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의 '밤이 지나면'(손보미)은 중반까지는 흥미진진했는데 뒤로 갈수록 단편보다는 장편으로 푸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보미 `밤이 지나면` 언어를 상실한 인간이 다시 말을 얻기까지…] https://www.mk.co.kr/news/culture/8913115

The nightfall, 1979 - Will Barnet - WikiArt.org


소설집 '사랑의 꿈' 첫 수록작인 '밤이 지나면'은 문학동네 2019 여름호 발표작이다. 

내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은 더더군다나. 물론 나는 ‘밤’이 불가해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어둠을 비정상적으로 두려워하는 나를 염려한 엄마가, 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저 지구가 자전한 결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우주의 이치라고 몇 번이나 설명해줬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은 지금 환한 햇빛 아래에서 점심도 먹고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있어." 그 후로 나는 가끔 밤에 깰 때마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을 떠올리려고 애썼지만, 그런다고 해서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아줌마."

그녀가 약간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어둠은 무서운 게 아니라고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뭐라고?"

"몰라요? 밤은 지구가 자전하니까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구 반대편에서는 사람들이 깨어 있어요. 거기는 낮이거든요. 여기는 밤, 거기는 낮."

"그걸 누가 몰라."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니. 너는 거기가 아니라 여기에 있는데."

그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잠깐 쉬었다 가야겠다." - 밤이 지나면 | 손보미

손보미의 작품 〈밤이 지나면〉은 스토리텔링의 긴장감이 살아 있고 심리 스릴러 같은 느낌이 재미있다. 성장소설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성장소설의 전형적인 교훈성을 뛰어넘는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이 있다. 마을사람들에게 ‘미친년’ 소리를 듣는 여인과 자발적인 실어증에 걸린 ‘나’라는 어린 소녀가 내통하여 ‘정상적인 세상, 사회화된 세계’를 벗어나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와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실패마저 아이에게 커다란 성장의 발판이 된다. -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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