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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ㅣ 현대사상의 모험 20
쥘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우리에겐 류시화님의 번역 시집으로 더 유명한 책에 나오는 알프레 디 수자의 시 중에 일부분이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 말은 곧, 사랑을 하면 상처를 받는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 중에서 '사랑'의 감정만큼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성숙하게 하는 것이 없다고 하는 이도 있다. 이렇게 사랑이란 감정은 아픔과 행복, 상처와 기쁨 - 아주 이율배반적인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야누스처럼.
근데 그렇게 힘든 사랑을 왜 하려 하는 걸까?
평범한 사랑보다는 TV드라마나 나올법한 아주 달콤하고 로맨틱한 사랑을. 이는 비단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어떠한가? 그렇게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유행가 사사를 보더라도 99%이상이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과 반수이상이 사랑의 기쁨보다는 사랑의 슬픔을 더 노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사랑을 꿈꾼다. 아주 달콤한 사랑의 꿈을.
저자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서양 철학과 예술, 문학 속에 나타난 사랑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랑의 본질을 알아보고자 한다.
아가서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예를 들어서 그녀의 사랑에 대한 정신적 분석 비평을 알아보자면~
구약성서 중 랍비들에게 솔로몬의 저서 - 잠언, 아가서, 전도서는 첫째, 하나님이라는 말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고, 둘째는 구속, 죄의식 등 그리스도의 기본 교리가 하나도 없기 에, 마지막으로 아가서의 내용이 신약성서에 전혀 인용이 아니 되었기에 삭제 되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구약성서 중 가장 떠오르는 것이 바로 아가서이다.
솔로몬은 아가서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왜 솔로몬은 궁중의 많은 여인들 중에서 화장도 하지 않고 포도 농사일로 검게 탄 여인을 사모했을까? 솔로몬은 포도주를 아주 좋아하는데 어느 날 솔로몬이 사찰을 나갔다가 포도원에서 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첫 눈에 반했다고 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겉으로 보여 지는 외모가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보고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민족도 하느님과의 관계를 남편과 사랑하는 아내와의 관계로 상상한 적이 없었지만 아가서에서 솔로몬은 부부간의 사랑, 독점적인 사랑, 관능적이고 시샘하는 사랑을 통하여 즉, 술라미 여인에 대한 사랑을 통하여 교회에 대한, 하나님에 대한 사랑(믿음)을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왕실의 숭고한 여인은 그가 사랑하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그가 사랑하는 하나님인 것이다.
또한, 사랑에 빠진 술라미 여인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진 최초의 여성으로 부부간의 사랑을 예찬하는 유대교는 이처럼 최초로 여성을 해방시켰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와 그 남자 - 동등한 인격체로서 어느 하나가 하나에 구속되거나 포함되지 않는 독립체임을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들 중 가장 대중적이며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랑이야기를 대라면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닐까 싶다. 두 사람을 관찰하는 우리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기억한다. 두 사람에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픈 사랑이지만. 이는 직접 사랑을 하는 이는 비록 아픔과 상처일지라도 관찰자에겐 꼭 상처이고 아픔은 아닌가 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탄생 배경을 보면 불행했던 셰익스피어의 결혼 생활과 그의 아들 햄넷의 죽음이 그 배경이다. 셰익스피어는 아마도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진 이로 본인보다 6살이 많은 앤헤서 웨이와 사랑없는 결혼을 하고 그의 아내는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딸을 출산하고, 3년 뒤 햄넷과 주디스라는 쌍둥이 아들을 낳지만 햄넷이 죽자 아버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아들 햄넷 셰익스피어에게 바치는 애도의 노래가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자신의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 자신의 이루지 못한 사랑, 아들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자신의 죄를 씻어 주기 위한 젊은이들의 고결한 사랑이 필요했다. 근데 셰익스피어가 생각하는 고결하고 완벽한 사랑은 결혼하여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오래 산다는 이야기가 아닌(로미오와 줄리엣 중 로렌스 수사의 말을 통해서도 대신함 ; "결혼하여 오래 산다는 것, 그것은 결혼을 잘한 것이 아니라오. 그녀가 가장 좋게 결혼한 것은 젊어서 죽은 것이지요.") 죽음으로써 증오가 승리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말하는 애정관은 연인들의 열정적 사랑에 대한 열매는 죽음이고 죽음으로써 끝나는 게 아니라 불멸, 즉 죽음은 불멸의 승리인 셈이다.
첫 눈에 반하거나 혹은, 늘 가까이 생활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이 들어서. 그와 그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앞의 말로 결론지을 수 있다.
스키마란 물건이나 사람을 인식할 때 기준으로 삼는 틀을 말한다. 스키마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같은 대상에 대해 받는 인상은 다르지만 좋다, 싫다의 분기점이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우리는 주변에서 서로 닮은 부부 혹은 연인을 만난다. 이들은 항상 같이 있어 서로 닮아간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해서 닮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심리학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가 닮은 부부나 연인이 탄생하는 이유라 말한다. 어쨌든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비단 사랑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갖거나 취미가 같은 사람에게 호감을 가진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갖고 있다. 처음 만난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서로를 인정하는 셈이다. 이렇게 인정 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자신의 반쪽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