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르스나르의 서명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다니엘 바렌보임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97XXXXXX1999




나는 예술과 삶에 든 이 자유를, 자체의 전개 법칙만을 따르는 그것들의 자유를 이해하기 시작했소. 리듬은 내면적 혼란의 동향을 따라가니, 심장이 지나치게 급속히 뛸 때 박동소리를 청진하는 건 무섭소. 지금, 2년간 내가 나 전체를 유폐시켜 놓았었던 이 악기로부터 탄생한 것은 희생의 노래는 더 이상 아니었소, 욕망의 노래도 아니었고, 아주 가까워진 기쁨의 노래도 아니었소. 그것은 증오, 나를 그리도 오랫동안 변질시켰고 억압했던 모든 것에 대한 증오였소.

비엔나에서 마지막 남은 화창한 가을 며칠 동안, 나는 경이스러워하며 내 몸을 다시 발견했소. 영혼을 가진 것으로부터 나를 치유시킨 내 몸을. 당신은 내게서 두려움과 회한과 양심의 가책만을 보았었소, 내 양심도 아니고, 내가 길잡이로 삼았던 다른 이들의 양심의 가책만을. 인체의 아름다움과 신비가 내게 얼마나 열렬한 숭배를 일으키는지, 인체 하나하나가 스스로를 내어줄 때면, 인간의 젊음 한 조각이 내게 증여되는 성싶은지를,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거나 혹은 감히 말하지 못했소. 여보, 사는 것은 어렵소. 나는 도덕론을 워낙 많이 세워보아 또 다른, 모순적인 도덕론을 만들어내지는 않겠소.

다만 나는 정신착란에 이를 지경이 된 자신에 대한 부정보다는 죄가(이것이 아직 죄일진대) 차라리 더 좋소. 삶이 나를 이런 사람으로 만든 것이오,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나 이제 체념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본능의 포로(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로 만든 것이오. 그리고 이 순응이 내게 행복은 아닐지라도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리라, 나는 바라오. 여보, 나는 당신이 모든 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항상 믿어왔소, 그리고 그것은 모든 일을 용서하는 것보다 더욱 귀한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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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terrupted. Monument in remembrance of Etty Hillesum. By FaceMePLS from The Hague, The Netherlands - CC BY 2.0, 위키미디어커먼즈


[에티 힐레숨(1914-1943)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스물아홉에 아우슈비츠에서 죽었다. 1941년 3월, 나치 학살이 본격화되던 무렵부터 쓴 일기와 편지들이 있다. 학살자들에 대한 “증오를 거부”하고 고결한 인간성과 용기를 증언한다. 


제르맹은 에티의 삶과 태도를 존경해 그녀에 관한 책을 썼다. 힐레숨은 수용소의 잔혹한 체험을 겪으면서도 “나는 증오에 격렬히 맞서 싸우리라”라고 단호히 말할 만큼 사랑의 길을 강조한다. 제르맹은 힐레숨의 태도를 우리의 삶을 두려움과 경직된 방어 의식으로 초라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한다. 


힐레숨의 사랑이 제르맹이 비난하는 비겁한 ‘공모자’들의 태도와 다를 수 있는 것은 왜인가. 사랑에 대한 그녀의 요청이 거대한 체제 앞에서 좌절한 순응적 태도가 아니라 인간적 품위와 삶에 대한 강렬한 요청이기 때문이다. 


증오를 넘어선 사랑에 이르는 싸움이야말로, 수용소에 갇혀 죽음을 앞둔 그녀에게 유일하게 가능했던, 치열한 투쟁이 아니었을까. 힐레숨이 개인적 차원의 증오는 가장 쉬운 반응이지만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기에는 오히려 너무 무력하다고 이해한 것은 객관적 현실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제르맹은 힐레숨의 견해를 지지하면서 영성에 기초한 사랑은 신비롭지만 실질적인 힘을 지닐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영성적 사랑’은 악을 토대에서부터 뒤흔드는 방식이기에, 악을 넘어서는 ‘선’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선’이 악의 흔적을 따라 맞서 싸우는 반사 거울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역량과 추구 속에서 악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러한 ‘선’의 다른 이름은 제르맹이 깊은 공감을 보내는 베유의 사상처럼 세상의 폭력과 악으로 고통받는 인간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연민과 용서일 것이다.] 출처: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811778 실비 제르맹에게 있어서 악의 문제, 프랑스문화예술연구(ECFAF), 2022, vol.79, pp. 171-202 (32 pages), 유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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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qnn24.kr/news/news_detail/235258 이 기사를 참고하여 독일 출신과 독어권 수상자를 정리했다(표시가 따로 없으면 독일 국적). 


