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사회적 기업 만들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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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때 심각한 문제처럼 제기되었던 인터넷 중독이 이제는 중상위층은 인터넷을 이용률이 높고, 하위층은 인터넷 이용률이 낮은 양극화라는 다소 뜻밖의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인터넷에 게임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의 획득과 운용이 심하게 양극화되어,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정보를 습득하는 계층은 경제적 상층부가 되고, 경제적 하층부의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 자체가 힘들고 귀찮기 때문에 포기하고 있다는 현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보가 곧 자산인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 수집을 과거의 공부처럼 귀찮고 힘들게 여기는 사람들은 결국 사회의 하부 구조로 떨어진다는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인터넷을 한다고 해서 과연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무선 인터넷과 3G Wi-Fi가 가능한 스마트 폰이 대중화된 우리나라의 지하철 풍경을 살펴보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지하철에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보고있는 스마트폰의 화면에 의미있는 정보가 떠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대부분 동영상이나 DMB 화면 아니면 MP3이고, 게임이나 만화인 경우도 무척 많습니다. 결국은 무선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Google과 마이 스페이스의 성공으로 대변되는 검색과 소셜 네트워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의 바다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정보들을 의미있게 검색해 제공해 주는 Google과 Naver를 비롯한 검색 엔진들을 통해 수적으로는 충분히 많은 량의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이렇게 제공되는 정보의 질과 신뢰성은 의심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복사해 놓고는 자신의 지식인 양 착각을 하게 되고, 최근 유행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들도 사실상 가치있는 글은 전체의 1/10,000도 채 되지 않을 만큼 개인적인 신변잡기의 산일 뿐인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지전능한 현대 문명의 총아라고 믿고 있는 인터넷의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네트워크상의 정보를 비판할 능력이 없이 맹신하는 이들은 책으로 대표되던 과거의 지식 체계는 효율성이 극도로 낮아 비실용적이어서 곧 사멸하고 말 것이라고 단언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과연 인터넷의 정보들이 책의 정보를 모두 대체할 수 있고, 그것이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지식과 정보를 나누어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 책의 저자가 인터넷 시대에 역행하는 컴맹이 아니냐고 대뜸 의심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인터넷의 아버지’로까지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IT 미래학자입니다. 카는 2008년에 <애틀랜틱>지에 발표했던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에서 제시했던 검색 엔진이 우리의 지식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문제를 보다 심도깊게 탐구하여 이 책을 썼습니다. 

  

 

저자는 인터넷상으로 글을 읽고 쓰기 시작하면서 어느 사이에 긴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급격하게 감퇴되었으며, 이제는 문장이 길고 복잡한 책을 읽는 데에 심각한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면서 이러한 문장 독해 능력의 감퇴의 원인을 넷상의 글쓰기와 읽기에서 찾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비단 자신에게만 국한된 예외적인 일이 아니고,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도 인지하고 그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다양한 예를 들어 거론합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인터넷이 사용자의 사고와 인식 방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지요.

인터넷이 인간의 인지 능력과 방법을 변화시킨다는 과학적인 증명으로 저자는 인간의 뇌가 지닌 입력되는 정보의 종류와 방법에 따라 뇌의 사용 부위와 방법이 변화한다는 ‘뇌의 가소성’을 뇌신경 과학의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입증합니다.
그리고 문자와 서적이 인류의 역사와 사회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1940년대에 최초의 현대적인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눈부실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해 온 컴퓨터와 인터넷은 책과 신문, 잡지 같은 전통적인 매체는 물론 TV와 비디오, CD 같은 현대의 거의 모든 미디어들마저 흡수하여 디지틀화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틀로의 통합이 과연 무조건 좋은 것이고 진보일까요?
저자는 디지틀 시대의 인터넷을 통한 지식 검색이 문장이 아닌 단어 단위의 나열로 단순화되고, 인간의 뇌는 방대한 정보의 홍수에 혹사당해 오히려 산만해진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단순화되고 수동적이 된 두뇌들로 인해 인간의 지식과 문화는 급격하게 후퇴하고, 결국은 인류 문명의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물론 이러한 지적이 극단적인 우려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같으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화면에만 몰입하고, 검색 엔진에 뜬 결과들을 문장이 아닌 단어 단위로 밖에 읽지않는 것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어쩌면 책을 읽는 기술이 과거처럼 극소수 지식인들만 보유한 능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저자의 경고는 너무나도 설득력있어서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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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만들기 - 무함마드 유누스의
무하마드 유누스 지음, 송준호 옮김 / 물푸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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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다수의 국가들의 여전히 빈곤과 저개발에 신음하고 있는 현실과 그 원인을 분석한 레이먼드 피스먼과 에드워드 미구엘의 <이코노믹 갱스터>에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방글라데시에서 담보가 없는 저소득자들에게 무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그라민 은행의 시도와 성공 사례입니다. 피스먼과 미구엘은 이 그라민 은행의 모험적인 도전과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공을 소개하면서, 저개발 국가의 경제 피폐는 국민들의 게으름이나 무능력 탓이 아니라 지배 계층의 부패와 부정 때문이며, 그것은 무조건적인 경제 원조보다는 현지 사정에 정교하게 맞춘 치밀한 부흥 전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실질적인 예로 삼고 있습니다.

