들이 평생에 걸쳐 도달한 결론이라는 데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그 사람은 결코 인생을 헛되게 살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공짜라는 것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고 살아가는 자세를 뜻하는 것이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화나 상품의 가격은 그 자체의 본질적인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교환 가치라는 것은 대부분이 알고 동의하는 원칙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이 후기 산업 사회까지는 어느 정도 지켜져 왔지만, 서비스 산업 시대를 지나 IT 시대에 진입하면서부터는 경제적, 사회적 상식과 상당한 거리를 보이는 선까지 무너지고 해체되고 있습니다. <롱테일 경제학>, <마이크로 경제학>, <프리> 등의 책들을 읽어보면 재화나 상품의 가격이 그 자체의 본질적인 가치나 사회적 교환 가치와는 별개로 매겨지고 배포되는 매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재화의 가격에 대해 <뉴욕 타임스> 편집 위원이자 <월스트리트 저널>의 수석 특별 저자인 에두아르도 포터가 가격의 문제를 인류의 역사와 문화와 연결하여 통사적인 고찰을 시도한 것이 바로 <모든 것의 가격 Tha Price of Everything>입니다.

 

이 책에서 포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가격이라는 매커니즘은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효용이나 사회적으로 공인된 교환 가치,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여 결정되는 경제학적인 척도만이 아니라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축적된 역사와 문화의 영향을 받아 결정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정의내립니다

그는 이러한 가격의 매커니즘이 단순히 자본주의적인 경제학이나 금융 이론이나 현실 경제에서만 척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과 사회학, 역사학, 경영학 등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에 의해 상호복합적인 영향을 주고받음으로써 결정되거나 제시된다는 사실을 심리, 역사, 사회,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적 필터와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사례들을 통해 정교하고 치밀하게 고찰해 나갑니다

저자는 이러한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고찰을 통해 단순히 재화와 상품같이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생명과 행복, 노동과 문화, 여성, 신앙과 미래, 공짜 등의 영역들도 모두 가격이라는 기준으로 판단되고 측정된다는 점을 차례로 고찰해 나가고, 이러한 가격 부여의 매커니즘이 역으로 인간의 이성과 문화, 경제,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침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격 매커니즘이 붕괴되어 통제 불능이 될 경우의 폐해를 과거 튤립 버블에서부터 최근의 금융대공황까지의 예를 들며, 버블은 바로 가격이 제대로 특정되지 못하는 상태임을 이야기합니다.



2008년 금융대공황은 많은 것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에서 포터가 이야기하는 가격의 기준이 무너지는 버블 경제의 위험성입니다. 가격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질 때 그것은 필연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단순한 진리가 통용되지 않는 상태가 바로 그 사회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말이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고, 모든 것들은 다 제 나름대로의 적정한 가격이 있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경제학 뿐만 아니라 사회학과 심리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필터를 통해 여러 각도로 살펴보고 고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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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에 대비하라]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현구 옮김, 남상구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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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꾸준히 월스트리트의 위험함과 부도덕함을 비판해 왔지만 오히려 비난과 배척만을 받아왔지만, 2008년에 그가 경고했던 대로 파생 상품이 촉발탄이 되어 금융대공황이 발생하자 일약 월스트리트의 현자로 추앙받게 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10년 이상 월스트리트에서 투자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금융전문가가 아닌 철학자, 수학자, 역사가로 소개하곤 합니다. 탈레브의 저서로는 <행운에 속지마라>, <블랙 스완>에 이어 3번째로 국내에 소개되는 <블랙 스완에 대비하라>에서는 경제학적인 사고나 논의보다 확률과 불확실성, , 지식의 문제에 몰두해 온 탈레브의 철학과 수학, 역사에 대한 고찰이 확연하게 두드러집니다

