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아는 신부님 중에 바둑을 좋아하시는 신부님이 계신다. 그리고 난 바둑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그런 인연으로 가끔 신부님과 바둑을 통한 만남을 가진다.  신부님께서는 교정사목을 하시는 분이시다. 처음 신부님께서 교정사목을 하신다고 하셨을 때는 큰 감흥없이 "좋은 일 하시네요"라며 형식적인 인사를 했다. 그리고 "교도소에 가서 미사집전하시면 무섭지 않으세요?"라며 편협한 소리나 주절거렸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그리고 신부님께서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신지를 알았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공지영씨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인가?' 라고만 생각했다.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이야.

 내가 공지영씨의 글을 조금 좋게 보기 시작한 책은 <별들의 들판> 부터 였다. 공지영씨가 어떠한 자신만의 껍질을 깨기 시작한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힘껏 뛰어올랐다는 느낌이다.

누구나 죽어가고 있지만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산다. 그러다 " 당신에게 사형을 명한다"고 판결되는 순간 죽음을 절절히 인식하는 것이다. 고통 스럽게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을 갖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한 달에 영치금이 단돈 1000원도 안되는 제소자들이 엄청나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그들 가족의 궁핍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범죄는 결코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는 내내 참으로 부끄러웠다. 나 자신이 얼마나 복받은 사람인지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이.

가난했지만 행복한 어린시절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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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2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된 리뷰입니다. 꾸욱~~ 영화 이전에 공지영의 책으로 먼저 보고 싶어지네요.

석란1 2006-09-2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감사합니다. 혹 동화작가 배혜경님이신지요? 저는 동화를 읽는 어른입니다.

달팽이 2007-01-2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게 알아서 둘러보고 갑니다.
오지랖이 좁다보니...앞으로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