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저자가 쓴 '문학 속 에로스'의 안나 카레니나 편으로부터 일부 옮긴다. 

Anna Karenina meets her son, 1878 - Mikhail Vrubel - WikiArt.org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 눈보라 (김소현) https://youtu.be/7JaH7hhQKzk




"그녀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남편이고 자기를 애무로 뒤덮는 꿈을 꾸었다.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울면서 그녀의 손에 키스하고 ‘아, 이제 얼마나 좋은가!’ 하고 외쳤다. 브론스키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역시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녀는 전에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그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하며 이제 그들 두 사람 모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이 꿈은 가위눌림처럼 그녀에게 부담스러웠고 그녀는 언제나 똑같은 끔찍한 느낌을 가지고 이 꿈에서 깨어나곤 하였다."

어쩌면 이 꿈은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사회적 사고를 중요하게 여기는 남편이 안나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그녀에게 아내로서의 형식적인 역할만을 기대하기로 결심했다는 그의 말 속에 그런 가능성이 암시되어 있다. 형식적인 아내로서의 태도는 어차피 그의 가치체계에서는 성적인 정열이나 낭만적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는 체면과 명예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을 안나에게서 얻을 수만 있다면 브론스키가 안나의 숨겨진 애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해결 방식은 상류층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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