< 사회적 기업 만들기 >의 저자인 무함마드 유누스는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 유학해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1972년에 고국으로 귀국해 치타공대학의 경제학 교수가 됩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대다수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학을 가르친다는 사실에 고뇌하다가, 73년 어느 날 20달러가 없어서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근처 주민에게 자신의 돈을 빌려준 것이 시발점이 되어, 그라민 은행을 설립해 무담보 소액 대출 제도인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시행하게 됩니다.
‘가난은 사회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유누스의 생각은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의 성공을 타고 아프리카와 세계 전역으로 전파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유누스와 그라민 은행은 2006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 사회적 기업 만들기 >는 무함마드 유누스가 2009년에 발표했던 저서인 < 가난없는 세상을 위하여 - 사회적 기업과 자본주의 미래 >에서 제시했던 자유 시장 경제의 힘인 기업의 창조적인 역동성을 이용하여 경제적 불평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Social Business)의 아이디어를 보다 심도있고 정교하게 제시합니다. 
 


유누스는 통제 경제인 사회주의는 시간이 지나면 능률과 혁신성이 사라지는 반면, 인간의 이기심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경제는 바로 이 이기심에서 촉발된 창의성에 힘입어 혁신과 개혁, 능률이 급격하게 증대된다고 전제하며 자본주의의 장점을 강조합니다. 유누스는 여기에서 인간은 단지 이윤을 위해 이기적인 행동만을 하는 단순하고 동물적인 존재가 아니고, 인간의 본성에는 이기심만이 아니라 이타심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 이타심을 창의성과 결합시키는 것이 ‘사회적 기업’의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이윤 추구에 대한 에너지를 이용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함으로써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고, 그것을 토대로 자립적인 영리 사업을 창출해 내는 사회적 기업이 설립 가능하며, 효율적인 경영과 지속적인 운영 역시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유누스는 이 책에서 사회적 기업의 7 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회적 기업의 목표는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사회를 위협하는 가난과 교육, 건강, 기술 접근, 환경 등의 여러 문제들을 극복하는 데 있다. 2. 사회적 기업은 재정적,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달성한다. 3. 사회적 기업의 투자자들은 투자 원금만 회수하며, 투자 원금의 회수를 넘는 어떤 배당금도 받지 않는다. 4. 사회적 기업의 투자 원금은 회수되어도 이윤은 확장과 개선을 위해 회사에 남겨둔다. 5. 사회적 기업은 환경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다. 6. 사회적 기업의 모든 근로자는 시장 임금을 받고 표준 근로조건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다. 7. 즐겁게 일하라.

유누스는 이러한 원칙 이래 현재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의 실례를 소개하며, 각 기업이 경험한 성공과 실패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 작성, 가격 설정과 교차 보조, 판매망 구축, 인재 모으기, 사회적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법적, 재정적 구조 등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점들을 세세히 조언하며 다양한 기업과 개인들이 사회적 기업 만들기에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의 범주를 세계로 넓히면서 자신은 세계화의 시계를 뒤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다만 사회적 기업을 세계 구조 안으로 끌어들여서 가난한 사람들과 나라들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세계화를 추진할 것을 호소합니다. 세계화는 큰 힘이 될 수도 있으며 어떤 대안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말과 함께요. 
 


