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등불'(체호프)을 읽고 있다. 이 포스트를 올리고 나면 곧 새해가 되리라. 아무튼, 해피 뉴이어!

Street Light, 1909 - Giacomo Balla - WikiArt.org


12월 초에 출간된 '체호프의 문장들 - 생의 고단함을 끌어안는 통찰과 위트'(오종우 편역)를 담아둔다. 2024년은 체호프 타계 120주년.






등불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들에도, 밤의 적막에도, 전선의 쓸쓸한 노래에도 무엇인가 공통된 것이 느껴졌다. 이 둑 밑에는 무엇인가 중대한 비밀이 감추어져 있고 등불과 밤, 전선 등만이 그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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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1-01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호프의 단편집을 두 권 읽었는데- 하나는 펭귀클래식, 하나는 민음사 걸로 읽었음.-등불 이란 작품은 읽지 못한 것 같아요. 워낙 단편을 많이 쓴 작가라 안 읽은 게 많겠지요.
서곡 님,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해피 뉴 이어^^

서곡 2025-01-01 12:05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페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바라는 일 다 이루어지시길요! / 그쵸 체홉이 워낙 단편이 많다더라고요 전자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이제 올해가 한 시간 하고 조금 남았다. 휴. 새 달력을 바로 걸 수 있도록 준비했다. '1913년 세기의 여름'(플로리안 일리스)으로부터 발췌한 아래 글 속 슈펭글러처럼, 의미와 맥락은 당연히 다르지만, 지금 이 순간 우울하다.


슈펭글러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3s0065a

By Noah Wulf - Own work, CC BY-SA 4.0




1913년 섣달그믐. 슈펭글러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는다. "내가 소년이었을 때, 섣달그믐 밤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약탈되어 치워지고 모든 것이 예전처럼 아주 무미건조해졌을 때 느꼈던 기분이 떠오른다. 나는 혼자 침대에 누워 밤새 울었고, 다음 크리스마스 때까지 그 한 해가 너무 길고 우울하게 느껴졌다. 오늘, 지금 세기에 존재한다는 것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문화, 아름다움, 색채의 모든 것이 약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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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가기 전에 러셀 서양철학사를 다시 펼치기로 다짐했었다. 오늘 말일에 '제3권 근현대 철학'의 '제1부 르네상스에서 흄까지' 중 '12. 철학적 자유주의'를 읽었다. 다음 편이 로크다.

런던 2021년 신년맞이 밤 By New Year's Eve in the time of Covid-19, Regent Street St James’s by Stephen Richards, CC BY-SA 2.0






자유주의 철학을 처음 포괄적으로 종합한 로크John Locke(1632~1704)는 근대 철학자 가운데 가장 심오한 철학자는 아니지만, 후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로크의 철학을 고찰하기 전에 그의 견해가 형성되는 데 영향을 미쳤던 17세기 영국의 몇몇 상황을 검토해 보자.

영국인은 내란 중에 찰스 1세와 의회가 빚은 갈등을 경험하면서 타협과 온건한 태도를 사랑하고, 어떤 이론이든 논리적 결론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풍조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국인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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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사할린 섬’(배대화 역)을 전부터 천천히 읽는 중이다. 빨리 읽히지는 않는다. 아래 글은 ‘제2부 사할린 섬 - 여행기 중에서’의 ‘IX. 트임 혹은 트이미, 해군 대위 보쉬냐크, 폴랴코프, 베르흐니-아르무단, 니즈니-아르무단, 데르빈스코에 마을, 트이미 산책, 우스코보 마을, 집시들, 타이가 숲 산책, 보스크레센스코에 마을’이 출처이다. (1부는 시베리아 여행기이다.)

사할린 섬(2017) By Yaroslav Shuraev - Own work, CC BY-SA 4.0  * 사할린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1s0987a






그들은 지겨워서도 웃었고 또 심심찮게 울기도 했다. 이들은 실패자들로서 대부분이 신경쇠약자이며 불평하는 자들로서 ‘잉여인간들’이다. 그들은 이미 빵 한 조각을 얻으려고 여러 차례 시도하였으나 그나마 남아 있던 얼마 되지 않는 힘마저 다 써버리고 끝내는 손을 내젓고 말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어떠한 수단’도 남아 있지 않았고 ‘어떠한 모양으로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강요된 무위는 점차 익숙해졌고 지금 그들은 마치 바닷가에서 좋은 날씨를 기다리듯 막연히 기다리며 괴로워하고 하는 수 없이 잠을 자며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있다. 아마도 이미 어떤 일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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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1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31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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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5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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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5 13: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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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12-31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곡님,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곡 2024-12-31 20:51   좋아요 0 | URL
아휴 그러게나 말입니다 올해가 새해였는데 벌써 새 달력을 걸 시간이 왔습니다 몇 시간 안 남은 오늘 말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해피 뉴이어!
 

세월호 사건 추모 산문집 '눈먼 자들의 국가'(2014)로부터 옮긴다. 계간 문학동네 2014 가을호에 발표된 글들이다.


UnsplashWorld of Magic


아래 글을 쓴 배명훈은 SF작가, 홍철기는 정치철학자이다.





세상은 신의 노여움을 잠재울 의인 열 명이 없어서 멸망하는 게 아닐 것이다. 세상은 분명 질문에 대답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질문하는 사람 자리로 슬쩍 바꿔 앉는 순간에 붕괴될 것이다.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일이나 잘하세요." 구체적인 상황에서 맞닥뜨려보면 이 말은 꽤 충격적이어서 정말로 그래야겠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공동체를 위한다는 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 배명훈

우리 자신의 무능력의 극복은 "사회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만드는" 공적 재현 행위와 그 실행과정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하겠다. – 홍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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