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지나면' 속 외삼촌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고 한다.
Night at the fairground. Fragment. A sketch for the curtain, 1911 - Alexandre Benois - WikiArt.org
["배신자가 되고 싶었던 유년의 기억, 있지 않나요" 연작소설집 '사랑의 꿈' 출간한 손보미 2023. 3. 31.] https://v.daum.net/v/20230331043157927 이 기사에 따르면 저자는 장편 '작은 동네'의 외전 격으로 단편 '밤이 지나면'을 썼다고 한다. '밤이 지나면'이 단편보다는 장편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되는 것 같다. [소녀의 삶을 뒤흔든 '숲속 커다란 집' 어부간첩조작사건 다룬 손보미 소설 '작은 동네' 2020. 7. 10.] https://v.daum.net/v/20200710060616097
"외삼촌이 병에 걸렸기 때문에 나를 만나서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거야. 내가 간호대학을 나와서 바로 취직한 병원에 너네 외삼촌이 입원을 했거든." 두 사람이 만난 건 1969년 겨울의 일이었고, 그들은 일 년 후 결혼했다. ‘병’이라는 게 만성습진을 지칭하는 건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포함했겠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심각한 부상이 있었다. 그때 외삼촌은 베트남에서 돌아온 직후였다고 했다.
"외숙모는 외삼촌이 나라를 위해서 베트남에 가서 싸웠다고 했어요. 훌륭하신 분이라고요."
외삼촌은 말년에 당뇨병으로 고통받다가 얼마 전에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외숙모는 그게 전쟁에 참전해 얻은 병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래도 너네 외삼촌은 참전했던 걸 후회한 적이 없다니까." 그건 사실이었다. 내가 그 집에 사는 동안 외삼촌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너네들 — 외삼촌은 이 말을 할 때마다 언제나 복수형을 사용했다 — 은 그때 베트남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아이가. 내는 거기서 너네들은 상상도 못 할 것들을 맨날 봤다. 그래서 그걸 후회하느냐고? 아니다, 내는 내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는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아니까. 그런 시절이 없었으면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다." - 밤이 지나면 | 손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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