최근 발간된 박순원 변호사의 < 올리버는 어떻게 세상을 요리할까? >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제는 개인들이 정부의 무능력을 개탄하기만 하면서 정부가 이들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을 손놓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되고, 정부가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창의적이고 실천적인 개인들이 정부로서는 불가능한 혁신을 직접 일궈내는 시대입니다
유누스의 이 책은 세계화와 주주이익이라는 자본주의의 자기 파멸적 행위들을 중지하고, 자본주의의 장점이자 원동력인 이기심을 이타심으로 전환시켜 함께 잘사는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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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 <디퍼런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디퍼런트 -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
문영미 지음, 박세연 옮김 / 살림Biz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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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블록마다, 심하게는 길 바로 맞은 편에 하나씩 동일한 업종의 가게가 나란히 문을 열고 경쟁적으로 손님을 끌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보다가, 유럽에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몇 블록 이내에서는 동일한 업종의 가게를 찾기가 힘들고, 심지어는 대부분의 골목 가게들이 특정 상품이나 제품에 특화되어 있는 점이었습니다. 취미와 직업의 다양성을 인정하다보니 수많은 직업과 취미로 분화되어 상대적으로 경쟁이 옅어지고 각각의 수익이 안정선에 위치한 것과는 정반대로, 학교 때부터 획일화된 사고와 목표를 주입받은 결과 할 줄 알고 하고싶은 일이 극도로 협소해서 결국 좁은 분야에서 경쟁만 극도로 치열해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새삼 숨막히게 느껴졌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폭넓은 다양성 덕분에 낮은 경쟁률과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아 온 유럽도 2000년대 이후로는 미국식 효율성과 무한 경쟁에 밀리게 되자, 결국 미국이나 일본, 우리나라와 같은 효율성 최우선주의, 무한 경쟁주의, 실적 지상주의로 사회와 사람들을 몰고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과 안정성이 극도로 나빠지자 김위찬 교수와 삼성이 제시한 새로운, 하지만 당연한 이론이 바로 ‘블루 오션 전략’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레드 오션을 벗어나 블루 오션에서 유유히 헤엄치기 위해서는 어디가 블루오션인가를 파악하는 능력, 심지어는 블루 오션 자체를 창조해 내는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재미교포로 예일과 스탠포드, MIT를 두루 거쳐 하버드 종신 교수로 재직 중인 문영미 교수의 책 [ 디퍼런트 ] 는 치열해진 경쟁 체계 속에서 경쟁에서 승리하고, 더 나아가 경쟁 자체가 무의미한 무경쟁 체제로 진출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영미 교수는 경쟁의 본질을 동일함에서 찾고 경쟁의 본능과 경쟁하는 사람의 심리, 소비에 대한 관념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있는 사실들을 설득력있는 예를 들어 낱낱이 지적하고, 이러한 경쟁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 ‘동일한’이 아닌 ‘남다른 생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눈을 돌릴 것을 권유합니다.
그리고 그런 남다른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방법론으로 대세가 된 큰 흐름에 반대로 나가는 역 브랜드 전략, 소비자의 심리를 변화시키는 일탈 브랜드 전략, 고객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이 아닌 적대적인 전략, 그리고 최고의 궁극적인 전략인 남과 차별화되는 디퍼런스 전략을 차례로 열거합니다.

