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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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헤세의 소설이나 글을 기회 될때마다 읽었다. 본의 아니게 2,3년 주기로 계속 읽고 있다. [데미안]은 여러 독서 모임에서 다루어서 서너번도 더 되풀이 한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은 [싯다르타]다.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내용을 거의 다 잊어버렸다. 싯다르타가 출가 해서 고행 하다가 속세로 다시 들어가 타락한 생활을 하고, 죽으려다가 뱃사공 바수데바를 만나서 참나를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만 기억났다.

헤세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나를 찾아 방황한다. [나르시스와 골드문트],[ 크눌프], [싯다르타] 등.

[싯다르타]에서는 주인공 싯다르타가 참나를 찾아서 수행의 길로 들어선다.

"도대체 어디에 참나가 존재하는가?~~ 자아에게로, 나에게로, 즉 참나에게로 파고 들 수 있을까?"-p18

20대 때, 성철스님의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다'라는 법문을 비틀어 '산은 산이요, 물은 셀프다'라고 우스게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끝까지 말하는 주제가 '내가 찾으려는 나는 어떤 먼 곳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라고 웅변하고 있다. 즉, '물은 셀프다.' 누가 대신 깨달아서 내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그렇게 알아들었다. 물론 헤세는 더 심오한 불교 철학을 담았을 것이다.

"'옴'이라는 단어가 싯다르타의 귀에 닿는 순간, 잠들었던 그의 정신이 갑자기 깨어났고, 그는 자신의 행동이 바보같은 짓임을 알아차렸다"-p136 죽으려고 했던 싯다르타가 떠올린 '옴'이라는 단어는 '완성'이라는 뜻이고, 이 단어에서 우주가 탄생 되었다고 힌두교에서는 전한다고 한다.

'옴'을 떠올리고 다시 살아난 싯다르타는 남은 생을 뱃사공으로 살면서스스로 깨달았고, 참나를 찾았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차분히 명상 하면서 법문을 듣고 있는 느낌이었다. 위빠사나 명상을 하고, 명상을 통해 깨달은 것 같았다.

나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나와 명상을 함께하는 친구가 깊은 불심을 가졌다. 그 친구말이 '불교는 뭔가를 믿는 것이 아니다. 단지 수행하는 것이다' 라고 강조한다. 이 소설 [싯다르타]에서 말하는 것처럼 참나를 찾아서 수행하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내가 믿는 누군가가 대신 깨우쳐주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지혜란 사람들이 스스로 발견하는 거야.지혜로 인해 행실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지혜와 더불어 기적 같은 일을 이룰 수 있어. 하지만 그걸 말하고 가르쳐줄 수는 없는 거야.~~모든 진리의 역도 진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해."-p211

또 한번 헤세를 읽고 내 삶을 되돌아 보았고, 앞으로의 모습도 그려보았다. 나는 참나를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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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꼬리의 전설
배상민 지음 / 북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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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옛이야기에 꼬리 아홉 달린 여우 이야기는 정말 유명하다. 이름하여 구미호(九尾狐)전이다.

TV프로그램 [전설의 고향]의 단골 소재였고, 현대극에서도 자주 그리고 많이 다룬다.

얼마전에도 [구미호뎐]이라고 1,2편으로 나누어 대놓고 패러디했다.

이번에 읽게 된 [아홉꼬리의 전설]도 제목만 봐서는 구미호전을 패러디한 듯했다. 그래서 호기심이 더 발동했다. 이 작품에서는 구미호 전을 어떻게 비틀었을까 몹시 궁금했고, 한 수 배우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책 소개글을 읽고 작가에 대한 기대도 약간 작용했다. 이야기 작법서까지 낸 작가라면 구성에 자신 있을 것이고, 이야기가 매우 탄탄할 것이기때문이었다. 아무튼 여러 이유로 기대를 잔뜩 안고 책이 오자마자 읽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츤데레처럼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대사도 좋았고, 이야기 구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시대는 고려말, 세상이 어지럽고 탐관오리와 호족들, 심지어는 호족을 등에 업은 스님들까지 백성들이 가진 것을 착취하고 짓밟는다. 마을에 죽어나가는 시신들, 힘없고나약한 존재들만 노린듯한 참혹하고 잔인한 수법에 다들 혀를 내두른다. 어느새 소문은 여우짓이라고 퍼져나간다. 인간이 저렇게 시신을 난도질할 리가 없으니 여우가 그것도 꼬리 아홉달린 여우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조정에서는 꼬리 아홉달린 여우를 잡으라는 명이 내린다. 그 일을 맡은 감무(고을 현령쯤 되는 직위)가 파견되어오고, 설상가상으로 감무마저 죽어나간다. 처녀귀신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호족의 세력도 만만찮은 이 고을에 감무로 오려는 벼슬아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대부 집안의 선비가 있다. 그는 구미호 짓이라는 사건 현장에 진짜 여우짓인지 알아보기 위해 찾아다닌다. 그리고 아무도 오지 않으려는 고을에 줄없고, 집안도 한미한 출신이 감무로 오게 된다. 그 둘이 어떤 활약을 하는지는 책으로 알아내기 바란다.