사실 이 책의 전체 쪽 수는 240쪽이지만, 앞부분의 국내 기자들의 해설과 탈레브의 강연 내용 정리, 질의 응답 등 본문과 내용상 중복되는 63쪽과 20쪽에 달하는 각주들을 빼면 실제 본문은 150쪽 정도에 불과합니다. 거기에다가 책의 판형도 작고, 편집도 여백이 많아 일반 책 판형으로는 80쪽도 채 되지 않을 분량입니다. 14,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물리적인 양은 다소 적은 편이지요. 사실 이 정도 분량이면 단행본이라기 보다는 논문 형태로 발간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국내 출판사인 동녘 사이언스에서는 탈레브의 잠언집인 <블랙 스완과 함께 가라>를 이 책과 거의 동시에 출간하였는데, 비슷한 판형에 페이지 상으로는 170쪽이지만 실제 분량은 일반 책으로는 50쪽도 채 되지않기 때문에 아예 두 책을 합본해서 내놓는 것이 훨씬 옳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판권 문제 같은 좀 더 복합한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책의 판형이 작고 실제 탈레브의 글도 많지는 않지만, 탈레브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내용은 14,000원이라는 가격이 결코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탈레브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가를 묻는데, 자신은 어떻게 하면 돈을 잃지 않는가에 대해 주로 이야기해 왔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현재 금융계의 실태를 대자연의 예를 들어 비교하는데, 자연은 항상 여분의 중복되는 기능을 비축해 두는데 월스트리트나 경제계는 이러한 여분을 비효율적이라고 말하며 단순한 최적화와 과도한 전문화에만 몰두해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는 극단값에 대비하지 않으며, 대자연은 너무 큰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비해 기업은 무분별하게 규모에만 집착해 외적인 환경 변화에 취약하며, 이러한 인간들의 불완전한 지식만을 맹신하며 큰 충격을 주는 불확실성을 확률 밖의 것이라고 무시하는 태도가 바로 위험에 취약한 원인이라고 규정합니다

탈레브는 자신의 <블랙 스완>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편집자가 알맹이를 다 잘라낸 채 깔끔한 아이디어북으로 판매해서 이를 읽은 비즈니스맨들이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이나 더 좋은 예측 도구를 요구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본질적으로 자신은 자산의 90%를 안전한 곳에 투자하고 10%만 변동성이 아주 큰 극단값에 투자하는 바벨 전략외에는 제시한 바가 없으며, 자신의 책은 근본적으로 ‘~을 하라가 아니라 ‘~을 하지말라는 내용을 담은 경제서가 아닌 철학서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2008년 금융 위기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전에 일어난 적이 결코 없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었다는 확률주의적인 변명을 늘어놓는 것에 대해 경제의 큰 편차는 과거의 큰 편차로부터 예측할 수 없으며, 확률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으며, 미래에 대한 합리적 기대론은 매우 비현실적이고 허술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인식론과 결정 이론은 현실에서는 생산성없는 심리게임과 전희에 불과하다는 신랄한 말과 함께요

탈레브는 단순의 왕국이 아닌 극단의 왕국에서 단순한 결과가 아닌 복잡한 결과가 도출되는 4분면이 바로 검은 백조가 나타나는 영역으로 큰 위험과 함께 큰 기회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제4분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틀린 지도를 사용하지 말고, 부정적인 충고에 귀를 기울이며, 보험에 가입해 특정한 노출을 잘라내거나, 경험과 비논증적 지식을 존중하며, 단순한 최적화를 피해 보험으로써의 중복성을 갖추고, 작은 확률의 결과값에 대한 예측을 피하고 먼 사건의 비전형성을 깨달아야 하며, 특정한 위험을 계량하려는 시도를 삼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검은 백조에 강인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1.허약한 것은 규모가 작을 때 일찍 붕괴해야 하며, 2.손실의 사회화와 이익의 사유화는 안되며, 3.눈을 가린 채 스쿨버스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사람들에게 새 버스를 주어서는 안되며, 4.인센티브 보너스를 만든 사람에게 금융 위험 관리를 맡기지 말며, 5.복잡성을 담순함으로 상쇄하며, 5.다이너마이트에 경고 표시가 붙어있어서 아이들에게 주면 안되며, 7.신용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폰지 사기 밖에 없으므로 정부가 신용 회복을 책임져서는 안되며, 8.마약 중독자가 금단 증상을 보이더라도 약을 주어서는 안되며, 9.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금융 자산에 의존해서는 안되고 은퇴에 대비하기 위해 전문가의 조언에 의존하지 말고, 10.잘못된 시스템이 스스로를 재건하기 전에 우리가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원칙들을 제시합니다.