2019년 페터 한트케(오스트리아)

2009년 헤르타 뮐러 [루마니아 서부 바나트 지역의 독일계 소수민족 마을인 니츠키도르프에서 태어나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자랐다.] (두산백과)

2004년 엘프리데 옐리네크(오스트리아)

1999년 귄터 그라스

1981년 엘리아스 카네티(영국) [불가리아에서 출생하였다. 에스파냐계 유대인으로 오스트리아에 살면서 빈대학교를 졸업한 후 1938년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런던에 정착, 독일어로 작품을 썼다.] (두산백과)

1972년 하인리히 뵐

1966년 넬리 작스(스웨덴) [제2차 세계대전 때 스톡홀름으로 망명하였으며, 그후로는 결코 독일 땅을 밟지 않았다.] (두산백과)

1946년 헤르만 헤세(스위스) [남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출생하였다. 스위스의 보덴 호반의 마을 가이엔호펜으로 이주한 후 시작에 전념하였으며, 1923년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였다.] (두산백과)

1929년 토마스 만

1919년 카를 슈피텔러(스위스) [During World War I he opposed the pro-German attitude of the Swiss German-speaking majority, a position put forward in the essay "Unser Schweizer Standpunkt".] (위키백과)

1912년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1910년 파울 요한 폰 하이제

1908년 루돌프 크리스토프 오이켄

1902년 테오도어 몸젠 2회 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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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결말과 루이자 메이 올콧의 소설 '작은 아씨들'의 내용이 나옵니다.


정서경 작가가 쓴 드라마 '작은 아씨들' 마지막회까지 다 보고 후기를 간단히 남긴다. 루이자 메이 올콧의 소설 '작은 아씨들'과의 비교 포인트들이 갠적으로 흥미롭다. 


1.메그와 달리 김고은이 연기한 맏딸은 결혼이나 연애에 진입하는 대신(썸을 타는 듯 했으나 러브라인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고모할머니가 주신 '자기만의 집'이 생긴다. 올컷의 경우 대고모님의 집을 조가 물려받아 학교를 세운다. 


2. 알파파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6XXX8900570 조와 달리 남지현이 연기한 둘째는 알파파만 나온다며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다고 밀쳐냈던 남베프(로리를 연상시키는)와 맺어진다.


3. 에이미와 달리 박지후가 연기한 막내는 친구와 함께 이 나라와 가족을 떠난다.


4. 올콧의 세계는 선한 부모님의 영향력이 지대하지만 정서경의 드라마에서 부모는 자매에게 질곡으로 작용하고 결국 부재한다.  


5. 드라마의 자매들은 모험과 위험의 대가로 물질적으로 보상받는다. 


6. 시즌2가 나온다면 이들의 미래는 과연?


작은 아씨들의 세 자매, 김고은-남지현-박지후의 지금 이 순간 https://www.elle.co.kr/article/70291


드라마 '작은 아씨들' 베트남서 방영 중단…"월남전 왜곡" https://www.yna.co.kr/view/AKR20221007079700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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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0-11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베트남에선 왜…?
전 드라마 보다가 말았어요. 쟁쟁한 배우들이 나와서
기대를 많이했는데 갈수록. 뭔가 의욕은 넘치는데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슈룹인지 후속작은 좀 기대가…

서곡 2022-10-11 19:25   좋아요 1 | URL
뭔가 심기를 건드리거나 사실 오류가 있었나봅니다 기사에 나온 거 이상의 구체적인 사항은 잘 모르겠습니다 넷플 드라마 수리남의 경우에도 수리남 정부가 항의했다더라고요 네 뭐 그럭저럭 봤습니다 ㅋ
 

김연수 작가 신작 소개 무료전자책 Attention Book에 단편 '난주의 바다 앞에서'가 실려 있다. 정난주는 다산 정약용의 조카이자 황사영의 부인.


[네이버 지식백과] 황사영 백서와 그 가족의 유배 (한국의 섬 - 제주도, 2021. 06. 15., 이재언)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294837&cid=43737&categoryId=59599




매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음악을 듣는다는 김연수 작가의 9월 목록 마지막 곡은 소닉스톤즈의 'THE BEGINNING OF THE END II'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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