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의 말 - 이 말이 내게로 스며들었다, 살아갈 힘을 얻었다'(김연숙)의 'Ⅱ 질문하는 젊은이를 위하여'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László D.


올해 9월 새로 발간된 박경리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표지의 새들이 날아가고 있다.






연대 원주캠퍼스에 호수가 있어요. 수위 말씀이 밤에 천둥치는 소리가 나서 나가봤더니—얼음이 얼 땐데 철새들이 많이 오거든요. 철새들이 도중에 묵었다가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되도록 여기서 더 묵으려고. 호수가 다 얼어버리면 먹거리를 못 찾거든요—그 밤에 새들이 날개로 얼음이 얼지 않게 변두리를 친다는 거예요. 그 소리가 천둥소리 같다. 그 소리를 듣고 내가 첫마디 한 소리가 ‘참 살기 힘들다’. 그다음 날 현장에 가보니까 아닌 게 아니라 복판에 동그랗게 물이 얼지 않고 얼음바닥에 새들이 쫙 앉아 있어요. 그처럼 산다는 것이, 생명이 산다는 게 다 힘들어요. - 철새처럼, 매일매일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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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2-29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살기 힘드네요 ㅠㅠ
한편 생명이 생존을 위한 몸짓이 천둥소리 같다는 말이 큰 울림이 있습니다.

서곡 2024-12-29 12:28   좋아요 1 | URL
네 이번 연말은 특히나 스트레스가 만땅입니다 ㄷㄷㄷ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올해의 마지막 일요일인 오늘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시리즈 '인천'(정진오)의 '제2부_공간의 역사' 중 '강렬하게 타오르고 사라진 도깨비불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으로부터 옮긴다. 저자는 인천 지역에서 언론인 생활을 했다.


사진: UnsplashAnnie Spratt


일제에 항거한 성냥공장 여성 노동자들…인천 동구 ‘조선인촌주식회사’ https://www.kgnews.co.kr/news/article.html?no=759193 한국 최초 성냥공장 ‘인촌성냥’ https://v.daum.net/v/20240817080059826


올해 5월 말에 출간된 '의성성냥공장傳 - 경상북도 의성성냥공장 아카이브'란 책을 발견했다. 핀란드 영화 '성냥공장 소녀'도 함께 담아둔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인천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의 '13 동일방직공장 - 인천 여성노동운동의 산실' 편에 인천 성냥공장 파업이 소개된다.





한반도에 대규모 성냥공장이 들어선 것은 1917년 배다리에서 문을 연 ‘조선인촌주식회사’가 처음이다. 인촌燐寸은 ‘도깨비불’이란 말이다. 부싯돌을 쓰던 시절 성냥으로 단번에 불을 붙이는 걸 보고서는 다들 깜짝 놀라 그렇게 불렀으리라.

조선인촌주식회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해방 이후 인천에 새로운 성냥공장을 여러 개 세웠으며 그곳에서 다시 성냥을 만들었다. 1947년에는 성냥 제조업 허가제가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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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슈카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21k3264a


'1913년 세기의 여름'으로부터

Alma Mahler, 1912 - Oskar Kokoschka - WikiArt.org 알마 말러는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구스타프 말러의 부인이었다.


바람의 신부(The Wind's Bride) | 스위스관광청 https://www.myswitzerland.com/ko/experiences/cities-culture/art-culture/art/the-winds-bride/ 스위스 바젤 미술관 소장.






아틀리에에 있는 이젤 위의 바람의 신부 알마는 그렇게 작열하지만, 살아 있는 진짜 알마는 식어가기 시작한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신경이 예민한 코코슈카가, 알마가 자기한테서 빠져나가려 한다고, 거리를 두려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바로 두 사람의 공생의 사랑이 약해졌기 때문에, 예술은 될 수 있어도 사랑의 증표는 될 수 없는 초상화를 그리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알마가 〈바람의 신부〉라는 이름을 얻었을 때, 그가 신부에게 바람의 도피자, 바람의 도망자라고 써넣었을 때 비로소 코코슈카가 그녀의 초상화를 그릴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바람의 신부〉와는 결혼할 수 없다. 그릴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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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서양철학사 중 마키아벨리 편으로부터

Glimpse of the monastery of Florence - Vincenzo Abbati - WikiArt.org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기가 바로 정국이 혼란한 때였다. 혼란한 시대에는 냉소주의가 급속히 번지는 경향이 있고, 냉소주의는 사람들이 이익을 준다면 무엇이든 용서하게 만든다.

마키아벨리는 문명인이 비양심적 이기주의자가 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어떤 사람이 비양심적 이기주의자라면, 그가 따를 가장 지혜로운 행동 노선은 자신이 조작해야 할 주민의 수에 의존할 것이다.

세계는 마키아벨리의 세계와 훨씬 흡사해졌으며, 마키아벨리의 철학을 거부하겠다는 희망을 품은 현대인은 19세기보다 더욱 천착해서 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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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찾아둔 겨울 피렌체 사진이 마키아벨리를 떠올리게 했다. 아르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마키아벨리 - 르네상스 피렌체가 낳은 이단아'(김경희)의 '01 사람을 꽃피운 도시 피렌체 — 르네상스와 시민의식'으로부터 옮긴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마키아벨리 군주론과 로마사논고, 피렌체사 공역자이다.

2009년 12월 By Caius bonus






피렌체 사람들은 그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군주론』의 저자보다는 고향의 역사를 담은 『피렌체사Istorie Florentine』의 저자로서 기리고 있다.

흔히 쓰는 ‘르네상스적 인간’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생각해보자. 다 빈치처럼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성과를 거두는 사람을 가리킨다.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높이 사는 인문주의의 고향, 피렌체라는 비옥한 토양이 다 빈치처럼 그리고 마키아벨리처럼 가볍게 경계를 뛰어넘는 인재를 키운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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