책을 다 읽고나면 탈레브는 경제학적인 계산이나 이론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대자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예들에서 유추한 자연스러운 원칙들을 가지고 극단적인 효율화와 규모에만 집착하는 월스트리트와 경제 관료들의 실수를 피한 것이라는 결론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수치적인 계산이나 예측이 극단적인 사건이 수시로 발생하는 자연에서는 얼마나 무기력하고 비도덕적인지를 철학자적인 논리와 수학자적인 설득력으로 쉽고 당연하게 풀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2008년 금융 대공황 때 버냉키와 연준이 찍어낸 어마어마한 달러가 전세계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예고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책이 분명합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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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없는 세계 - 중국, 경제, 환경의 불협화음에 관한 8년의 기록
조나단 와츠 지음, 윤태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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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제가 되고있는 랑셴핑 교수의 <중미전쟁>,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등의 책들을 읽어보면 산업자본주의의 후발주자로써 세계 경제의 규칙에 어두운 중국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그와는 정반대로 산업자본주의 초기를 막 벗어나기 시작한 중국 내부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와 물신주의, 환경파괴 같은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폐해를 드러내는 부정적인 측면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날카롭게 비판하는 대목들이 눈길을 끕니다. 중화권의 지식인과 젊은층에게 높은 지지도와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중국의 장하준 교수 격인 랑셰핑 교수의 비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도 큰 충격을 주었던 멜라민 사태나 분유 파동 등으로 촉발된 중국산 재료나 원자재, 완성품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뿌리깊은 불신은 후발 주자로써 선발 자본주의 국가들의 시행 착오를 처음부터 예방할 충분한 사전 지식과 자료들을 가지고 있기에 최소한 초기 단계에서 예방하거나 최소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은 천민 자본주의라고 비판받아 온(그리고 스스로 비판해 온) 자본주의 초기의 맹목적인 물신주의가 가히 극에 달한 느낌마저 줄 정도로 처참한 양상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의 아시아 환경 전문 특파원으로 중국 베이찡에서 현재 8년째 체류하고 있는 조나단 와츠가 쓴 이 책은 2000년대 이후 경이적인 경제 발전을 계속하여 GDP 세계 2, 외환 보유고 세계 1,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고, 지구 온난화 논의를 좌우할 만큼 막강한 경제력과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영국이 200년 동안 겪었던 산업화와 도시화의 폐해들을 수 십 배 빠른 속도로 되풀이하면서 살인적인 오염과 공해, 환경 파괴와 자연 훼손, 그리고 그로 인한 막대한 인명과 자연의 피해가 발생했음을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저자는 8년 간에 걸쳐 직접 중국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무조건적인 경제 개발과 산업화, 도시화가 중국의 자연을 어떻게 파괴하고,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고, 그것이 결국 다시 중국인들에게 어떻게 되돌아오고 있는가를 중국의 오지에서부터 대도시까지를 직접 두 발로 답사해 취재하여 그 결과를 이 책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중국에서도 가장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자랑하던 운남(윈난)성에서부터 시작된 취재는 티베트 고원과 양쯔강마저 무분별하게 짓밟혔음을 고발하고, 현재 가장 발전한 도시들인 남동부의 광둥성과 저장성, 충칭 등이 폐기물과 폐수, 쓰레기, 독성 가스들에다가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한 폐기물과 쓰레기 문제까지 겹쳐져 도시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현실을 상하이의 심각한 과소비 행태와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그리고 북서부의 허난성과 산서성, 섬서성, 신장 등에서는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막대한 석탄과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오염, 사막화, 탄소 문제 등의 심각성을 생생한 취재와 묘사로 전달해 줍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대안 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동북부의 텐진과 허베이, 산둥, 헤이룽장성 등을 돌며 중국 정부와 각 지방 정부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체 에너지 개발과 생태 도시들을 둘러보았지만, 독재적이고 중앙집권식인 현재의 중국 정부 체계 아래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는 효율적인 성과나 대안이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부정적인 전망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거대한 국토와 인구를 토대로 단기간에 세계 경제계의 Big 2로 올라선 중국이지만, 그것이 천단 기술이나 지식 개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저가의 물량 밀어붙이기에 의한 결과인 만큼 자연계의 질량 불변의 법칙을 회피할 수 없고, 그 댓가는 결국 살인적인 공해와 자연 파괴, 환경 오염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인구와 국토의 크기 만큼이나 오염과 파괴의 범위와 정도도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지요. 중국이 지구 북반구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그 영향은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아메리카와 아프리카까지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이고요.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만큼 세계의 제조업 공장이 되어 전세계에 막대한 생필품들을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주고 있는 중국 덕분에 선진국들은 물론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들마저도 일률적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댓가로 중국의 거대한 국토가 폐허화되고 있고, 현재는 그 범위가 지구 전체로 넓혀져 지구 전체의 자원과 환경이 중국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보여주는 중국의 실태는 결코 단순한 취재기나 탐방기가 아니라 임박한 전지구적 위협에 대한 격렬한 경고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중국 경제의 현실을 알고싶은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될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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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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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연말에 발생했던 금융 대공황20세기 초에 세계 경제를 침몰시켰던 다른 미국발 대공황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점이 있습니다. 20세기 초반의 대공황들이 상품의 과잉 생산과 시장의 과포화로 인한 실물 경제상의 수요-공급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었던 것과는 달리 2009년의 금융대공황은 직접적인 발단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모기지론의 부실화였지만, 본격적인 전개는 부실 모기지 채권이 파생 상품화되고, 그것이 다시 금융사들의 장부 속에 은닉됨으로써 발생한 실물이 아닌 금융 데이터상의 붕괴라는 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금융사들의 장부 상의 천문학적인 부실 채권을 구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 준비 위원회가 역시 천문학적인 달러를 신규로 찍어내 구제 금융으로 지원했고, 이렇게 뿌려진 어마어마한 달러들이 현재 전세계에 심각한 하이퍼 인플레이션 위협을 안겨주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전세계의 경제계는 실물 화폐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되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을 전세계 자본주의 국가의 선두에 올라서게끔 만들었던 금본위 제도를 미국 스스로 파기하고 아무런 제약이나 규제없이 달러를 무제한으로 찍어내 뿌림으로써, 실물 화폐의 가치와 그 본질에 대한 의문이 심각하게 제기되었고, 거기에 따라 2010년 이후 화폐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2004년에 발간되었던 제프리 잉햄<돈의 본성>이 뒤늦게 번역되어 출간된 것도 화폐에 관한 이러한 일련의 관심과 논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기존의 화폐나 금융에 대한 책들과는 기본적인 시각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 이 책은 사회주의적인 시각이 담긴 정치경제학과 사회학의 관점에서 화폐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잉햄은 화폐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인 가치의 저장 수단, 일방적 지불 수단, 가치 척도라는 점이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상당 부분 맞지 않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단적인 예로 화폐의 일반적인 인식인 가치의 교환 수단, , 개개인이 물건을 사고팔 때 지불되는 실물 화폐, 즉 현금(Cash)의 총량이 실제로 현재 전세계에서 운용되는 화폐 총량의 1%가 채 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입니다. 99%에 달하는 대부분의 화폐는 온라인을 통한 전자 화폐의 성격으로 지불되고 교환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폐는 가치 중립적이라는 고전적인 주장에 대해서도 저자는 화폐의 주조 역사 자체가 정치적인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 만큼 화폐는 기간 구조적 권력이며 전제적 권력이라고 반박합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화폐가 생산되는 현실의 과정 자체가 본질적으로 권력의 원천이 된다는 자세한 증거들을 제시합니다.