문영미 교수는 이러한 기본 틀 위에서 미래의 비즈니스는 시장의 대세나 다수의 비슷함과 정반대로 가는 전략의 기본과 그러한 생각 자체가 전략의 기본적인 틀이 되어야 미래의 비즈니스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문영미 교수의 이야기와 주장은 사실 10년 전에 김의찬 교수가 말한 블루 오션 전략과 큰 틀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흐름과 시장의 대세에 무의식적으로 휩쓸려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문영미 교수의 지적과 충고는 시장과 세상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보는 완전히 새로운 틀을 제시해 줍니다. 남들과 똑같거나 비슷해서는 절대로 성공은 커녕 생존마저 힘들다는 것이 당연한 논리이지만, 머리와는 달리 몸은 래밍 떼처럼 무의식적으로 휩쓸려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삶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환기시켜 줍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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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 <디퍼런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당근과 채찍 - 목표로 유인하는 강력한 행동전략
이언 에어즈 지음, 이종호.김인수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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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거나 회사 일을 하거나 아니면 학교나 군대에서, 심지어나 가정에서조차 아랫 사람을 통제하고 지시를 내리는 것은 쉽지않은 일입니다. 규제하고 명령을 하는 1차원적인 일조차 쉽지 않은데, 거기에다가 더 나아가 스스로 알아서 하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실제로 스스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은 그보다도 몇 배나 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러한 통제와 자율행동을 ‘당근과 채찍’, 어려운 말로는 ‘통솔과 동기부여’ 혹은 ‘계약과 유인’이라고 합니다.

조직이 단순한 기계적인 구성 이상의 성과를 거두려면 기술적인 최적화 이상의 또다른 주관적인 요소들이 개입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형성되고 주어진 체제 내에서 정해지고 요구되거나 허용된 이상의 것을 하게 만드는 주관적인 목적 의식입니다. 아무리 크고 복잡한 조직이나 사회라고 하더라고 결국 말단에서 그것을 움직이는 주체는 독립된 개개인이기 때문이고, 그 각 구성 요소인 개개인이 정해진 일 이외의 생산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조직이나 사회 전체이 이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의가 아닌 계약 관계로 결합된 사이에서 개인에게 아무런 혹은 합당한 보상없이 정해진 의무보다 더 많은 의무를 수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 개인의 봉사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고, 설령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객관적인 현실이 추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대의 복잡하고 피곤한 일상을 살펴보면 금방 공감할 부분이지요.

구성원들 간의 기계적인 결합과 테일러식의 업무 합리화가 어느 정도 보편화 된 사회에서 살아남는 기업과 도태되는 기업,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을 가르는 것은 매뉴얼화된 조직의 구성표나 효율성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국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자신에게 의무된 일 이상을 해낼 때 조직은 기계적인 한계의 틀을 벗어나 다른 경쟁 기업이나 사회보다 앞서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고용 관계가 노예제나 농노제, 봉건제에서 자유 계약제로 바뀐 이래 보다 많은 일을 시키려는 고용주와 정해지고 급료를 받는 것 이상의 일을 하지 않으려는 피고용인 사이에는 수많은 동기 부여에 대한 실험과 이론들이 실험되고 적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통솔과 동기부여, 간단하게 당근과 채찍 이상의 이론을 세운 학자는 현재까지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통솔과 동기부여 이론들은 예외없이 인간이 지닌 이성에 호소해서 동기를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면 그만큼 더 나아진 결과가 주어질 것이라는 인과관계에 근거를 두고있는데 비해, 이언 에어즈의 이론은 인간의 합리적인 기대가능성이나 그에 기반한 논리적인 설득이 아니라, 인간 이성의 비이성적이고 불안정한 측면을 이용해 인간과 조직을 어떻게 하면 원하는 목표로 유인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근거를 이 책은 선호 역전과 자기 결박 계약, 유인과 약속 실천 계약, 보상과 손실의 비교분석 등을 통해 일반적인 인식과는 정반대의 비이성적인 측면들의 존재를 입증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비이성적이고 불안전한 측면을 토대로 당근과 채찍 유인의 역효과, 약속의 실천과 타인에 의한 압박과 감시, 약속 실천 계약의 문제점과 그 해결법을 설명한 후, 실제로 약속을 실천하는 계약을 돕는 사업을 소개합니다.

