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없는 세계 - 중국, 경제, 환경의 불협화음에 관한 8년의 기록
조나단 와츠 지음, 윤태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요즘 화제가 되고있는 랑셴핑 교수의 <중미전쟁>,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등의 책들을 읽어보면 산업자본주의의 후발주자로써 세계 경제의 규칙에 어두운 중국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그와는 정반대로 산업자본주의 초기를 막 벗어나기 시작한 중국 내부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와 물신주의, 환경파괴 같은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폐해를 드러내는 부정적인 측면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날카롭게 비판하는 대목들이 눈길을 끕니다. 중화권의 지식인과 젊은층에게 높은 지지도와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중국의 장하준 교수 격인 랑셰핑 교수의 비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도 큰 충격을 주었던 멜라민 사태나 분유 파동 등으로 촉발된 중국산 재료나 원자재, 완성품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뿌리깊은 불신은 후발 주자로써 선발 자본주의 국가들의 시행 착오를 처음부터 예방할 충분한 사전 지식과 자료들을 가지고 있기에 최소한 초기 단계에서 예방하거나 최소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은 천민 자본주의라고 비판받아 온(그리고 스스로 비판해 온) 자본주의 초기의 맹목적인 물신주의가 가히 극에 달한 느낌마저 줄 정도로 처참한 양상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의 아시아 환경 전문 특파원으로 중국 베이찡에서 현재 8년째 체류하고 있는 조나단 와츠가 쓴 이 책은 2000년대 이후 경이적인 경제 발전을 계속하여 GDP 세계 2, 외환 보유고 세계 1,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고, 지구 온난화 논의를 좌우할 만큼 막강한 경제력과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영국이 200년 동안 겪었던 산업화와 도시화의 폐해들을 수 십 배 빠른 속도로 되풀이하면서 살인적인 오염과 공해, 환경 파괴와 자연 훼손, 그리고 그로 인한 막대한 인명과 자연의 피해가 발생했음을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저자는 8년 간에 걸쳐 직접 중국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무조건적인 경제 개발과 산업화, 도시화가 중국의 자연을 어떻게 파괴하고,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고, 그것이 결국 다시 중국인들에게 어떻게 되돌아오고 있는가를 중국의 오지에서부터 대도시까지를 직접 두 발로 답사해 취재하여 그 결과를 이 책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중국에서도 가장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자랑하던 운남(윈난)성에서부터 시작된 취재는 티베트 고원과 양쯔강마저 무분별하게 짓밟혔음을 고발하고, 현재 가장 발전한 도시들인 남동부의 광둥성과 저장성, 충칭 등이 폐기물과 폐수, 쓰레기, 독성 가스들에다가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한 폐기물과 쓰레기 문제까지 겹쳐져 도시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현실을 상하이의 심각한 과소비 행태와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그리고 북서부의 허난성과 산서성, 섬서성, 신장 등에서는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막대한 석탄과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오염, 사막화, 탄소 문제 등의 심각성을 생생한 취재와 묘사로 전달해 줍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대안 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동북부의 텐진과 허베이, 산둥, 헤이룽장성 등을 돌며 중국 정부와 각 지방 정부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체 에너지 개발과 생태 도시들을 둘러보았지만, 독재적이고 중앙집권식인 현재의 중국 정부 체계 아래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는 효율적인 성과나 대안이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부정적인 전망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거대한 국토와 인구를 토대로 단기간에 세계 경제계의 Big 2로 올라선 중국이지만, 그것이 천단 기술이나 지식 개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저가의 물량 밀어붙이기에 의한 결과인 만큼 자연계의 질량 불변의 법칙을 회피할 수 없고, 그 댓가는 결국 살인적인 공해와 자연 파괴, 환경 오염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인구와 국토의 크기 만큼이나 오염과 파괴의 범위와 정도도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지요. 중국이 지구 북반구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그 영향은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아메리카와 아프리카까지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이고요.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만큼 세계의 제조업 공장이 되어 전세계에 막대한 생필품들을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주고 있는 중국 덕분에 선진국들은 물론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들마저도 일률적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댓가로 중국의 거대한 국토가 폐허화되고 있고, 현재는 그 범위가 지구 전체로 넓혀져 지구 전체의 자원과 환경이 중국으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보여주는 중국의 실태는 결코 단순한 취재기나 탐방기가 아니라 임박한 전지구적 위협에 대한 격렬한 경고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중국 경제의 현실을 알고싶은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될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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