2009년 발생한 금융대공황은 본질적으로 화폐의 경제학적인 부분이 아니라 사회학적인 부분에서 발생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회학쪽에서는 이러한 화폐의 사회적 의미에 관해서는 거의 아무런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저자로 하여금 사회학과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화폐를 연구할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는 주류 경제학에서 화폐 이론이 발전해 온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주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화폐 수량설을 근본적으로 논박하고(1), 대안적으로 제시되었던 화폐에 관한 여러 흐름들을 개괄해 봄으로써 화폐가 지닌 사회학적 성격을 드러내며(2), 화폐에 대한 경제학적 개념을 독일 역사학파의 분석을 토대로 새롭게 확장시키며(3), 그 결과로 화폐에 대한 사회학적 관점으로 사회, 문화, 경제, 정치적 각도에서 분석합니다(4). 2부에서 저자는 화폐의 역사적 기원과 자본주의적 화폐의 발전 과정, 자본주의적 신용 화폐의 생산 구조를 탐구하고, 화폐 체계의 무질서가 야기하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해체의 문제들을 짚어본 후, 정보통신 시대와 유로화 시대의 화폐에 대한 새로운 개념들을 검증해 봅니다.

저자는 그동안 정치적 성격을 띠고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쳐 온 화폐에 대해 사회학이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화폐 제도의 발전과 생산 과정 속에 숨겨져 있는 정치적 함의와 화폐 제도가 지니고 있는 잠재적인 불균형의 위험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데미지를 주는 지를 검증하고, IT 시대의 새로운 화폐가 어떻게 발생하고 성장해 나가는 지를 통해 미래에 화폐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예측해 나갑니다.

초보자들에게는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만큼 경제학 교과서같은 서술이고, 정치경제학에 익숙치 않은 분이라면 저자의 시각 자체가 낯설 수도 있지만, 화폐에 대한 주류 경제학(프리드먼의 시카고 학파가 퍼트린)의 잘못되고 무책임한 시각을 비판하고 교정하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중요한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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