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옮긴 연보의 출처는 '런던탑/취미의 유전'(을유문화사, 김정숙 역)이다. 

나쓰메 소세키 기념비 mariemon - mariemon, CC 表示 3.0




1888년 7월, 제일고등중학교 예과 졸업. 건축가를 지망했으나 친우 요네야마 야스사부로米山保三郞의 권유로 영문학 전공을 결심. 9월, 본과에 진학, 영문학에 매진.

1893년 7월, 도쿄제국대학 문과대학 영문과 졸업, 동대학원에 입학. 10월, 도쿄고등사범학교 영어교사로 부임.

1894년 봄, 폐결핵 징후. 신경쇠약의 악화와 함께 극도의 염세주의에 빠짐. 가마쿠라의 원각사에서 참선.

1895년 12월, 귀족원서기관장 나카네 시게이치中根重一의 장녀 교코鏡子와 맞선, 약혼.

1896년 6월, 자택에서 교코와 결혼식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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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저자가 쓴 '문학 속 에로스'의 안나 카레니나 편으로부터 일부 옮긴다. 

Anna Karenina meets her son, 1878 - Mikhail Vrubel - WikiArt.org






"그녀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남편이고 자기를 애무로 뒤덮는 꿈을 꾸었다.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울면서 그녀의 손에 키스하고 ‘아, 이제 얼마나 좋은가!’ 하고 외쳤다. 브론스키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역시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녀는 전에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그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하며 이제 그들 두 사람 모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이 꿈은 가위눌림처럼 그녀에게 부담스러웠고 그녀는 언제나 똑같은 끔찍한 느낌을 가지고 이 꿈에서 깨어나곤 하였다."

어쩌면 이 꿈은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사회적 사고를 중요하게 여기는 남편이 안나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그녀에게 아내로서의 형식적인 역할만을 기대하기로 결심했다는 그의 말 속에 그런 가능성이 암시되어 있다. 형식적인 아내로서의 태도는 어차피 그의 가치체계에서는 성적인 정열이나 낭만적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는 체면과 명예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을 안나에게서 얻을 수만 있다면 브론스키가 안나의 숨겨진 애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해결 방식은 상류층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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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작가가 쓴 책 '문학 속의 에로스' 중 마담 보바리 부분을 읽었다.

Eros and the painter, 1868 - Nikolaos Gyzis - WikiArt.org






《보바리 부인Madame Bovary》에서는 로돌프 불랑제가 유혹자로 등장한다. 그는 이웃에 사는 지주로 어느 날 아픈 일꾼을 데리고 샤를 보바리의 진료실을 찾아오게 된다. 그는 이때 엠마를 처음 만난다.

"남편이란 작자는 멍청할 것 같군. 그녀는 분명 그에게 넌더리가 났다. 더러운 손톱과 덥수룩한 수염을 보니 사흘 정도는 면도를 하지 않은 모습인데. 그가 환자를 보살피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안 그녀는 집에 앉아 양말이나 깁겠지. 정말 지겹겠군! 도시에 살면서 저녁마다 폴카를 추고 싶겠지. 가엽고도 귀여운 여자! 부엌 탁자에 놓인 잉어가 물을 그리듯이 그녀도 입을 뻐끔거리며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멋진 말 세 마디면 그녀는 사랑에 빠지고 말 걸, 틀림없어. 재미 좀 보겠는데! 하지만 그 다음엔 저 여자를 어떻게 떼어버린다지?"

아직도 시도를 거듭하고, 조심스럽게 탐색하고, 부분적으로는 무의식적인 조작을 하는 수많은 중간 어조들로 독자의 눈앞에 이제 시작되는 드라마를 천천히 드러내 주는 이런 단계적인 발전 과정이 플로베르 이전에는 이처럼 풍부하게 표현된 적이 없었다.

억세고 능숙한 남자의 손길에 이렇게 순진하게 넘어간 젊은 여인은, 자기보다 젊고 경험이 없는 애인 레옹에게는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녀가 성적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예전에 그토록 부드럽고 상냥하던 그녀가 이제 대단히 능동적인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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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인간극장 - 셰익스피어의 악역들 ④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741930.html


NT Live -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https://www.ntok.go.kr/kr/Ticket/Performance/Details?performanceId=262610


영화 '로젠크랜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13304

A lithograph of Rosencrantz and Guildenstern in the flute scene from Hamlet by Eugène Delacroix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덴마크의 젊은 귀족들인데, 햄릿의 어린 시절 동무여서 선택된 듯하다.