부와 권력, 지식의 양극화로 인해 권력과 재산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사회적 지위와 처지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고, 서로 간에 화해하지 못할 경계선이 그어진 현대에는 가진 자에 의한 통솔이나 동기부여는 못 가진자에게는 거부감과 적개심의 심리적 원인이 될 뿐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행동주의 이론은 그러한 통솔과 동기부여 문제에 기존과는 정반대인 이론과 실례를 제공합니다. 그것이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들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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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강의 - 세기를 뛰어넘은 위대한 통찰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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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막연한 의심을 품고 있던 경영 컨설팅 업체와 MBA 학위의 허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매튜 스튜어트의 < 위험한 경영학 >을 보면, 현대 경영학의 선구자인 프레데릭 테일러에서부터 인간 관계론의 엘턴 메이오, 경영 전략학의 마이클 포터, 경영 컨설팅의 톰 피터스 등 경영학계의 대가들의 숨겨진 비사들을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그들의 이론과 실제의 허구성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처럼 경영학과 전략 컨설팅의 허상을 비판하는 매튜 스튜어트조차 20세기 경영학 최고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에 대해서는 안의 다른 대가들과는 달리 그의 비범함과 다방면에 걸친 박학함을 인정할 정도로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역시 경영 기획이나 전략 기획의 무의미함을 상세한 예시와 통계를 동원하여 실증해 보여준 <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의 저자 윌리엄 A. 서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강의실에서 세운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현실 경영계로 직접 뛰어들거나 경영 컨설팅으로 경영자들로부터 막대한 보수를 챙겼던 톰 피터스 등과는 달리 피터 드러커는 순수하게 대학 강단에서의 강의와 강연, 저술과 기고만으로 20세기 후반 경제학의 굵은 축을 쌓아올림으로써 모든 경영자와 경제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하는 경영학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드러커가 1940년대부터 꾸준히 펴낸 39권의 저서들은 이제는 경영학의 고전들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 피터 드러커 강의 >는 피터 드러커가 직접 쓴 저서가 아니라 드러커 인스티튜트의 소장인 릭 와츠만이 1940년대에 베닝턴 대학교의 교수로 첫 강의를 시작한 때부터 2003년 클레어몬트 대학교 대학원에서 은퇴한 후에 발표한 최후의 미출간 논문까지 드러커가 60년 동안 했던 수많은 강의와 미출간 원고들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매 10년 단위로 묶어 정리해 놓은 피터 드러커 생애의 강의의 핵심들을 집대성한 것입니다.

드러커의 경영 사상의 발전을 거시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1940년대의 드러커의 강의들을 읽어보면 그의 사상의 토대가 의외로 경영학이 아닌 철학과 인문학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 관심은 50년대에 들어서서는 사회학적인 접근 방식으로 기울게 되고, 그의 사상의 핵심이 되는 기술 혁명과 거대 조직에 대한 고찰은 60년대에 와서야 비로소 본격화됨을 알 수 있습니다.

70년대에는 다른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보다 한 발 앞서 환경의 중요함과 교육의 기능성에 주목하였고, 80년대에 들어서서는 정보의 중요성과 정보화 사회에 대해, 90년대에는 이를 좀 더 발전시킨 지식 근로자와 지식 사회, 자기 관리의 두 가지 테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 드러커가 도달한 주제는 세계화와 비영리 조직에 대한 것인데, 이는 정보와 지식이 미래 사회에서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을 예견한 것입니다.

드러커는 보통 학자들이 은퇴하는 나이인 65세 이후에 주요 저작과 사상들을 본격적으로 펼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책의 목차를 보아도 장년기인 4~60년대보다 80년대 이후의 강의가 훨씬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드러커 스스로 평생을 배우고 연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웠고, 스스로 지식과 정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에 고령의 나이에도 경영학과는 거리가 먼 분야들을 3~4년씩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스스로 연구하고 탐구하는 지성인의 모범을 보여준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서 드러커가 안톤 베베른으로부터 직접 작곡을 배운 작곡학도였고, 말러가 빈 필하모닉과 빈 국립 가극장을 개혁한 사실을 언급할 정도로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전문가였다는 사실을 안 것이 작은 충격이었으며, 책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사회와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심도깊게 연구하는 그의 학자적인 자세에 감동하였습니다.

피터 드러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의 저서를 읽어보고자 하는 분들게 가장 먼저 권할 수 있을 만큼 피터 드러커의 평생에 걸친 연구의 궤적과 핵심 사상들을 정리해 놓은 입문서와 같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이 조금 매끄럽지 못하고, 오탈자들이 간혹 보이지만, 독해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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