여기까지는 책 소개 글에도 나온 내용이니 상관없을 것이다. 아무튼 기대이상으로 엄청 재미있었고,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우리나라의 사극 추리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서 참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2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2편, 3편이 나와도 기대하고 읽을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시리즈]나 [갈릴레오 시리즈]처럼 연작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이 작가의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겠다.

작가 배상민 님의 차기 작도 기대한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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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이상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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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학책 읽기를 즐기지는 않지만 내 손에 들어온 책을 거절하지는 않는다. 이 책도 쇼펜하우어를 알고 싶은 마음에 얼른 집어 들었다. 그런데 아뿔싸! [쇼펜하우어~]에 꽂혀서 [~인생수업]을 간과했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자신의 철학적 소양을 설파한 책이라기보다, 강현규라는 분이 이미 발표된 쇼펜하우어의 철학책에서 멋진 말들을 뽑아서 엮어놓은 책이었다. 그래서 소제목만 쭉 읽어도 한 권의 책 속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1부 행복론과 2부 인생론으로 나누어 각 8장씩 16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장의 내용은 길지 않다. 길어봐야 A4용지 한장을 넘지 않을 분량이다. 분량이 짧아서 읽기도 참 쉽고, 삶의 지표가 될만한 내용들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읽히지 않았다. 시간을 끌고 끌어서 아주 조금씩 읽어냈다. 물론 내 마음에 꼭 드는 문장도 많았다. 예를 들자면 행복론 4장〈인간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에 대하여〉라던가, 인생론 5장〈독자적 사고에 대하여〉가 그랬다. 특히 독서를 많이 하는 나에게는 인생론 5장이 심장에 콕콕 박히는 금언과도 같은 내용이었다.

독서를 통해서 얻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란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음식이나 다른 사람이 입다가 버린 옷에 불과하다.-p273

독서를 통해서 많은 지식을 쌓는 건 맞다. 그렇다고 책에서 읽은 내용을 다 받아 들이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란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과 같다'라는 말에 동조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의 생각은 나와 다른 그의 생각일 뿐이다. 그 생각이 좋으면 내가 취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은 좋은 음식이라고 해도 내가 주워 먹기는 찝찝하다. 꺼림칙하다고 해야할까? 역자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똑바로 번역했는지는 모르지만, 위의 내용을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맹신하기보다 한발짝 물러나서 객관화 시켜서 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은 내게는 잠언 같은 책이었다. 참 좋은 내용이지만 자주 펼쳐보거나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할지 잠시 고민해보았다. 우리 성당 신부님께 선물하면 좋아하시려나? 강론 준비하실때 요긴하게 쓰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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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파우 동물친구들 3 - 귀엽고 독특한 코바늘 손뜨개 인형 캐릭터 20선 피카파우 동물친구들 3
얀 쉔켈 지음, 조진경 옮김, 박상숙 감수 / 참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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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는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얼른 책속에 있는 동물친구들을 꺼내놓고 싶었다. 그런데 아뿔싸! 뜨게 바구니가 어디갔더라? 손이 아프고 나서 뜨게질하는 후배에게 주었다. 바구니체 몽땅!

이제 뜨게질은 할 수 없다. 오른손에 방아쇠증후군이라는 병이 달라붙었다. 아침에는 주먹이 쥐어지지않는다. 그래서 가사일에서도 거의 손을 놓았다. 그렇지만 [피카파우 동물 친구들] 책을 보면서 귀엽고 독특한 동물친구들을 뜨게질할 꿈에 부풀었다. 내 손 상태는 까맣게 잊고 말이다. 내 손자가 태어나면 꼭 뜨게질해서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어떻게든 빨리 치료를 해서 손이 정상이 되도록 해야겠다.

