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Gables House, Cavendish, P.E.I. By Markus Gregory - Own work,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몽고메리는 프린스에드워드섬의 캐번디시를 배경으로 에이번리라는 가상의 마을을 창조해냈다. 캐번디시에는 앤의 보금자리였던 초록지붕집의 모델이 남아 있다. 몽고메리의 외가 쪽 친척인 데이비드 맥닐이 1830년대에 지은 집으로, 빅토리아시대(1837-1901) 후기의 전형적인 농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몽고메리가 어렸을 때 이 집에는 외할아버지의 사촌인 마거릿과 데이비드 주니어 남매가 살았다. 이들은 작품 속 매슈와 마릴라처럼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지금은 작품 속의 공간을 재현한 관광 명소가 되었다.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초록색 지붕은 앤이 처음 이 집을 봤을 때 느꼈던 설렘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1권의 원제 Anne of Green Gables에서 Gables는 ‘박공’(牔栱)을 뜻하는 건축용어다. 박공은 옆면 지붕 끝머리에 ‘∧’ 모양으로 붙여놓은 두꺼운 널빤지를 가리킨다. 박공지붕은 마치 책을 엎어놓은 것처럼 상부가 삼각형 모양으로 이루어진 형태다. 역사가 오래된 지붕 양식으로 서양에서는 빅토리아시대에 크게 유행했는데, 특히 초록지붕집처럼 박공 부분을 밝게 칠하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맞배지붕’이라고 불리며 조선 초까지 중요한 건물에 많이 쓰였다. - 작품의 공간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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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 and W. A. J. Claus - Montgomery, Lucy Maud (1908) Anne of Green Gables, pp. 32f,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마릴라가 원하고 예상했던 대로 남자아이라면 잠자리를 준비해둔 부엌방에 재워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깨끗하고 단정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고 해도 여자아이를 재우기에는 적당치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고아 아이에게 손님방을 내주는 것도 당치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2층에 있는 박공널 창이 난 동쪽 방을 주기로 했다. 마릴라가 촛불을 들고 앤에게 따라오라고 말하자 앤은 힘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 복도를 지나가면서 탁자에 놓인 모자와 가방을 집어 들었다. 복도도 오싹할 정도로 깨끗했지만 작은 동쪽 방은 더 깨끗했다.

마릴라가 가버리자 앤은 쓸쓸한 마음이 되어 방 안을 둘러보았다. 회칠이 된 벽에는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았다. 너무 벌거벗어 벽이 아파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집 전체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경건함이 배어 있는 듯해 앤은 뼛속까지 전율이 일었다.

앤은 훌쩍거리면서 꼭 끼는 잠옷으로 갈아입고는 얼른 침대 속으로 들어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마릴라는 천천히 앤의 옷들을 주워 노란색 의자 위에 단정하게 올려놓고, 촛불을 들고 침대가로 다가가 말했다.

"잘 자거라."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무뚝뚝하지도 않은 목소리였다. - 3. 마릴라 커스버트도 놀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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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지붕집의 앤'(현대지성)으로부터



By KindredSpiritMichael - Own work,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커스버트 남매는 린드 부인네 골짜기에서 길을 따라 겨우 4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살았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오솔길이라 실제보다 멀게 느껴졌다. 과수원으로 둘러싸인 커스버트 남매의 집은 두서없이 크게 지어 올린 모습이었다. 매슈의 아버지는 아들만큼이나 수줍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서 되도록 사람들과 떨어진 곳에 집터를 잡으려고 했다. 그렇다고 숲속 깊이 틀어박힐 수는 없으니 자기가 개간한 땅의 가장 안쪽에다가 초록지붕집을 지은 것이다. 이곳은 에이번리의 다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큰길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 1장 레이철 린드 부인, 깜짝 놀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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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년~1864년) (미국의 문학, 미국 국무부 |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713607&cid=43938&categoryId=43944  오래 전 읽은 호손의 장편 '일곱 박공의 집'(민음사)을 생각하며 오디오북 '일곱 박공의 집'(요약발췌본)을 줄거리 위주로 들었다.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그 대목은 완역본을 확인해야 될 것 같다. '집에 들어온 인문학'(서윤영 지음)의 '박공'에 관한 부분으로부터 옮긴다.

박공 gables By KDS444 - Own work,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박공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8b3436a








일반적인 주택 지붕은 박공지붕입니다. 박공지붕은 책을 엎어놓은 듯 ㅅ자 형태로 생긴 지붕을 말합니다. 뱃지붕, 맞배지붕이라고도 합니다. ㅅ자 모양으로 붙여놓은 양옆의 널을 ‘박공’이라 하고 박공지붕의 아래쪽에 생기는 삼각형 벽을 ‘박공벽’이라고 합니다.

정면에서 보았을 때 박공이 선명히 드러나는 것은 영미 주택의 특징입니다.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의 소설 『일곱 박공의 집The house of seven gables』은 제목 그대로 일곱 개의 박공이 있는 웅장하면서도 기괴한 주택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1874~1942의 소설 『빨간 머리 앤』의 원제목도 『푸른 박공 집의 앤Anne of the green gables』입니다. 이처럼 영미 주택에서 전면 박공 - 정면에서 보았을 때 박공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집은 일반적입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박공이라는 생소한 이름 대신 쉽고 친근한 ‘뾰족지붕’이라는 이름이 붙어, 양옥주택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로 자리 잡습니다. 평평한 기와지붕과도, 둥그스름한 초가지붕과도 다른 뾰족지붕의 2층집은 이국적인 낭만을 선사했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 불란서주택과 새마을주택 │ 식민지의 집, 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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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4-24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빨강머리앤의 원제가 푸른지붕집의 앤이라고 들었는데, 그게 박공지붕이었네요.
잘읽었습니다. 서곡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서곡 2024-04-24 20:43   좋아요 1 | URL
그린게이블즈로 부르다가 푸른박공이라고 하니 생소합니다 ㅎㅎㅎ 네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시길요~~
 

이제 이 달이 일주일도 안 남았다. 김채원의 사계절 연작소설 중 '봄의 환'으로부터(열림원 '가을의 환' 수록).

Waves 1918 By Edvard Munch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그는 꼭 달력을 그려서 붙인다. 자신이 만든, 자를 대고 줄긋지 않은 비뚜름한 칸칸에 자신의 필체로 써넣은 글씨가 그의 눈에는 가장 편안하게 잘 들어온다.

하루의 절약, 나아가서 인생의 절약.

그가 만든 달력은 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그는 달력을 보자 아픔으로 늦추었던 맥을 긴장시키며 콜라를 찾아 마시려던 손으로 외출복을 찾아 입는다.

현관 문을 딸 때 육체가 문 밖으로 나가기 싫어 잠시 거역하는 듯하므로 그는 마음만 바빠 몇 번씩 헛손질을 한 후에 손잡이를 돌린다. 그러자 몸은 곧 순종하듯 아파트 복도를 걷기 시작한다. - 봄의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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