로젠크란츠 왕자님, 예전에는 저를 아껴주셨죠.
햄릿 지금도 그렇지. 버릇이 고약한 이 두 손에 걸고 맹세하네.
로젠크란츠 왕자님, 울적해하시는 까닭이 무엇인가요? 친구에게 슬픔을 털어놓지 않는다면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형국이지요.
햄릿 여보게, 내가 출세하지 못해서 그러네.

(배우와 피리 연주자들 등장) 오, 악단이 왔군. 피리 좀 이리 줘보게─(길덴스턴에게) 나 좀 보세. 어찌하여 자네는 나를 몰아세우는가, 마치 내가 덫에 걸리기를 바라는 것처럼?
길덴스턴 아닙니다, 왕자님. 제 행동이 지나쳤다면 그건 제 충정이 과한 탓이겠지요.
햄릿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 이 피리를 불어보겠는가?
길덴스턴 왕자님, 불 줄 모릅니다.
햄릿 부탁하네.
길덴스턴 정말 못 붑니다.
햄릿 간청하네.
길덴스턴 왕자님, 피리 다루는 법을 전혀 모릅니다.
햄릿 그건 거짓말처럼 쉽다네. 엄지와 손가락을 써서 이 지공들을 조절하고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으면 절묘한 소리가 울려 나오지. 자, 보게, 이게 지공이야.
길덴스턴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해본들 조화로운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저는 그런 재주가 없어요.

햄릿 아니, 여보게, 지금 자넨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건가! 나를 갖고 놀려고 하는가. 나를 조종할 줄 안다는 투로구먼. 내 비밀의 핵심을 끄집어 내고 싶어 안달하는 모양일세. 내가 마치 피리인 양 최저음에서 최고음까지 다 짚어볼 태세로군. 그래, 요 조그만 악기에 훌륭한 음악이 가득 들어 있긴 하지. 그런데 자네는 이걸 연주할 수 없어. 제기랄, 자넨 내가 피리보다도 다루기 쉬울 줄 아는가? 나를 무슨 악기로 보든 간에, 아무리 기를 써도 날 다룰 순 없을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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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2-12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대 비극을 완독한 1인입니당~~~ 푸하하!!!

서곡 2023-02-12 16:49   좋아요 1 | URL
아 네 짝짝짝 ㅋㅋㅋ 집에 있던 옛날 책으로 오래 전 봐서 새 번역으로 천천히 읽을 계획입니당 ~~~
 

The Execution of Lady Jane Grey, 1833 - Paul Delaroche - WikiArt.org


레이디 제인 그레이 - Daum 백과





처음은 양 눈이 침침해서 사방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어둠 속 한 곳에 확 불이 당겨진다. 그 불이 점차 커지며 속에 사람이 움직이는 기색이 느껴진다. 그 다음, 그것이 점점 밝아지더니 마치 쌍안경 도수가 맞추어지듯 똑똑히 비쳐온다. 그런 뒤 무대 정경이 차츰 크게, 차츰 가깝게 다가온다. 정신이 번쩍 들어 바라보니 한복판에 젊은 여자가 앉아 있다. 왼쪽 끝에는 남자가 서 있는 것 같다. 둘 다 어디선가 본 듯 낯익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어느새 불쑥 다가와 내 코앞에 우뚝 서 있다. 남자는 앞서 굴속에서 노래를 부르던, 움푹 패인 눈에 검누런 얼굴을 한 키 작은 놈이다. 방금 간 도끼를 왼손에 짚고 허리춤에는 자그만 단검을 늘어뜨린 자세로 서 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온몸이 오그라지는 듯하다. 여자는 흰 손수건으로 두 눈을 가린 채 두 손으로 목이 얹힐 받침대를 찾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목이 얹힐 받침대는 일본의 장작패기판만한 크기로 앞부분에 쇠고리가 달려 있다. 그 앞쪽에 지푸라기가 어수선히 흐트러져 있는 건 흐르는 피를 막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 여자 두엇이 뒷벽에 매달려 정신없이 울고 있다. 시녀인 걸까. 흰 털을 댄 외투 안을 깃처럼 접어꺾은 법의를 질질 끄는 승려가 머리를 떨군 채 여자 손을 받침대쪽으로 이끈다. 여자는 눈처럼 새하얀 옷을 입고 어깨까지 치렁거리는 금발을 가끔 구름처럼 흔든다.

두 왕자가 유폐된 장면과 제인의 처형장면에 대해서는 들라로슈의 그림이 적잖이 내 상상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덧붙이며 감사를 표한다. - 런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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