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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평점 :
이 소설을 읽으면서 꼭 W.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을 읽고 있는 착각에 빠지곤했다.
화자의 서술 방법도 다르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도 다른데 왜 그럴까?
아마도 화자가 어떤 인물이 살다간 흔적을 따라 여행하면서 쓴 기행문 같은 소설이기 때문인가보다.
[현기증, 감정들] 속의 네 가지 이야기 모두 어떠한 장소가 어떤 인물과 연관 되어 그 인물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밤인사]도 비슷하다.
[현기증, 감정들]은 스탕달, 카프카 등 작가들을 생각하며 읽었고, [밤 인사]에서는 발터 벤야민의 흔적을 따라가며 발터 벤야민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검색해 보면서 읽어었다.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시야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잘 묘사해 놓았고, 덧붙여 상념을 일기처럼 쓴 글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현기증, 감정들]보다 [밤 인사]가 훨씬 잘 읽혔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작가가 쓴 글이니 공감하는 감정선이 비슷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밤 인사]에 나오는 묵독 모임을 보고 '참 나와 비슷한 사람이 여기도 있네'라고 생각했다.
밤 9시부터 이어진 묵독 모임 '파리-n' 은 오프라인 모임이라는 게 나와 조금 다르다. 그런데 나도 비슷한 모임을 하고 있다. 내가 하는 모임은 온라인 모임이고 이름이 '9시 독서방'이다. 우리는 같은 책을 묵독하기도하고 토론을 펼치기도 한다. '파리-n'도 비슷한 것 같다.
[밤인사]에서는 미나와 장(Jean)의 우정, 고독 등이 느껴지면서도 미나를 향한 윤중, 장의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다.
작품 중에 나오는 여러 작가의 시가 참 좋았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내가 읽을 도서 목록에 올려 놓았다. 대부분 읽지 않은 작품들이었다. 발터 벤야민의 작품은 전혀 읽지 않았고,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책을 사 두고도 아직 못 읽었다. 발터 벤야민의 저작들을 찾아서 읽어야겠다.
함정임 작가의 소설도 [밤 인사]가 처음이다.
오랜만에 나와 결이 맞는 작가를 만나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