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날 여덟째 이야기입니다.

 

한 여성을 열심히 짝사랑하던 남성이 자살하고 그를 냉대하던 여성도 죽고 나서(이 여성이 왜 죽었는지는 따로 설명이 없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벌을 받는 환상소설적 상황입니다. 남성에게는 짝사랑의 대상인 여성을 쫓아가 죽이는 게 벌이라고 하네요. 그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여성이 받는 벌이고요. 게다가 죽자마자 여성은 다시 살아나 반복적으로 이 벌을 계속 받습니다. 영화 해피 데쓰데이 같은 설정입니다.

 

제3자가 이 현장을 엿봅니다. 그 또한 기약 없이 짝사랑 중인 남성인데요. 자기가 구애하던 여성을 초대하여 이 광경을 보여 주고 겁을 먹게 하여 결국 결혼에 '성공'한답니다. 이 결말을 '해피 엔딩'이라고 부르다니 무시무시하지요. 데카메론은 죽은 후의 이야기라고 허구화하지만, 현실의 사건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데카메론은 창작을 가미한 실화 모음집이라고 하니까요.

 

짝사랑하던 여성을 남성이 끔찍하게 살해하는 일 - 기시감이 들지 않습니까?

The Story of Nastagio degli Onesti (I), from The Decameron, by Boccaccio, 1483 - Sandro Botticelli - Wiki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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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스카 국제상 수상작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조금 보고 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을 먼저 읽고 싶어져서 작품집 '남자 없는 여자들'의 첫 수록작 '드라이브 마이 카'를 읽었다. 아, 이런 내용과 분위기로구나. 남성 화자가 딸 같은 나이의 젊은 여성을 보고 (속으로) 외모평가하는 게 거북하다. 가슴이 크다는 표현까지 한다. 하루키답게 음악 이야기도 많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곧잘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들었다. 그가 베토벤의 현악사중주를 좋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싫증나지 않는 음악인데다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 혹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 드라이브 마이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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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약 다섯 시간 걸리는 영화 '해피 아워'를 천천히 며칠에 걸쳐 보았다. 감독 인터뷰를 보니 영화를 함께 만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다섯 시간도 짧다고 말한다. 이 영화는 그의 연기 워크샵에 온 일반인(직업 배우가 아니라는 의미)들의, 을 위한, 에 의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37세의 네 여성 친구들이다. 감독이 의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섹스 앤 더 시티'가 떠오른다. 그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영화에 작가가 '수증기'라는 제목의 출간전원고를 낭독하고 질의응답하는 모임이 나오는데 재미있다. 작가로 나온 사람이 배우가 아니라 실제 작가일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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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버터와 마가린은 셀리아의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이다.

Making Butter 1499 By Creator of Compost et Kalendrier des Bergères - Robarts Library, University of Toronto.





"처음엔 내가 마음이 약해서 그레그에게 버터를 주고 나는 마가린을 먹었지.

그러다가 어느 날 버터와 마가린 포장지를 바꿔 싸고는, 그레그에게 마가린 포장지에 싼 버터를 가리키며 이건 유난히 좋은 마가린이라고, 버터와 맛이 거의 똑같은데 먹어보겠느냐고 물었어.

그레그는 이런 건 진짜 못 먹겠다면서 바로 얼굴을 찡그렸지. 그런 다음 버터 포장지에 싼 마가린을 펼치고 먹어보겠느냐고 했지. 그레그는 맛보더니 ‘아, 역시. 이게 제대로 된 버터죠‘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난 사실을 일러주고 조금 엄하게 말했어. 그후로 우리는 버터와 마가린을 공평하게 나눠 먹고 있고, 큰 소란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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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이 주연한 영화 '휴먼 보이스'(2020)는 알모도바르 감독답게 색감이 화려한 영화. (티빙에 있다.) 연인과 이별하는 여성이 주인공인데 '아이 엠 러브' 속 틸다 스윈튼의 이미지를 겹쳐봐도 재미있고, '목소리'라는 제목을 감안하면 '비거 스플래쉬'에서 맡은, 목이 아파 소리 내기 어려워진 록스타 역과 대조적이라 흥미롭다. 장 콕토의 일인극이 원작. 국어번역은 1990년대에 나온 희곡집 '페미니즘을 생각한다'에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수록.




로자문드 파이크가 연기한 단편영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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