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프로젝트에 실린 토빈의 단편 'LA강 이야기'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게이 커플의 일상이 담겨 있다. 각자 좋아하는 취향에 대한 디테일이 자세히 나온다. 코로나 집콕 커플의 일상, 거의 작가 본인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아주 잘 지내는 듯한 딴 커플의 생활을 온라인으로 엿보며 자기들과 비교하는 모습이 '리얼'하다. 

사진: UnsplashMaico Pereira






H와 나는 단 한 권도 같은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그의 제1언어는 프랑스어고 그의 정신세계는 사변적이었다. 따라서 어떤 방에서 H가 자크 데리다와 질 들뢰즈를 읽느라 바쁜 동안, 나는 다른 방에서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를 읽었다.

기분이 안 좋은 밤에는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하고, 고다르와 고도, 기 드보르에 대한 그의 상세하고 적절한 인용에 "그 영화는 쓰레기야! 내 지성에 대한 모욕이라고!"라고 대꾸하면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때가 나와 H가 변화를 위해 서로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서로 좋아하는 책을 기꺼이 읽기 시작하기에 좋은 때였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 - 콜럼 토빈, LA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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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Alex Azabache






삶이라는 커다란 울타리 바깥에서 서성이면서 시간을 다 보내는 듯한 이들이 있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낯선 땅에 2,3년씩 머무르면서 일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이들을 더러 만난다.

몸은 국내에 있지만 외국을 떠도는 사람처럼 생을 흘려보내는 젊은이들은 더 자주 맞닥뜨린다.
- P178

그런 삶 역시 그들의 자유이고, 스스로 책임지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세 가지 항목을 체크해보아야 한다. 일, 사랑, 돈의 문제에서 잘해나가고 있는가.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면 어디서 어떻게 살든 당사자의 자유일 뿐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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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에 관해 찾다가 아래와 같은 논문을 발견, '파친코' 원작과 드라마 둘 다 안 봐서 모르지만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파친코에 나온다고. 


[이 연구는『파친코』의 시작이 디킨스의 문장이고, 마지막 장면에 『데이비드 코퍼필드』가 등장하며, 민진 리가 이 작품을 쓸 때 가장 많이 참조한 작품으로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꼽았기에 가능하였다.


『파친코』는 재일조선인 일가가 이민 2세대에 파친코 사업으로 경제력을 확보함으로써 현지인의 차별을 견뎌낼 내적 힘을 얻는 이야기이고,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자본주의화로 계층 간 대립이 심각하던 빅토리아 시대에 중산층 남성이 하층민으로 전락했다가 상류층으로 도약하는 서사이다. ] (김미영, 2021) 민진 리의 『파친코』와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비교 검토 - 인물형상화와 서사구성의 방법 및 작품의 정신적 기조를 중심으로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802499



데이비드 코퍼필드(1999) 아역 다니엘 래드클리프 https://youtu.be/49voeM6Ui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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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6-27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 읽지않은 고전중 그나마 재밌었던 작가라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디킨스 찜.
파친코와 디킨스 뭔가 어울려요.
해리포터 넘 귀엽습니다ㅎ

서곡 2022-06-27 18:04   좋아요 1 | URL
네 넘 귀엽네요 ㅋ 데이비드코퍼필드 체험판으로 초반부를 지금 읽어보니 완전 재미있어요!!!

singri 2022-06-27 18:16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읽어보겠습니다. ^^
 

Uriah Heep at his desk By Fred Barnard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네이버 지식백과] 데이비드 코퍼필드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82405&cid=40942&categoryId=32938




소설의 인물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처럼 어느 정도 어리석으며, 참견을 좋아하고, 무능력하면서도 탐욕을 품고, 명확한 의도 없이 악행을 저지른다.

진솔하고 설득력 있는 사악한 인물을 창작하려면 정말로 위대한 소설가의 힘이 필요하다. 디킨스가 창조한 유라이어 히프나, 보다 미묘한 스티어포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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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김초엽의 글에 나온 근이영양증협회는 우리 나라가 아니고 미국이다.

Untitled (Wheelchair II), 1999 - Mona Hatoum - WikiArt.org


근이영양증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3g0111a





‘신경 근육 질환 정복‘을 목표로 내세우는 자선단체인 근이영양증협회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광고를 내보내는데, 일라이 클레어가 <망명과 자긍심>에서 묘사하는 근이영양증협회의 광고 중 하나는 이런 식이다.

수동 휠체어가 반쯤 그늘에 놓여 있다. 커다란 오른쪽 바퀴는 빛의 웅덩이 속에 있다. 의자는 비어 있고, 카메라 반대쪽을 향해 20도쯤 돌려져 있다. 발판은 밖으로 젖혀졌다. 의자 위쪽엔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일이 잘 풀리면, 사람들이 일어나 걷게 될 거예요."

근이영양증협회의 홍보 방식에는 장애를 의료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인식이 깃들어 있으며,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는 것은 장애가 없는 삶에 비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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