내 손자는 아직 기다려야 하지만 얼마전 미국 사는 조카가 예쁜 딸을 낳았다. 요즘 우리 부부의 기쁨은 한밤중에 미국에 있는 조카손녀와 통하하는 일이다. 그곳은 아침이다. 10분 남짓 꼬마 숙녀의 옹알이와 방긋거리는 모습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 양 볼이 볼록한 아기가 순한 웃음을 지을때면 내 아이들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우리아이들에게 겨울 조끼, 장갑, 모자, 망또 등, 많은 것들을 뜨게질해 입혔다. 남편 양복 조끼와 어머님 털스웨터까지. 친정 어머니가 제발 뜨게질하지 말라고 하셨다. 약한 딸이 병날까 걱정하신 말씀이었다. 그때 말을 들었다면 방아쇠 증후군에 걸리지 않았을까?

피카파우동물친구들 이름이 내마음에 쏙든다.

붉은 여우 루카스, 토끼 길버트.생쥐 올리비아 로즈마리는 정말 깜찍하다. 듬직한 북극곰 호라시오,멋쟁이 너구리 판다 론, 진짜 귀여운 펭귄 훔볼트, 너무 귀여운 갈매기 알베르토! 기린 아멜리아까지 모두 소중하다.

뜨게질하는 사람들이 반할 수 밖에 없는 멋진 캐릭터들이다. 요즘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난감들이 차고 넘친다. 직접 손뜨게로 만든 동물 인형을 가지고 놀면 아이들 건강에도 좋고, 환경도 살릴 수 있다.

[피카파우 동물친구들]시리즈 책이 참 좋다. 재료에서 부터 뜨는법, 20가지의 패튼까지 완벽하다.

뜨게질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성탄 선물로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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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김은미 외 지음, 송유진 그림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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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가본지가 한참 되었다. 신혼여행 이후로 한번도 가지 않았으니 33년이 지났다. 처음 제주공항에 내렸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비행기를 난생 처음 타본지라 잔뜩 긴장해 있었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비행기표만 달랑 사서 제주도에 갔다. 공항에 내리니 봉고차 기사가 우리처럼 무작정 온 신혼여행객 5쌍을 모아서 한차를 만들었다. 2박3일 동안 그 기사가 소개하는 숙소에서 잠을 자고, 안내하는 코스대로 돌아보고, 지정해주는 포즈를 만들어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제주 관광을 마쳤다. 그때 가장 인상적인 곳이 오름 중의 한곳인 성산일출봉이었다.

성산일출봉과 산굼부리는 가보았다. 신혼여행때. 이게 내가 가본 오름의 전부다. 다른 곳은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를 읽으며 '오름'이라는 단어가 생경했다. 그때도 오름이라는 용어를 많이 썼는지 모르겠다. 최근들어 '오름'이라는 말이 귀에 들렸다. 더구나 '어승생오름'은 정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어승생오름'은 한라산보다 먼저 만들어져 한라산 곁에서 한라산이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본 오름이다. -P71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는 제주도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 화산이 분출해서 최초로 생긴 오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용암이 분출해서 굳어진 다음엔 어떤 돌이 되었는지, 세월이 흘러 화산활동이 멈춘뒤에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잘 알려주었다. 한마디로 제주도에 있는 어승생오름의 역사와 현재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어승생오름에 있는 바위들, 나무들, 풀들, 새들, 동물들 등.

처음 어승생오름이라는 이름부터 엄청 낯설게 느껴져서 책이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승생오름의 습지에 사는 풀들과 새들이 많이 친근했다. 내가 자주 보는 풀과 새들이 많았다. 우리집에서 가까운 생태공원에는 낙동강 하류를 따라 조릿대와 억새가 많다. 늪이 많아서 골풀도 자주 볼 수있다. 그리고 어승생오름에 산다는 동박새, 직박구리, 멧새, 딱새, 곤줄박이, 오목눈이, 멧비둘기들도 종종 보인다. 제주도는 부산보다 훨씬 따뜻할 것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새들이 부산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매우 반가웠다.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를 읽으면서 제주도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해 많이 놀랐다. 다른 나라는 알아보려고 힘쓰면서 정작 우리나라에 있는 제주도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다니 많이 부끄럽다.

제주도에 다시 가게 된다면 한번 삐쭉 다녀오는 여행은 하지않을 것이다. 적어도 한두달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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