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 - 자기주도형 아이로 이끄는 원동력
홍수현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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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의 저자 홍수현씨는 참 대단한 엄마인 것같다.  나도 육아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며 아이를 셋이나 키우고 있지만 홍수현씨에게 한 수 배워야 할 정도이니 말이다. 나와 비슷한 점도 많아서 예전의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도 좀 맛보았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서점나들이를 많이 했다. 그러면 따라온 아이들은 꼭 자기 책도 사달라며 한권씩 들고 나왔다. 그렇게 책들이 집안에 쌓여갔고 큰아이는 책벌레가 되어갔다. 좁은 아파트에 살다보니 당연히 거실 한켠에 책장이 들어오고 거실이 서재가 되었다. 물론 우리집에도 TV가 없다. 

 큰아이 어릴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십중팔구는 홍수현씨 육아법의 매니아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집 큰놈도 엄마의 입말로 읽어준 그림책으로 한글을 스스로 깨쳤고 레고를 가지고 놀면 몰입이 아니라 익사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우리 아이가 영재원은 아니더라도 조금 낮은 레벨의 특목고 정도는 가지않았을까? 그런데 정말 안됐게도 이제야 만났다. 그런데 똑같이 그림책을 읽어주며 키운 둘째, 셋째는 한글도 모르는체 초등학교를 입학했다. 고3 둘째는 초등학교를 다닐때까지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내가 동생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 옆에서 듣는 정도였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더니 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지금은 꽤 즐기는 수준이다. 초등학생 셋째는 아직도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도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책만 계속 끼고 다닌다.   

이 책의 저자는 요즘 말하는 고단수의 알파맘이라 느껴진다. 엄마가 한발 앞서서 아이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홍수현씨는 지금까지 아이들을 아주 적절하게 잘 이끌어 준것 같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좀 찜찜한 기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 그래!"하며 맞장구를 친 대목도 많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 하는 느낌을 받은 곳도 많았다.  

아이에게서 레고를 빼앗아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했었다는 곳을 읽었을때는 "왜? 레고를 즐기는게 나쁜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신의 행동이 지나쳤다는 걸 반성하고 아이에게 다시 레고를 허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영재원 시험을 치고 난 아이들에게 문제집을 풀게 할때 틀린 문제에 대해 체벌을 하겠다고 아이들과 협상하는 것을 보고 꽤 당황했다. 문제를 틀리는 것에 매를 댄다는 발상을 할 수 있을까! 그 부분은 아무리 봐도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공부한 아이들이 정말 학문의 즐거움을 알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 순간 수학경시니 영재원이니 하는 것들이 아이들을 잡는다고 느껴졌다.  

 

Gardner의 8요인 이론을 보면 인간의 지능을 8가지로 나눈다.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음악지능,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대인관계지능등.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중 논리-수학지능이나 언어지능등만 중시하는 것 같다. Gardner의 이론 대로라면 인간은 그중 어느 한 곳 정도에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나름의 개성대로 자신의 일을 행복하게 즐기면 되지않을까? 

우리 시아버님은 집에 누가 오면 당신 자식들을  다 불러 낸다. 그리고 손님에게 소개하면서 " 이 아이는 첫째 누구인데 바느질을 잘하고, 얘는 둘째누구인데 책을 아주 좋아하고 셋째 누구는 바둑을 잘두고..." 하시며 자식들의 개성대로  잘하는 것을 손님에게 말씀하셨다. 남편은 육남매인데  모두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있다. 인형옷을 만드느라 늘 바느질을 하던 이는 의상디자이너이고, 그림을 잘 그리던 이는 단청을 하는 장인이 되었고, 바둑을 잘 두던 세째는 바둑학원을 하고 있다.  부모라면 자녀들의 재능을 존중해주고 격려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아이를 영재원에 보내기 위해 고액의 학원에 보내는 부모들을 많이 본다. 영아 수준을 막 지난듯 보이는 어린아이들까지도 그런 학원들을 전전하는 모습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와 남편은 캠퍼스 커플이다. 중문학을 전공한 남편은 졸업후 전공과 아무 관련도 없는 건설회사를 다녔고, 회계학을 전공한 나도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했었다. 그러다 IMF때 남편이 직장을 그만 두고 대학시절 취미였던 일을 바탕으로 창업해서 지금껏 아주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수입면으로 보자면 대기업을 다닐때가 훨씬 안정적이고 괜찮았다. 그런데 술을 못하는 남편에게 건설회사는 고역이었던 모양이다. 그때가 개미같은 인생이었다면 지금은 베짱이같이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킬 수 없을 정도로 벌고 있지만 별 불만은 없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생력이라는게 있는듯하다. 사교육을 시킬 수 없는 집안 형편을 비관하지 않고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서 공부하고 있다. 무료인강을 들을 수 있는 사이트를 뒤져서 최대한 이용하고 친구랑 공부계획을 함께 짜서 서로 감시하고 격려하며 목표한 바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이런게 자기주도적 학습이 아닐까?  

지금 현재 큰아이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고 둘째는 여행가라고 하고 셋째는 군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 꿈이 언제까지 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여행가가 꿈인 둘째는 학교에 개설된 과목인 사회문화, 정치를 선택과목으로 하지 않고 경제지리와 세계지리를 선택해서 스스로 공부하고있다. 그러면 내신성적에는 꽤 불리하겠지만 여행가가 되는데는 확실히 도움이 될것이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아이들이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 부모로서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격려해주는 일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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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5-07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세 자녀를 참 잘 키우고 계시네요.
작가, 여행가, 군인....멋진 직업이예요.
부모가 멘토역할은 확실히 해야할듯 합니다.

석란1 2011-05-21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키운다고는 못하겠고 지금까지는 지들이 알아서 잘 커 주고 있습니다. 아직 한창 자라고 있으니 잘 키웠네 하기조차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